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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하기엔 너무 아까운 당신

ARTNOW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술과 브랜드의 어떤 공존에 대한 이야기.

칠레 출신의 스밀리안 라딕이 디자인한 서펜타인 갤러리의 2014년 파빌리온 프로젝트

런던 중서부의 하이드 파크 내 켄싱턴 가든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

서펜타인 갤러리가 런칭한 향수
갤러리의 향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은유적 표현으로 종종 쓰는 ‘예술의 향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년 여름 세계적 건축가를 초대해 실험적 건축물을 설치·전시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서펜타인 갤러리가 향수를 런칭한 것. 서펜타인 갤러리와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인 향수 ‘서펜타인(Serpentine)’은 서펜타인 갤러리의 지형적·감성적 특징을 잘 살려 향을 표현했다. 꼼데가르송의 향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티앙 아스튀게비에유(Christian Astuguevieille)와 조향사 에밀리 코페르망(Emilie Copperman)이 서펜타인 갤러리의 향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Green & City’를 컨셉으로 한 이들의 조향 작업은 특별히 런던과 서펜타인 갤러리의 우아한 ‘초록색(green)’으로 범위를 한정한 후 대도시 런던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향수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은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이 맡았다. 그녀는 심플한 디자인의 투명 유리 용기에 ‘풀, 나무, 호수 그리고 당신(The Grass, The Tree, The Lake, and You)’이란 손글씨를 새겼고, 종이 소재 박스엔 남녀가 포옹하는 자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스케치를 담았다. 한편 대도시 런던의 한가운데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는 티룸으로 사용하던 기존 건물을 1970년에 컨템퍼러리 갤러리로 오픈한 곳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즐겨 찾은 갤러리로도 알려진 이곳은, 1990년대 영국 컨템퍼러리 아트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펜타인 아티스트 커머션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기도 한 향수 서펜타인은 서펜타인 갤러리 외에 도버 스트리트 마켓, 꼼데가르송 향수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런던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휴식처이자 컨템퍼러리 아트에 영감을 주는 서펜타인 갤러리의 향은 초록을 컨셉으로 어우러진 그야말로 ‘예술의 향’이다.
www.serpentinegalleries.org

세라 루카스가 디자인한 소파와 파티션

세라 루카스가 디자인한 소파와 파티션

트레이시 에민과 꼼데가르송 그리고 서펜타인 갤러리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완성된 향수 ‘서펜타인’

세라 루커스의 가구 디자인
오브젝트를 주재료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영국의 대표적 예술가 세라 루커스가 이번엔 아예 오브젝트를 직접 생산했다. 2014년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그녀의 오브젝트는 다름 아닌 가구. 콘크리트와 MDF를 주재료로 디자인한 그녀의 가구는 각각 14개 한정판으로 구성해 고유의 번호와 사인을 새겼으며, 런던 아트 워크숍(The London Art Workshop)과 컬래버레이션해 완성했다. 그간 자유로운 형태의 오브젝트를 사용해온 작품과 상반되는 이번 그녀의 가구 컬렉션(의자, 소파, 테이블 등)은 같은 크기와 형태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수직 또는 수평으로 구성한 나무 프레임에 들어가 있는 그리드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녀는 “콘크리트와 MDF는 그 자체로 매우 의미 있는 재료고, 많은 말을 하는 동시에 무척 절제돼 있다”며 그 재료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예술가가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인과 아트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치는 지금, 세라 루커스의 작품이 다른 작가의 작품보다 주목 받는 이유는 그녀가 선보인 가구가 그간 그녀가 펼쳐온 개념예술의 연장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소재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일정한 프레임의 그리드 형태로 디자인한 그녀의 가구는 그녀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동시에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가구의 역할 또한 훌륭히 해내고 있다. 가구를 이용해 작품을 발표해온 세라 루커스가 이번에 선보인 가구들은 언젠가 다른 작가에 의해 작품으로 쓰일지도 모를 일이다.
www.sadiecoles.com

렁춘잉 사건으로 유명해진 이케아의 헝겊인형 ‘루프시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의 새로운 컬렉션
영국 디자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V&A) 뮤지엄이 새로운 디자인 컬렉션 카테고리로 사회, 정치 그리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디자인과 건축, 테크놀로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일례로 전시장 한편을 장식한 프라이마크 청바지의 경우 지난해에 1130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최악의 건물 붕괴 참사로 기록된 방글라데시 다카의 의류 공장에서 생산한, 현 패션 산업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일명 패스트 패션 아이템이며, 대량생산의 아이콘 이케아의 헝겊 인형 루프시그(Lufsig)는 지난해에 홍콩에서 일어난 ‘렁춘잉(Chun-Ying Leung) 사건’(홍콩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렁춘잉 행정장관의 인터뷰 도중 날아든 루프시그가 이후 렁춘잉의 의견을 반대하는 심벌이 된 것)으로 대중에게 이슈가 된 아이템이다. 또 전시장 한편에 놓인 가수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인조 속눈썹은 영국 10대 소녀에겐 한 끼 식사 정도의 값(약 1만2000원)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선 10대 소녀가 한 달에 약 10만 원을 받고 만드는, 경제적 불균형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라고. 지난 7월 26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Rapid Response Collecting’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V&A 뮤지엄의 큐레이터 키런 랭은 “V&A는 언제나 디자인 오브젝트를 통해 사회와 역사를 바라봤다”며, “디자인과 건축 그리고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전략과 함께 우리 사회를 완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역할은 그간 가격이나 브랜드 가치, 미적인 부분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V&A 뮤지엄의 전시는 최초의 의도와 상관없이 디자인이 사회에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디자인을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확장해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전시가 앞으로도 V&A 뮤지엄에서 자주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www.vam.ac.uk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양혜숙(기호 리서처, semiotics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