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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꽃의 영향

ARTNOW

세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꽃과 여행지, 해당 지역 아티스트가 꽃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작품을 소개한다.

황금빛 미모사로 뒤덮인 보름레미모사. ⓒ Marina VN.

 미모사 & 보름레미모사  프랑스
프랑스 동남부 코트다쥐르 지역, 칸과 마르세유 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해안 도시 보름레미모사 (Bormes-les-Mimosas)는 연중 교대로 피어나는 700여 종의 꽃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휴양지다.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중세 건축물 사이사이 골목마다 색색의 꽃이 피는 이곳의 면적은 97.32k㎡로 서초구의 2배 정도 되지만, 인구는 8000명 남짓으로 어디를 가나 여유롭다. 보름레미모사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사철 다채롭게 피는 꽃 중에서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온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90여 종의 미모사꽃이다. 올해는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미모사꽃이 절정일 때 보름레미모사에서 열리는 꽃 축제(Le Corso Fleuri)에서는 프랑스 전역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꽃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약 5개월간 준비 기간을 거치는 이 퍼레이드는 8만 송이의 신선한 꽃과 무게 2톤에 달하는 미모사로 장식한 15대의 꽃수레가 줄지어 행진한다. 보름레미모사는 프랑스 남부 해안을 따라 130km가량 이어지는 미모사 루트(La Route du Mimosa)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강렬한 황금빛만큼 화사한 향기로도 잘 알려진 미모사는 향수와 비누 등에 넣는 향료로 흔히 사용하는데, 보름레미모사 지역 사람들은 샐러드와 음료, 아이스크림 등 식용으로도 활용한다.

Raoul Dufy, Bouquet de Mimosas Devant la Fenêtre à Céret, Gouache and Watercolor on Paper, 50.4×66.5cm, 1940. Courtesy of Christie’s.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는 평생에 걸쳐 꽃을 탐구했는데, 그중에서도 미모사는 그가 특별히 사랑한 꽃이다. 뒤피는 미모사가 만개하는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니스와 코트다쥐르 지역을 자주 방문했으며, 따뜻한 햇살과 생동감을 상징하는 미모사가 등장하는 정물화와 풍경화를 즐겨 그렸다. 1940년 작 ‘세레 지방 창가의 미모사 화병(Bouquet de Mimosas Devant la Fenêtre à Céret)’은 2015년 크리스티 옥션에서 8만500파운드(약 1억45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자카란다꽃이 만개한 브리즈번 뉴 팜 파크 전경.

 자카란다 & 브리즈번  호주
북반구가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10월,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Brisbane)은 자카란다 나무가 피워내는 찬란한 보랏빛 꽃으로 뒤덮인다. 자카란다는 남미가 원산지인 나무지만 1860년경 그 지역을 오가며 해양 무역을 한 월터 힐 선장이 브리즈번 식물원에 처음 씨앗을 심은 이래 주도를 비롯한 퀸즐랜드 지역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만개한 자카란다꽃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브리즈번 강변에 위치한 뉴 팜 파크(New Farm Park)로, 아름다운 정원과 넓은 잔디밭, 브리즈번의 스카이라인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널찍한 나무 놀이터가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다. 매년 10월이면 150여 그루의 자카란다가 일제히 개화해 공원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데,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뉴 팜 파크를 찾는다. 브리즈번의 대표 수상 교통수단 시티캣(CitiCat)과 다양한 버스 노선이 연결되어 브리즈번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처음 자카란다를 심은 브리즈번 식물원에서 앨리스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브리즈번의 랜드마크인 스토리 브리지 일대, 호주 퀸즐랜드 주립 대학교 교정 등 브리즈번 시내 곳곳에서 자카란다 나무와 꽃을 만날 수 있다.

Richard Godfrey River, Under the Jacaranda, Oil on Canvas, 143.4×107.2cm, 1903.

자카란다꽃이 만개한 풍경을 그린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브리즈번 시내에 위치한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QA OMA)에서 상설 전시하는 리처드 고드프리 리버(Richard  odfrey River)의 1903년 작 ‘자카란다 아래(Under the Jacaranda)’다. 영국에서 태어나 호주 퀸즐랜드 지역에 거주하며 화가로 활동한 그는 당시 브리즈번 식물원에 처음 심은 자카란다 그늘에서 자신의 아내와 함께 차 한잔을 즐기는 고즈넉한 오후 풍경을 그림에 담았다.

호텔 샹그릴라 싱가포르의 정원에 설치한 높이 7m의 난초 온실인 오키드 파빌리온. 사진 제공 싱가포르 관광청.

