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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공룡으로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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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문화 콘텐츠로 성장한 모바일 게임의 현재 그리고 내일을 짚었다.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한 기업이 있다. 그리 놀랄 만한 수치는 아니다. 그럼 여기서 범위를 조금 좁혀보자. 하나의 특정 콘텐츠로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다면? 그럼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한 편의 매출액은 약 800억 원 수준이다. 쉽게 말해 2000억 원의 매출은 1000만 관객 영화 2편 이상을 흥행시켜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가전, 자동차 등 판매 단가가 높은 시장의 매출에 비하면 그저 미미한 수준이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보자. 하나의 콘텐츠로 불과 한 달 만에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면? 그리고 그 콘텐츠가 놀랍게도 모바일 게임이라면? 숫자에 한 번 놀라고, 상품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넷마블의 모바일 대규모 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 게임(MMORPG, 온라인 공간에서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각각 역할을 맡아 즐기는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이다.

공룡으로 성장한 모바일 게임
2017년 1월 중순, 넷마블은 이 같은 놀라운 수치를 발표했다. 정확히 레볼루션은 출시 한 달 만에 20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단일 콘텐츠로 거둔 최단기간 2000억 원 매출 기록이다. 레볼루션은 이러한 성과를 발판 삼아 현재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아시아 11개국에 진출해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RPG 게임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넷마블의 성과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히 수치 차원의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한때 ‘사회 악’, ‘마약’, ‘폭력의 근원’ 등 온갖 부정적 단어로 폄하해온 게임이 비로소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받는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이끈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전체 게임 시장과 차별화되는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며 급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우선 ‘황금알을 낳는 착한 거위’로 급성장한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 전반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주요 시장조사 분석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6조 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세의 비결은 그동안 ‘모바일 필패(必敗)’라는 오명을 써온 MMORPG 분야의 대작 탄생이다. 앞서 언급한 레볼루션뿐 아니라 테라M(넷마블), 리니지M(엔씨소프트) 등의 게임은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아온 MMORPG에 대한 편견을 깼다. 특히 모바일 MMORPG의 성공은 또 다른 측면에서 큰 폭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만큼은 ‘후발주자’였던 대형 게임사를 주류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레볼루션, 테라M, 리니지M 등 지난해에 출시돼 주목받은 콘텐츠 뿐 아니라 올해 기대작으로 꼽히는 오버히트(넥슨), 검은사막M(카카오-펄어비스) 등도 소위 N3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의 작품이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절대 독주하는 기업이 나올 수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중소 게임사는 ‘모바일’이라는 틈새 공략에 성공했다. 특히 온라인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성도 한몫했다.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많은 업계 관계자가 국내 모바일 게임 평균 제작기간은 12.5개월이고 제작 비용은 1억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온라인에 비해 제작 기간이 짧고 비용은 적기 때문에 작은 기업도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실제로 모바일 게임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애니팡의 개발사 ‘선데이토즈’도 당시에는 소규모 개발사에 불과했다). 반면 기존 PC 플랫폼에서 승승장구해온 거대 게임업체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에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MMORPG 같은 스케일 큰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에 집중하다 보니, 시시각각 급변하는 모바일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수차례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러한 트렌드는 180도 역전됐다. 그동안 어울리지 않는 ‘후발주자’의 타이틀로 꾸준히 모바일 시장의 문을 두드려온 대형 게임사들은 비로소 흥행 성공작을 다수 선보이며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순위에서 대형 게임사의 작품이 톱 10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리니지M과 레볼루션이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11월에 출시된 오버히트와 테라M은 앞서 선보인 수많은 게임을 제치고 높은 위치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게임사들의 성장세만 눈에 띈 것은 아니다. 해외 게임사 역시 한국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IT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불려왔다. 