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의 정석
우리는 왜 목욕을 하는가. 남자가 제대로 씻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해.
유명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사이먼 사이넥은 “무엇(what)을 하느냐보다 왜(why) 하느냐를 먼저 생각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나 일상적으로 목욕을 할 뿐 왜 하는지, 왜 중요한 지 질문해본 적이 있을까. 이제야 목욕이 중요한 이유가 궁금해진 이를 위해 가장 쉬운 예 를 하나 들어보자. 세안한 후 순간적으로 밝고 환해진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지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이 피지와 먼지 등 노폐물을 제거해 표피 가 깨끗해지고 수분을 공급해 피부가 순간 촉촉해지는 동시에 수압이 미세 순환을 증진시 켜 찰나지만 피부 미남이 되는 것. 목욕을 하면 심신이 건강해지는 기본적 원리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아쿠아테라피(aquatherapy)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물의 치유력은 예로부터 그 효능을 명백히 인정받아왔다. 물의 세정력, 수분과 각종 미네랄 성분 공급, 수압이라는 삼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목욕의 효과를 완성한다. 그래서 목욕의 저력을 믿고 지지 하는 많은 이들이 좋은 물로 유명한 각종 온천과 스파에서 입욕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 렇다면 이제 ‘무엇’인 목욕으로 잠시 초점을 돌려보자. 목욕의 사전적 의미는 머리를 감고 온몸을 씻는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성이 샤워기 아래서 몇 분 만에 비누 하나로 머리 부터 발끝까지 적당히 씻고는 목욕을 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목욕을 하는 근본적 이유를 되짚어본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무병장수할 수 있는 건강법인 목욕은 제대로 즐 겨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와 과로로 감당할 수 없는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성이라 면 더더욱 그렇다. 자, 이제 욕조에 물부터 받고 다시 시작하자. 따뜻한 물이 찰랑찰랑 욕조 를 채우는 동안 간략하지만 알찬 목욕의 정석이 펼쳐진다.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겨울 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내고 새로운 계절을 향해 산뜻하고 힘차게 출발할 수 있도록.
1 Santa Maria Novella 바뇨쉬우마 알게 마린 해조 추출물이 피부를 건강하게 하고 은은한 향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보디 워시. 2 L’Occitane 본느 메르 배스 큐브 피로를 완화하고 혈액순환 증진을 돕는 미니 사이즈 입욕제. 3 L’Occitane 세드라 샤워젤 유기농 세드라 추출물이 피부에 활력을 부여한다. 4 Fresh 사케 배스 청주 성분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노폐물 배출을 돕는 입욕제. 5 Clarisonic 스마트 프로파일 보디 브러시 헤드를 장착하면 목욕 시 각질 제거와 마사지 효과를 선사하는 클렌징 디바이스. 6 Aveda 스트레스 픽스 소킹 솔트 미네랄 솔트와 유기농 설탕이 피로 해소를 돕고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입욕제. 7 Jo Malone London 제라늄 앤 월넛 보디 스크럽 호두 껍데기 성분이 부드럽게 각질을 제거해 매끈한 피부로 가꾼다. 새턴 배스 욕조와 이탈리아산 마블 프로 타일 Euro Ceramic

보디 스크럽의 정석
목욕의 시작을 입욕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는 스크럽을 물에 피부를 불린 후 때를 미는 것쯤으로 여기기 때문. 물론 스크럽으로 각질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다수가 즐기는 세신과 교집합을 이룰 수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크럽은 입욕에 앞서는 목욕의 시작 단계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더 플라자 호텔의 더벨 스파 박수진 부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입욕 전, 가벼운 샤워와 보디 스크럽은 필수입니다. 보디 워시로 1차 클렌징을 해 표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기가 남아 있는 피부에 스크럽 제제나 젤 타입 각질 제거제를 사용해 각질을 없애는 딥 클렌징을 합니다. 스크럽을 몸에 문지르는 러빙(rubbing) 과정에서 표피 온도가 올라가고 피부 모공이 열리면 체내의 노폐물 배출이 더 쉬워집니다.”
