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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나의 미래

LIFESTYLE

광고계의 거장 김홍탁이 미래에 대해 그리고 소통에 대해 그렇게 강조해온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을 ‘꼰대’라고 칭하는 건 결코 듣기 싫은 소리를 해서가 아니에요. 미래와 비전에 관해 얘기하지 않고 늘 ‘왕년엔 이랬는데’ 같은 말만 되풀이하기 때문이죠. 시니어일수록 그간 쌓은 풍부한 경험에 끊임없이 새 지식과 정보를 더하면서 성숙한 혜안으로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해요.”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소통을 통하면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좋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식과 정보와 생각을 자기 스스로 틀에 가둔다면, 거기에 잡생각이 머물기 쉽죠. 그러니 소통하고 공유하며 함께 옳은 방향으로 공명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서 또 “결국 좋은 아이디어는 계산이 아닌 ‘발견’에서 나오니까요”라고 했다. 20년 넘게 김홍탁 CCO가 광고계에서 얻은 철학이다.
플레이그라운드 CCO(크리에이티브 총책임자) 김홍탁은 세계가 주목하는 광고인이다. 1995년부터 글로벌 광고 . 마케팅 회사 ‘제일기획’에 근무하며 ‘마스터’(전문 임원.Executive Creative Director)의 칭호까지 얻었고, 국내에선 최초로 글로벌 광고(2000년에 시작한 삼성전자 광고)를 섭렵하며 명성을 떨쳤다. 또 TV, 인쇄 광고 일색이던 국내 광고 시장에 디지털 캠페인을 처음 도입한 것도 그다. 이러한 앞선 식견 덕에 그가 칸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국제 광고제에서 받은 상만 수십 개.
심사위원으로서 활약도 돋보이는데, 2012년엔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에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칸 키메라(Cannes Chimera)’의 14명 전문 심사위원 중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지금도 태국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올 초 돌연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그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첫 프로젝트의 키워드가 바로 ‘협업’이다. 사실 ‘협업의 시대’나 ‘협동조합’같은 단어는 그가 이전부터 자주 써온 말. 그는 오래전부터 협업과 소통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메시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인지 그가 총책임자로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도 마케팅 광고 대행 업체와 브랜드 전문 그룹, 문화 콘텐츠 개발 기업 등 총 11개 회원사가 자유로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협동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예전엔 회사 간 이해관계의 문제로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를 꾸리는 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생존’보다 ‘공존’이 필요한 시대니까요.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든 것도 그래요. 어디까지나 새로운걸 만들어 세상을 바꿔보자는 뜻이 크죠.”
물론 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했을 땐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다. 또 실험적 조직을 만들겠다는 말에 많은 이가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목표가 뚜렷한 상태에서는 실패도 나름 가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오래전부터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전 회사에서 굵직굵직한 광고를 맡아 진행할 때도 늘 새로운 걸 꿈꿨죠. 큰 조직에 속해있어도 ‘나 자신은 늘 스타트업’이란 생각으로 일했고요. 그래서인지 일반인이 흔히 겪는 슬럼프에 대한 기억도 없어요. 솔직히 그걸 느낄틈도 없었고요. 늘 쉬지 않고 책을 내거나 조직을 꾸리고, 전시를 기획했기 때문이죠. 사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고민하고 새로운 생각을 할 시간도 부족한데 좁은 현실에 묶여 얽매이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그의 능력은 그간 만든 여러 편의 광고 캠페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뻔한 광고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 문화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광고를 소개하고자 기획한 ‘안티 광고전’(2001년)이 그렇고, ‘국물 맛이 좋다’느니 ‘면발이 끝내준다’느니 하는 판에 박힌 카피 하나 없이 눈밭에 선 여자가 “가쓰오 우동”이라 말하는 것이 멘트의 전부인 CJ의 ‘가쓰오 우동’ 광고(2002년), 카메라 광고임에도 카메라가 나오지 않는 삼성 카메라 ‘NX100’ 광고(2010년), 실제 난민의 모습을 미니어처 피겨로 만들고 서울시립미술관 곳곳에 배치한 뒤 사람들이 찾게 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작품과 난민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게한 <보이지 않는 사람들(Invisible People)>(2014년) 전시 등은 오래전부터 그가 새로움과 소통을 얼마나 중시해왔는지 말해준다.
그런 김홍탁 CCO가 최근 제시하는 광고계 트렌드도 그가 이전부터 중요시해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확대됐다. 지금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몇몇 캠페인이나 세계적 광고제를 휩쓴 광고 작품은 기존에 없던 새로움은 물론 소비자와의 관계, 협업 등 사회 변화와 혁신을 중시하는 컨셉이다.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 페스티벌에선 일찌감치 ‘UNDPI(UN Department of Public Information)’ 상을 제정해 인권과 교육, 환경, 범죄 등의 사회문제 해결을 가장 잘 표현한 광고를 시상하고 있고, 칸 광고제 역시 2010년부터 공익 분야(Grandprix for Good) 시상을 창설했다. 그런가 하면 그가 속한 플레이그라운드도 이에 질세라 지난 7월 기부 문화 플랫폼인 ‘셰어 앤 케어(Share & Care, www.sharencare.me)’를 내놨다. 이는 경제 규모(14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우리나라의 기부 순위(60위)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SNS 사용자가 의미 있는 기부 활동을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 기업이 1건에 1000원씩 기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돈이 없더라도 기부 문화 확산에 일조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공유가 기부다’라는 컨셉으로 벌써 1700여 명의 간접적 기부자를 만들어냈다. “최근엔 시민이 직접 참여해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캠페인이 가장 핫한 트렌드로 꼽혀요. 올해 칸 광고제 공익 부문 수상작만 해도 지난해에 세계를 강타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였죠. 그걸 보면 많은 걸 느낄 수 있어요. 자꾸 사람들을 끌어들여 어딘가에 동참하게 하고, 가치를 만들게 하고, 그 가치를 퍼뜨리게 하는 것. 그러면서 그 취지가 알려지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기부 문화가 일어나 세상이 바뀌는 거죠.”
김홍탁 CCO는 최근 여섯 번째 책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를 내놨다. 이 책에서 그는 너무 외면적인 것에만 취해 있지 말고 진짜 본질을 보자고 말한다. 지난 한 해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수 많은 글 중 ‘본질’에 관련된 글을 모아 편집했는데, 이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질을 자각함으로써 미래를 더 확실히 내다보자는 것’이 포인트다. 그야말로 미래학자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런 그가 가까운 미래에 진짜로 하려는 건 뭘까?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부터 집필과 강연 활동 등을 이전보다 활발히 할 생각이에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광고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광고와 브랜딩, 마케팅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도 구축하고 싶고요. 대학이 꼭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지는 지금, 광고만 전문으로 하는 평생 대안학교 같은 형태의 교육 집단을 꿈꾸는 거죠.” 늘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고 문제를 파악해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김홍탁 CCO의 미래 계획은 이처럼 뚜렷하다. 그가 가까운 미래에 또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