 난초 & 싱가포르  호주
넬슨 만델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앤젤리나 졸리, 김연아, 수지…. 노벨상 수상자부터 배우와 뮤지션,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하는 일도, 국적과 성별, 연령대까지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 유명인이라는 것, 그리고 세계 최대 난초 재배지 내셔널 오키드 가든에 자신의 이름을 딴 난초 종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열거한 유명인의 이름을 난초에 붙인 것은 싱가포르의 난초 명명식(Orchid Naming Ceremony)이라는 특별한 전통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국빈을 환영하고 기념하기 위해 4~5년간 특별한 난초 품종을 배양하고, 그 난초에 국빈의 이름을 붙이고 내셔널 오키드 가든에 직접 심게 하는 행사다. 사시사철 난초가 꽃을 피우는 싱가포르에서 난초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국가 정체성을 집약한 특별한 문화적 상징이다. 수많은 종류는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공존하는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어디서나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은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발전과 번영을 의미한다. 난초 명명식에서 알 수 있듯 난초는 환대와 외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내셔널 오키드 가든이 위치한 싱가포르 보태닉 가든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곳곳에서 난초를 상징하는 건축물과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호텔 샹그릴라 싱가포르 정원에 설치한 오키드 파빌리온이다. 높이 7m의 목조건물인 오키드 파빌리온은 호텔 개관 45주년을 기념해 설치한 야외 난초 온실로, 600여 개 화분에 심은 32종의 난초를 색의 조화를 따져 배열해 어느 각도에서 봐도 무지갯빛 장관을 연출한다.

Lee Hock Moh, Soaring Together, Mixed Media, 65×133cm, 2014.

리혹모(Lee Hock Moh, 1947~)는 공필화(工筆畫) 기법을 사용한 세밀한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로 난초의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동양화로 잘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대표 갤러리 중 하나인 갤러리 나웨이( allery NaWei) 소속 작가인 그는 난초를 직접 재배하며 관찰, 잎이 거의 없어도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난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 전통적 중국화의 단순하고 소박한 난초 그림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예술 세계를 펼쳐낸다.

튀르키예 라벤더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쿠유자크 마을.

 라벤더 & 이스파르타  튀르키예
튀르키예 남서부에 위치한 이스파르타(Isparta)는 매년 여름 수백만 송이의 장미와 라벤더로 물들어 진한 꽃향기로 방문객을 매혹하는 ‘꽃의 도시’다. 라벤더 농업과 관광산업을 결합해 최근에는 세계적 에코 투어리즘 명소로 손꼽힌다. 튀르키예 라벤더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쿠유자크(Kuyucak)는 인구 25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매년 7월 중순 열리는 라벤더 축제(Lavanta Festival) 기간에는 전 세계 관광객이 라벤더의 보랏빛 물결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1975년 한 장미 상인이 프랑스에서 라벤더 묘목을 가져와 장미 정원 옆에 심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 이곳 라벤더 정원의 규모는 3000헥타르를 넘어선다. 이스파르타에서 라벤더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인 튀르키예에서 라벤더는 중요한 문화적 상징을 지닌다. 오스만제국 시대부터 라벤더는 천연 향수와 아로마테라피 용도로 불안감을 완화하고 숙면을 돕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결함과 치유의 상징으로 알려진 라벤더를 기도하는 공간인 모스크 실내에 뿌려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이스파르타 지역의 라벤더는 일반 품종에 비해 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누와 오일, 차는 물론 최근에는 라벤더꿀과 아이스크림, 레모네이드 등 다양한 제품을 즐길 수 있다. 언덕에 넓게 펼쳐진 라벤더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전과 시장, 공중목욕탕, 대형 분수 등 인상적인 고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건 이스파르타만의 매력이다. 라벤더가 피기 전인 5월과 6월에는 장미로 유명한데, 세계 장미 오일의 65%를 이곳에서 생산할 정도. 으깬 감자로 만든 하무르수즈와 두부의 일종인 퀼라치 등 미식 강국다운 지역 음식도 맛보기를 권한다.

Fahr El-Nissa Zeid, Lavender, Oil on Canvas, 72×58cm, c.1950s.

튀르키예의 대표적 여성 아티스트 파흐르 엘-니사 제이드(Fahr El-Nissa Zeid)는 추상표현주의와 이슬람 전통 문양을 융합한 독창적 스타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라벤더를 추상적 패턴으로 표현한 작품이 2023년 5월 본햄 옥션에서 8만9300파운드(약 1억6200만 원)에 낙찰되었다.

튀르키예 라벤더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쿠유자크 마을.

