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에서 즐겨요
2017 베니스 비엔날레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맛보기로 즐길 수 있는 이색 전시.
물의 도시에서 중세 예술과 현대 디자인의 감성을 마주했다.
Ca’ d’Oro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적 현대미술 행사 베니스 비엔날레. 올해는 57회째로 5월 11일부터 11월 26일까지 작은 물의 도시를 예술의 향취로 물들인다. 그보다 한발 앞서 베니스에서 만날 수 있는 2개의 전시를 소개한다. 낭만이 넘실대는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짭조름한 해산물 요리에 곁들여 베네토 와인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당신을 들뜨게 할 베니스 여행의 새로운 방점을 찍을 전시.
잘레스키(Zaleski) 컬렉션 카펫
먼저 3월 23일부터 7월 23일까지 카 도로(Ca’ d’Oro, 황금의 집이라는 뜻으로 베니스 대운하에 면해 서 있는 후기 고딕 양식 저택)의 조르조 프란체티 갤러리(Galleria Giorgio Franchetti)에서 잘레스키(Zaleski) 컬렉션 카펫과 르네상스 회화 전시를 연다.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제작한 마스터피스급 앤티크 카펫이다. 오래된 베네치안 양식 건물로 이슬람 건축의 영향을 받은 파사드가 특징인 카 도로와 중동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수공예 카펫의 만남이 우리를 중세의 고풍스러운 예술 세계로 인도한다. 갤러리의 설립자 조르조 프란체티는 어릴 때부터 카펫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 카펫을 하나의 ‘장식 예술(decorative art)’로 인식한 그 덕분에 이 전시가 가능했다.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정확히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와 비교하면서 카펫의 예술성을 감상해볼 것.
1 Ritratto di Ettore Sottsass Photo by Bruno Gecchelin
2 Kachina 05, 2009-11 serie Kachinas Galleria Mourmans Photo by Jean Bernard
3 Kachina 10, 2009-11 Vetro soffiato e Corian? serie Kachinas Galleria Mourmans Photo by Jean Bernard
4 Kachina 16, 2009-11 serie Kachinas Galleria Mourmans Photo by Jean Bernard
5 Allodola, 2003 VETRERIA ETRUSCAPhoto by Riccardo Bianchi
6 Upupa, 2003 VETRERIA ETRUSCA Photo by Riccardo Bianchi
4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산조르조마조레 섬에 위치한 유리 박물관(Le Stanze del Vetro)에서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1917~2007년)의 글라스 아트워크 전시를 개최한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아트 컬렉터 어니스트 무어먼스(Ernest Mourmans)가 소장한 200여 점의 글라스 & 크리스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스위스에서 출생한 그는 1946년 밀라노로 이주해 트리엔날레 ‘핸드크래프트’ 부문 건축감독을 역임하며 처음 유리공예를 접하게 된다. 소트사스는 생전에 거의 ‘마법’에 가까운 글라스 제조법에 매료되었다고 회고했다. “유리는 매우 신비롭고 투명하며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자재입니다. 무엇보다 액체에서 고형으로, 불에 의해 그을리고 연마되면서 순수한 결정으로 재탄생하는 독특한 성질을 지녔습니다.”
1947년에 그의 첫 번째 글라스 오브제를 완성했고, 1970년대부터 ‘비스토시(Vistosi)’와 협업하며 제대로 유리의 잠재력을 실험한 그는 1981년 멤피스 그룹 설립 이후 더욱 열정적으로 유리 작품에 몰두하게 된다. 멤피스를 통해 그가 선보인 작품은 그림자와 투명성이라는 유리의 이중적 특성을 풀어내며 단순한 화기를 뛰어넘는, 하나의 아트 피스와 같은 존재감을 뽐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1999년 카타르의 아트 컬렉터 셰이크 사우드 알타니(Sheikh Saud al-Thani)의 ‘밀레니엄 하우스’를 위해 제작한 ‘조각 시리즈’도 다수 선보인다. 기능주의 디자이너가 만든 예술성에 치우친 글라스 아트워크의 세계. 평생 다시 경험하기 힘든 기회를 놓치지 말자.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