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고 있습니까?
지난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시장 총거래액은 413억8000만 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미술 경매시장에서 일정한 퍼센티지를 차지하고 있는 재야의 컬렉터 4인이 경매에 대해 말한다.

경매 일문일답
1. 경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 처음 낙찰받은 작품은? 3. 가장 기억에 남는 낙찰품은?
4. 현재 눈여겨보고 있는 작가나 작품은? 5. 한 해에 참여하는 경매와 낙찰품 수는? 6. 나만의 경매 철학
7. 그간의 낙찰품 중 크게 값이 오른 작품은? 8. 경매를 위한 팁 9. 갤러리보다 경매를 선호하는 이유는?
시작하는 컬렉터 김민아(미술품 애호가)
1 현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경매에 관심을 두게 됐다. 2 국내 경매사의 정기 경매에서 낙찰받은 크리스토의 판화 작품이다. 크리스토는 대학에서 미술사 수업을 들을 때부터 흥미롭게 봐온 작가라 작품을 낙찰받고 무척 흥분한 기억이 난다. 3 최근 홍콩 UAA 경매에서 낙찰받은 중국 작가 창위의 판화 작품이다. 도록에 나온 작품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웠다. 타이완의 한 컬렉터와 끝까지 경쟁이 붙었고, 비딩 리미티드 직전에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4 손상기와 서도호다. 손상기의 경우 작품과 작가의 삶이 잘 연결되는 느낌이라 좋고, 서도호도 각 작품이 서로 다른 듯하지만 실제론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의식이 매력적이다. 5 아직까진 경매 참여 횟수보다 갤러리를 통해 구입한 작품 수가 많다. 6 경매 전 미리 정해둔 비딩 리미티드를 절대 넘기지 않는 것. 비딩 리미티드는 보통 자주 가는 갤러리나 주변 전문가를 통해 정한다. 7 아쉽지만 아직 없다. 8 경매 회사의 말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9 구입 과정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자주 경매를 이용할 것 같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경매 기대주 박석찬(개인 사업가)
1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사다 자연스럽게 경매에 참여하게 됐다. 2007년, 지금은 폐관한 압구정동 갤러리H에서 열린 국내 경매사의 정기 경매가 처음이었다. 2 극사실주의 회화로 유명한 김강용 작가의 작품이다. 3 사실 낙찰받고 기뻐한 작품보다 후회한 작품이 많다. 바로 처음 경매에 입문한 당시 멋모르고 낙찰받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현재 당시 시세의 반값 이하로 떨어진 작품을 여러 점 갖고 있다. 4 국내 작가 중엔 이우환과 강익중, 외국 작가 중엔 쿠사마 야요이와 쩡판즈, yBa 출신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5 대중없다. 6 미술품 경매는 중독성이 강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가능한 한 ‘이 작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7 가격이 오른 작품보다 떨어진 작품이 많다. A급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경우 1000만 원에 작품을 낙찰받았어도, 바로 되팔면 500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보다는 10여 년 후를 기대하고 있다. 8 내부자 거래나 불법 거래에 휘말리지 않는 1차적 방법은 먼저 관심 있는 작품의 과거 경매 이력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권위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했거나, 믿을 수 있는 도록에 실린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경매에 실패하지 않는 한 방법이다. 9 단순하다. 모든 작품에 과거 경매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재테크의 귀재 이승현(의사)
1 갤러리의 중간 마진 없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 구매가 가능할 것 같아서다. 2 2007년 대구MBC에서 열린 M옥션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6호짜리 회화를 5500만 원가량에 낙찰받았다. 3 2007년 지방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비교적 작은 작품을 낙찰받았을 때다. 지방이라 그런지 가격이 치솟지 않아 이득을 봤다. 4 특별히 없다. 5 런던과 뉴욕 등지에서 열리는 크리스티·소더비 경매와 국내 경매까지 대략 4~5회 정도 참여하고 있다. 작품 구매 비용은 그때그때 다르다. 6 유사한 작품의 과거 경매 이력과 작품의 희소성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작품을 집 안에 쌓아두기만 하는 타입이 아니므로, 내겐 작품의 미술적 가치보다 희소성이 중요하다. 미술품 구매를 ‘투자’로 생각하면 쉽다. 7 3억 원 정도에 구입한 쿠사마 야요이의 100호짜리 회화 가격이 크게 올랐다. 현재 23억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8 경매 현장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매장 특유의 ‘분위기’에 휩쓸리면 애초 자신이 정한 비딩 리미티드보다 훨씬 비싼 값에 작품을 낙찰받는 경우가 생긴다. 9 ‘잘하면’ 싸게 사고, ‘못하면’ 비싸게 사는 것이 미술품 경매다. 당연히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 갤러리보다 경매를 선호한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껏 경매로 이익만 본 것은 아니다.
해볼 만큼 해본 고수 이상민(가명, 기업 대표)
1 1990년 소더비 한국사무소가 생기면서 경매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국내 갤러리에선 볼 수 없던 외국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서울에 들어온 기억이 난다. 2 런던 소더비를 통해 1905년에 제작한 로댕의 조각 작품을 낙찰받았다. 1980년대부터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에 심취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샀다. 3 2007년 뉴욕 소더비에서 낙찰받은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으로 당시 상당한 값을 치렀고,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명화를 늘 가까이서 보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4 극사실주의로 유명한 고영훈 작가와 재작년 운명한 윤중식 작가의 작품을 지난 20년간 국내 경매를 통해 꾸준히 사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5 한창땐 한 해에 100점이 넘는 작품을 경매로 사기도 했다. 주로 직접 참여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전화 응찰도 한다. 6 작품 하나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경매장에서 아쉽게 떠나보낸 작품은 언젠가 다시 경매장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7 가격이 꽤 올랐을 것 같은 작품은 많지만, 작품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없어 특별히 수익을 보진 못했다. 소장품은 800점가량 된다. 8 경매장에 갈 수 없을 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서면 응찰’보단 ‘전화 응찰’이다. 경매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9 갤러리에선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작품의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경매는 다르다. 그래서 경매를 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일러스트 장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