즉 목욕의 디톡스 효과를 강조하고 싶다면 보디 스크럽의 도움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것. 또한 스크럽으로 오래된 각질을 제거하면 미세 순환 증진과 피부 세포 재생을 도와 노화를 방지하고 입욕제의 유효 성분을 피부 속 깊이 전달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한편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아쿠아리스 스파의 윤소연 테라피스트는 “보디 스크럽도 페이셜 스크럽처럼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골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합성 계면활성제와 인공 색소, 인공 향료 등을 첨가하지 않은 약산성 스크럽을 선택하라”고 조언하니 참고하자.

입욕의 정석
입욕을 잘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많지만 목욕하는 내내 일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욕실이 추우면 체온을 유지하기 힘드니 욕실 벽이나 바닥에 온수를 충분히 뿌려 습기로 실온을 적당히 상승시켜야 한다. 특히 욕실이나 거실에 찬 기운이 돌아 욕조의 온도와 차이가 크면 입욕을 마치고 나왔을 때 온도 차로 인한 쇼크가 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입욕하는 물의 상태와 수온 유지도 중요하다. 온천수와 해수를 이용한 목욕이 건강 증진에 효과적인 이유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돗물에는 미네랄과 유효 성분은커녕 소독약의 염소 성분만 가득한 것이 현실. 하지만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염소는 휘발성 원소이기 때문에 수도관에서 나와 공기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사라진다. 욕조에 온수를 최대한 뜨겁게 받은 후 입욕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고 찻잎이나 입욕제를 넣으면 염 소가 거의 없는 질 좋은 목욕물로 바꿀 수 있다. 윤소연 테라피스트에게 입욕 방법과 그 효능에 대해 들어보자. “목욕 전 미온수 한 컵을 마셔 체내 수분을 보충합니다. 입욕을 하는 동 안 노폐물과 수분이 함께 빠져나가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수입니다. 38~40℃의 온수에 20분씩 주 2~3회 이상 꾸준히 입욕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혈관이 넓어져 혈액순환이 잘되고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쾌변과 숙면에 도움이 되어 삶의 질이 향상됩니다.”
입욕은 얼굴 아래 전신을 물에 담그는 전신욕과 가슴 아래 명치까지만 잠기게 하는 반신욕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적으로 건강하다면 전신욕을 해도 무방하지만 심장 질환이나 고혈 압 등 특정 질병을 앓고 있다면 반신욕이 유익하다. 전신욕과 반신욕 모두 수온은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뜨거운 물은 심신을 각성하는 효과가 있어 긴장감을 더하고 오히려 숙면 을 방해하기 때문. 또한 식후 1시간 이내나 격한 운동 후 30분 이내에 입욕을 피하고 목욕 후에도 1시간 동안은 식사나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욕을 하는 동안 좋아하 는 음악을 들으며 눈 감고 명상을 하거나 통증이 있는 부위를 가볍게 주무르면 긴장 완화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1 Aveda 인바티 엑스폴리에이팅 샴푸 천연 산이 두피의 각질을 제거하고 유수분 밸런스를 조절한다. 2 La Mer 리페러티브 보디로션 저온 발효한 해조 추출물이 수분을 공급해 촉촉하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시킨다. 3 Le Labo 베르가모트 22 퍼퓨밍 보디로션 시어버터와 백차 추출물이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 4 Aveda 우든 패들 브러시 두피를 부드럽게 자극해 마사지 효과를 선사한다. 5 Kiehl’s 딥 마이크로-엑스폴리에이팅 스칼프 트리트먼트 두피 각질을 제거하고 밸런스를 조절해 샴푸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6 L’Occitane 리페어 수딩 스칼프 오일 건조한 두피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고 진정 효과를 선사한다. 7 Lab Series 에이지 레스큐 샴푸 두피의 노화를 방지하고 탱탱한 모발로 가꾸어 볼륨을 선사한다. 8 Rene Furterer 콤플렉스 5 두피 각질을 제거하고 두피와 모발에 활력과 볼륨을 더하는 스케일링 오일. 9 Medavita 로지오네 안티포포라 두피 비듬과 각질 케어를 돕는 토닉으로 샴푸 후 바르고 헹구지 않는다.

