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그간 본 듯 안 본 듯, 겪은 듯 안 겪은 듯 미래를 경험해왔다면 여기 소개하는 네 과학자의 얘길 잘 들어보자.
재난 구조 로봇을 만들어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고, 드론을 띄워 곧 부상할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비하는가 하면, 유전자 연구로 미래의 식량 걱정을 덜어주며, 가상현실로 이전에 없던 세상을 눈앞에 펼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해 여전히 ‘케 세라 세라’인 당신에게 전하는 어떤 매혹.
드론, 하늘을 나는 로봇
홍세화(바이로봇 이사)

드론을 꽤 일찍부터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민군실용로봇단’ 그룹에 속한 비행로봇팀에서 일하면서 드론을 처음 알게 됐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완구용 드론을 개발하는 ‘바이로봇’은 드론을 ‘하늘을 나는 로봇’으로 정의한다. 로봇 서비스 생태계에서 비행 로봇의 한 플랫폼으로 드론을 바라보는 것이다. 로봇의 기본 목적은 인간의 감각기관 확대다. 드론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날아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굉장히 높다.
사람들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로봇 이상의 무언가를 드론에 기대한다. 전문가가 보는 드론의 발전 방향은 어떠한가? 로봇의 발전 방향과 결부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정보 단말기화다. 드론도 스마트폰처럼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 단말기로 볼 수 있다. 둘째, 자율화다. 최근 화제가 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려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 등에서 추진하는 드론 택배는 카메라로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스스로 판단해 경로를 정해야 가능한 프로젝트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화다. 개별 로봇의 자율화된 지능이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집단 지능이 되는 것을 말한다. 한 로봇의 정보를 다른 로봇이 공유하면 오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드론을 무조건 예찬하는 미디어의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언론 매체를 통해 많이 보도된 내용을 보면 드론이 반짝하고 뜬 것 같지만 무선통신망, 센서의 소형화와 경량화 등의 기반 기술과 함께 발전하면서 성장했다고 봐야 한다. 아직은 안전상 문제도 많고, 보험 제도도 정비가 안 되어있다. 이런 문제는 차츰 해결될 것이다.
완구용 드론 개발의 대표주자로서 바이로봇은 향후 어떤 변화를 모색 중인가?
바이로봇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완구와 드론을 접목해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완구 쪽에서 드론의 경량화 기술을 먼저 확보했다. 완구용 드론의 경우 ‘호버링(정지 비행)’에서 기술력이 판가름 난다. 내부의 센서만으로 드론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완구 단계라면, 이제 드론에 카메라를 달고 외부 환경을 인식해 자율 주행을 하게 하는 단계를 실험 중이다. 올해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모바일 게임과 실제 날아다니는 드론을 결합해, 새로운 인터랙티브 게임의 미래를 제안하는 것이다. 가상현실과 드론을 접목하는 기술도 고려 중이다.
유전자 교정, 인류의 긍정적 진화
김석중(툴젠 사업개발이사)


‘유전자 교정’이라는 게 대체 뭔가? 유전 정보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걸 말한다. 말하자면 우리 몸속의 망가진 유전자를 고치거나, 원래 있던 유전자를 조금씩 바꾸는 일, 외부의 유전자를 정확히 몸속에 투입하는 일이다.
해당 연구 분야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각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이와 관련한 대규모 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는 거다. 지난 12월 미국에서 유전자 교정 기술과 관련한 과학 정상회의가 열렸고, 얼마 전엔 한국에서도 ‘기술 영향 평가’라는 프로그램으로 정부 주도의 연구가 시작됐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앞으로 점차 인간의 질병 치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 그리고 생태계의 유전 정보 조정 등을 통해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만들어낼 거다. 그래서 현재 유전자 교정 기술이라는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을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개인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문화가 생겼듯, 개인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소유하게 되면 어떤 문화가 생겨날까? 유전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의 발달로 누구든 150만 원 정도만 있으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소유할 수 있다. 또 임신한 여성의 피를 통해 태아의 유전 정보까지 읽어내는 기술도 이미 존재한다. 이런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자신의 유전 정보를 P에 보관하는 이도 점점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상화되고 우리가 유전 정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유전 정보에 근거해 개인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하는 시대가 올 거다. 이를테면 식단이나 운동량, 운동의 종류, 쓰는 화장품, 수면 패턴 등을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택하는 날이 온다는 얘기다.