급변하는 IT 트렌드, 사용자들의 깐깐한 성향 등 초기 콘텐츠, 기술, 디바이스를 시험하기에 안성맞춤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게임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특히 다소 가벼운 캐주얼 게임 일변도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MMORPG 게임이 중심에 서면서 이를 노린 해외 게임사의 신작 출시가 발 빠르게 이어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인 곳은 역시 중국 게임사였다. 실제로 출시 후 수개월째 구글과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음양사 포 카카오’, ‘열혈강호 포 카카오’, ‘붕괴 3rd’, ‘대항해의 길’ 등이 모두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이들 게임은 모두 현지화를 기반으로 한국 유저의 특성을 분석, 다양한 이벤트와 업데이트를 통해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7년 모바일 게임업계에 긍정적인 성장과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대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은 그간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중소 개발사들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적절한 규제와 지원 갖춰야
이는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골목상권 진입’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진출이 곧 중소 개발사의 몰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말이다. 수많은 중소 개발사는 회심의 역작을 만들었음에도 이를 실제 서비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임 개발과 게임의 상용화는 별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게임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후 대응 인력 확충, 원활한 서비스 운영을 위한 서버 확보 등이 필수다. 이러한 인프라를 중소 개발사가 갖추기엔 분명 어려움이 있다. 그럴 때 이들은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다. 이를 흔히 게임업계에서는 ‘퍼블리싱을 맡긴다’고 표현한다. 대형 게임사 역시 ‘자체 개발’보다는 외부 개발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대다수 업체가 공유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 게임사가 자체 게임을 개발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레 외부 게임의 퍼블리싱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 A씨는 “모바일 게임업계는 PC 쪽보다 경쟁이 치열해 퍼블리싱 과정에서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이 소요된다”며 “그런 까닭에 많은 대형사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외부 게임 퍼블리싱 대신, 자체 개발 게임을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개발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사들이 ‘자체 개발-자체 퍼블리싱’ 전략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 B씨는 “신작 개발은 커녕, 현재 개발을 완료한 게임의 출시 여부조차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라며 “퍼블리셔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대형 MMORPG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게임업계의 해묵은 숙제인 ‘과금 논란’이 기존 PC 게임 시장을 넘어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아직 과금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인앱 결제를 시스템적으로 막아달라는 부모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사용자 측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적으로 게임 개발사의 의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 게임 내 과금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돈을 써야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의 ‘페이 투 윈(pay to win)’ 게임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받아들여 과금보다는 작품성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실제로 얼마 전 세계적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경우 아이템 강화, 캐릭터 업그레이드 등 페이 투 윈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템 보관함 확장, 게임 시간 절약 등 게임 편의성 향상에 따른 과금 체계를 도입했다. 돈을 쓰지 않아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인정받으며 포켓몬 고는 글로벌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국내 모바일 게임은 여전히 이른바 ‘현질 유도’ 성격이 짙은 과금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게임사 자체적으로 과금 체계를 조정하는 등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브 러브~ 사랑을 주세요, 기브 러브~ 사랑이 모자라요.” 천재 남매 뮤지션으로 사랑받고 있는 악동뮤지션의 노래 ‘기브 러브’의 가사 중 일부다. 아마 이 가사를 들은 독자 대부분은 짝사랑하는 이성에게 사랑받고 싶은 감정을 귀엽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가사는 그런 일반적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러브’는 곧 ‘하트(heart)’다. 그리고 하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표현’이 아닌, 모바일 게임에서 친구끼리 주고받는 생명을 의미한다. 한때 하트를 요청하는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로 잠 못 들게 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가사인 것이다(물론 가사 속 러브에는 ‘진짜’ 사랑의 의미 역시 내포돼 있다). 이처럼 모바일 게임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과 문화를 깊이 파고들었다. 분명한 사실은 지난해보다는 올해를,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라는 점이다. 조금 더 성숙된, 긍정적 성장을 통해 모바일 게임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이자 ‘국민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김병주(<포춘코리아> 기자)  사진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