 튤립 & 리서  네덜란드
튀르키예 남서부에 위치한 이스파르타(Isparta)는 매년 여름 수백만 송이의 장미와 라벤더로 물들어 진한 꽃향기로 방문객을 매혹하는 ‘꽃의 도시’다. 라벤더 농업과 관광산업을 결합해 최근에는 세계적 에코 투어리즘 명소로 손꼽힌다. 튀르키예 라벤더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쿠유자크(Kuyucak)는 인구 25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매년 7월 중순 열리는 라벤더 축제(Lavanta Festival) 기간에는 전 세계 관광객이 라벤더의 보랏빛 물결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1975년 한 장미 상인이 프랑스에서 라벤더 묘목을 가져와 장미 정원 옆에 심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 이곳 라벤더 정원의 규모는 3000헥타르를 넘어선다. 이스파르타에서 라벤더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인 튀르키예에서 라벤더는 중요한 문화적 상징을 지닌다. 오스만제국 시대부터 라벤더는 천연 향수와 아로마테라피 용도로 불안감을 완화하고 숙면을 돕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결함과 치유의 상징으로 알려진 라벤더를 기도하는 공간인 모스크 실내에 뿌려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이스파르타 지역의 라벤더는 일반 품종에 비해 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누와 오일, 차는 물론 최근에는 라벤더꿀과 아이스크림, 레모네이드 등 다양한 제품을 즐길 수 있다. 언덕에 넓게 펼쳐진 라벤더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전과 시장, 공중목욕탕, 대형 분수 등 인상적인 고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건 이스파르타만의 매력이다. 라벤더가 피기 전인 5월과 6월에는 장미로 유명한데, 세계 장미 오일의 65%를 이곳에서 생산할 정도. 으깬 감자로 만든 하무르수즈와 두부의 일종인 퀼라치 등 미식 강국다운 지역 음식도 맛보기를 권한다.

Hans Bollongier, Floral Still Life, Oil on Panel, 1639.

최초의 버블 경제 현상으로 알려진 ‘튤립 파동’이 일어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화가들이 정물화에 가장 즐겨 그리는 부와 사치의 상징이었다. 당대 가장 유명한 정물화가 한스 볼롱이르(Hans Bollongier, 1598~1672)의 대표작 ‘꽃이 있는 정물(Floral Still Life)’에 등장하는 줄무늬 또는 불규칙한 점이 있는 돌연변이 튤립이 바로 튤립 파동의 주인공. 극도로 화려하고 값비싼 튤립과 어두운 배경의 대비를 통해 당시 네덜란드 정물화 특유의 철학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삶의 덧없음)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노란색 나마콸랜드 데이지가 만개한 나마콸랜드. 황량한 사막이 매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꽃의 바다로 변한다. ⓒ Elizabeth Stegmann.

 야생화 & 나마콸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꽃이 아름다운 건 어쩌면 곧 시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구상에서 꽃의 유한한 아름다움을 가장 극적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나미비아 접경 지역에 위치한 나마콸랜드 Namaqualand)일 것이다. 연중 대부분 황량한 사막 지형인 이곳에서 남반구의 봄인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사막이 꽃의 바다로 변하는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8월 초 우기가 끝나면 누런 흙으로 가득하던 나마콸랜드에는 폭발적으로 야생화가 개화한다. 그때가 되면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식물 생태계로 완전히 변모하는데, 지역 전체가 4000종 이상의 식물로 덮이고, 그중 1000여 종이 나마콸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토착 식물이다. 대표적 식물이 강렬한 주황색과 노란색, 흰색, 연분홍색 등 색색의 꽃잎이 피는 국화과 식물인 나마콸랜드 데이지인데, 해가 뜨면 꽃잎을 열고 해가 지면 닫혀 맑은 날에만 꽃이 핀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추천하는 방문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나마콸랜드는 한해살이 야생화의 씨앗이 모래바람에 날려 이동하기 때문에 꽃이 피는 지역이 매년 일정하지 않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북서부 해안 700k㎡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 생태계의 보고인 나마콸랜드를 보호하고 있다.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국립공원까지 거리는 약 500km로, 차를 타고 6~7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는 야생화뿐 아니라 스프링복과 가젤, 흰꼬리수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으며, 밤이 되면 은하수와 수많은 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천문학자와 사진작가에게 인기 있는 별 관측 명소이기도 하다.

Installation Image of Jaime-Lee, Byron, Dustin, Faroll, Lynette, 2024, in 〈Igshaan Adams: Weerhoud〉, The Hepworth Wakefield, June 2024. Photo by Mark Blower.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이그샨 애덤스(Igshaan Adams, 1982~)는 직물과 구슬을 섬세하게 직조한 설치 작품으로 조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 문화적 배경과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는 직물과 구슬을 엮는 방식에 따라 ‘길(pathway)’이라는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사회구조 속 개인이 흔적을 남기는 방식을 시각화한 작품에서 사막의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며 기어이 풍경을 바꿔내는 야생화의 강인한 생명력을 연상하게 된다. 올해 8월 3일까지 덴마크 아로스 오르후스 미술관에서 개인전 〈Weerhoud〉를 개최한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