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건축
4명의 건축가가 감천문화마을 빈집을 주목했다. 과연 그 결과는?
김인철, ‘색즉시공’
승효상, ‘동네길, 동네계단, 동네마당 그리고 독락의 탑’
조성룡, ‘별계단집’
최근 건축계의 화두는 바로 ‘사회 참여’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여하는 나라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한 해 동안 국제사회의 키워드였던 난민 거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고, 올해 프리츠커상은 2013년 칠레의 저소득층을 위한 집 ‘Half of a Good House’를 지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감천문화마을에서 공개한 네 채의 집에서도 찾을 수 있다.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도시 재생 사업인 이 프로젝트에는 건축가 승효상과 조성룡을 비롯해 2015년 서울시 건축상인 ‘올해의 건축가상’을 받은 김인철, 한국의 도시계획과 건축에 큰 관심을 보여온 건축가 프란시스코 사닌이 참여했다. 프란시스코 사닌을 제외한 3명의 건축가는 모두 부산에서 태어나거나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어릴 적 추억이 남아 있는 부산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달동네의 오래된 빈집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먼저 미로처럼 복잡한 길을 따라가면 목탑을 연상시키는 승효상의 작품 ‘동네길, 동네계단, 동네마당 그리고 독락의 탑’과 만나게 된다. 빈집 두 채를 계단으로 연결한 이곳은 아래·윗집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고, 옥상 창문을 통해 마을 풍경을 ‘홀로’ 내려다보며 사색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지녔다. 김인철의 ‘색즉시공’, 조성룡의 ‘별계단집’은 감천문화마을에 새겨진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 프란시스코 사닌의 작품 ‘공공의 방’에 들어서면 창문과 문을 통해 마을을 이루는 골목길과 계단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이곳에서 방문자는 두 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하나는 좁고 친숙한 골목길, 다른 하나는 감천문화마을의 전체 분위기가 느껴지는 웅장한 풍경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감천문화마을 자체를 액자화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기념하는 것이 작품의 목적이다.
네 채의 집은 현재 전도유망한 작가들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개최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감내 풍경’이라는 이번 프로젝트를 토대로 앞으로 이 공간을 작가 레지던시로 활용할 예정이다.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축가들이 미적 감각을 담아 지은 공간에서 다시 새로운 시대의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와 예술의 완벽한 결합으로 탄생한 감천문화마을과 그곳의 빈집 네 채. 크고 웅장한 마천루 같은 건축이 주를 이루던 부산 지역에 새롭게 선보인 건축 거장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에디터 신숙미(프리랜서)
사진 여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