헤어 케어의 정석
두피와 모발을 세정하는 샴푸도 엄연히 목욕의 일부다. 목욕하면서 두피 케어를 하는 셀프 헤드 스파 기술을 익혀보자. 르네휘테르 트레이닝 매니저 정성 희 부장은 “헤드 스파와 두피 마사지를 통해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두피를 진정시키고 대다수 남성의 고민인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 헤드 스파 제품을 고를 때는 탈 모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선택하기보다는 전문가에게 두피와 모발 상태를 진단받은 후 알맞은 제품을 처방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헤드 스파의 첫 단계는 브러싱, 즉 빗질이다. 정성희 부장은 “브러싱으로 모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휴지기 모발을 제거하면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샴푸 시 세정 효과를 높 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입욕 중 끝이 부드러우면서 빗살은 단단한 브러시로 두피와 모발을 부드럽게 빗자. 입욕을 마치기 약 5분 전에는 머리카락을 잘 갈라 그 사이로 두피 스케일링제를 고루 바르고 2~3분 정도 기다려 오래된 각질을 녹인다. 각질이 녹으면 손가락 안쪽으로 머리 아래부터 위까지 두피를 쓱쓱 문질러 녹은 각질을 흐트러뜨린 후 욕조에서 나와 샴푸를 시작한다. 정성희 부장은 “모근을 강화하는 샴푸로 두피를 1차 세정하고 헹군 후 다시 샴푸를 하고 3분 정도 지압하듯 두피를 마사지하면 더욱 깨끗하고 건강한 두피와 모발로 가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샴푸 후에는 적당히 타월 드라이한 후 두피와 모발이 촉촉한 상태에서 영양과 활성 성분을 공급하는 토닉을 충분히 도포해 헤드 스파를 마무리한다

애프터케어의 정석
목욕을 마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우선 미지근한 미네랄워터를 한 잔 마셔 입욕하는 동안 땀으로 배출한 수분을 보충한다. 다음은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고 피부 보호 장벽을 강화하는 보습 제를 바를 시간. 천연 성분을 주원료로 한 보디 모이스처라이저를 전신에 듬뿍 바르자. 더 벨 스파 박수진 부점장은 “피부에 물기가 약간 남은 상태에서 로션을 바르면 보습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피부가 심하게 건조하다면 보디로션에 식물성 오일을 적당량 섞어 사용하세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오일은 피부에 필요한 각종 영양 성분을 공급하고 피부 본연의 보호막을 강화해 수분 증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평소 선호하는 향이 감도는 센티드(scented) 로션을 사용하면 활기를 북돋울 수 있고 보습 제를 바르면서 가벼운 지압을 병행하면 궁극의 마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입욕하는 동안 전신의 근육이 유연해져 손의 체온과 터치가 더욱 깊이 전달되기 때문. 특히 림프가 모여 있는 가슴과 겨드랑이 사이, 상체와 다리의 연결지점, 무릎의 구부러지는 안쪽 부분 주변을 부드럽게 문지르면 림프 순환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처럼 목욕을 정석대로 공들여 하면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해소되어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것. 그러면 이렇게 말하자. 목욕이 사람을 다시 만들었다고. 그래서 목욕재계(沐浴齋戒)를 넘어 재개(再改) 라고 말이다.
에디터 최정연(프리랜서)
사진 기성율 스타일링 차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