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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갤러리

ARTNOW

아티스트 듀오 길버트 앤 조지가 새로운 갤러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두 사람의 예술 철학과 가치를 담은 '모두를 위한 갤러리'를 곧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작품 ‘GB’앞에서 포즈를 취한 길버트 앤 조지
Photo by Lisa Maree Williams

지난 6월 영국의 아티스트 듀오 길버트 앤 조지(Gilbert and George)가 새로운 갤러리의 오픈 계획을 발표했다. 두 사람이 선택한 지역은 이스트런던의 스피털필즈(Spitalfields). 이곳은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을 모토로 꾸준히 활동해온 길버트 앤 조지가 오래전부터 작업하며 생활한 곳이자 영국의 젊은 미술가 군단 yBa가 주 무대로 활동한 지역이다.

길버트 앤 조지의 1982년 작품 ‘Reaming’
Photo by Gareth Cattermole

이탈리아 출신의 길버트와 영국 데번(Devon)에서 태어난 조지는 1967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에서 조각을 전공하며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50여 년간 공동 작업을 해온 두 사람에게 스피털필즈는 영감의 원천이자 소재의 근원지다. 불경기로 실업 문제가 고조된 1970년대, 이들의 작품에는 당시 주목받은 펑크 문화와 젊은 노동자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스트런던의 인종·성차별, 경제적·정치적 이슈를 담은 작품 또한 두 사람이 스피털필즈에서 활동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민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살던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런던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보금자리로 통했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구축해온 새롭고 흥미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토대로 대형 브랜드 상점과 갤러리가 서서히 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거주자가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장소로 변모해버렸다. 이곳에 스튜디오와 생활공간을 갖고 있던 많은 예술가는 변두리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길버트 앤 조지의 2001년 작품 ‘Named’
Photo by Daniel Berehulak

길버트 앤 조지는 이런 양상에 반항하듯 새로운 갤러리 오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사람이 현대미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가 주축이 되어 진행할 예정. 헤니지 스트리트(Heneage Street)에 위치한 새 갤러리는 1830년대의 맥주 공장 건물을 1970년대에 스틸과 콘크리트로 레노베이션하고, 이 지역 출신 예술가 폴리 호프(Polly Hope)가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길버트 앤 조지는 지난해에 이 건물을 매입한 후 “개인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현대미술의 가치를 공유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주변 상인과 지역 주민을 만나 의견을 나누며 계획을 구체화했다. 사실 이곳 주민은 얼마 전 트레이시 에민의 스튜디오 레노베이션 계획을 지역의 분위기와 맞지 않고 너무 현대적이라는 이유로 의회를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힌 이들이다. 하지만 그녀의 디자인 계획과 반대로 길버트 앤 조지의 갤러리는 지역 주민과 젊은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기대를 얻고 있다. 현재 길버트 앤 조지는 갤러리 설립 안건을 지역 의회에 제출한 상태. 구체적인 개관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갤러리 오픈 소식을 발표한 것은 의회에서 안건이 거부되더라도 수락할 때까지 그 내용을 수정하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오랜 세월 고집스럽게 탐구해온 철학인 ‘모두를 위한 예술’이 새로운 갤러리를 통해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에디터 | 임해경 (hklim@noblesse.com)
글 | 양혜숙(기호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