지금 하는 연구 분야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놀라운 일을 꼽는다면?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 혹은 지난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유전자 질병 중 일부를 극복하게 될 거다. 또 가정에선 환경친화적으로 재배한, 영양소가 듬뿍 담긴 식자재를 식탁에서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과학자로서 지금 하는 일에 거품이나 오해는 없다고 보나? 있다. 그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종종 강연을 해왔는데, 유전자 교정 기술을 사람 몸속의 유전자를 전부 쉽게 바꿀 수 있는 정도로 기대하는 이도 있더라. 물론 현재 기술로도 인체의 일부 세포나 장기의 유전자 교정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우리 몸속의 유전 정보를 자유롭게 편집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유전자 교정 기술을 통해 불로장생이 가능한 날도 올까? 예쁜꼬마선충(실험 모델로 사용하는 선형동물)이라면 지금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유전자 변화나 식단 조절 그리고 화학물질 투여 등을 통해 원래 2~3주 정도 사는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10배까지 연장시켰다는 논문도 있다. 예쁜꼬마선충과 인간은 노화와 장수에 관한 유전적 요인을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데, 결국 이런 연구로 불로장생까진 어렵더라도 수명 연장 정도는 확실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래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지금 몸담은 회사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툴젠’은 생명과학 기술을 사업화하는 회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전자 가위(유전자 가위 기술이 있으면 유전 정보를 정확하고 편리하게 교정할 수 있다) 사업화에 성공했다. 나는 연구자로서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인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개발해 동료 연구자에게, 또 다른 기업에, 그리고 주주 또는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앞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를 우리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것이며, 그것은 분명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로봇, 미래의 동반자
한재권(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로봇 공학자로 활동하다 최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변신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회사 ‘로보티즈’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많은 연구를 이어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업에 속해 있다 보니 이윤이 남는 일을 지속해야 했는데, 그게 좀 마음에 걸렸다. 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건 ‘내 연구’를 하기 위한 방책이다. 또 후학 양성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론 더 수준 높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봇 시스템과 인공지능이 발전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한다면? 빠르면 5~10년 안에 구글의 ‘무인차’가 택시 산업에 투입될 것이다. 앱을 켜서 내 위치로 택시를 부르고, 택시 안은 응접실처럼 넓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며, 택시비 역시 인건비가 안 들기 때문에 당연히 절반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 기사는 모두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본격적인 산업 재편이 시작되는 거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인가? 지난해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출시해 판매 시작 1분 만에 매진된 인공지능 로봇 ‘페퍼’다. 페퍼는 이전에 나온 로봇에 비해 상황 판단 능력이 월등하고, 자율적 판단에 의한 행동도 할 수 있다. SF 영화에서 본 미래 로봇 형태와 아주 가깝다. 근데 더 놀라운 건, 이 로봇이 고작 19만8000엔(약 19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훗날 역사학자들은 2015년에 쓸 말이 아주 많을 거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인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은 결국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례로 캐디처럼 골프 가방을 들고 다니는 미국의 ‘캐디트렉’은 캐디라는 직업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각종 로봇의 확산은 기존 직업의 몰락과 함께 산업과 유통의 재편, 더 깊숙이는 남녀의 결혼관까지 흔들며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그럼 우린 그것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정부와 기업은 휴머노이드와 가정용 로봇의 보급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자동차를 만들고 그것의 악용(환경문제)이 인류에 피해를 주긴 했지만, 인류 멸망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로봇은 그것과 다르다. 로봇이 대중적으로 상용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그와 관련한 윤리적 법률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재난 구조 로봇 경연 대회 ‘다르파(DARPA)’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해 현재 무엇을 계획하고 있나? 올해부터 학생들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려 한다. 단순히 일을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인간의 솔메이트 같은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론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한 인간이 멀리 있는 로봇을 자신의 아바타처럼 부릴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내가 말하면 로봇도 말하고, 내가 뭔가를 들으면 로봇도 들을 수 있다. 현재 나온 기술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 로봇의 제작 기간은 1~2년쯤으로 잡고 있다.
가상현실, 미래의 타임머신
황대실(스코넥엔터테인먼트 대표)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상상을 하는 동물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 상상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실현하고 그것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공간을 360도로 보여주는 가상현실 속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되며, 내가 아닌 누군가로 살아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언젠가 가상현실 기기가 우리에게 완벽한 편안함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타임머신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가상현실을 구현하겠다는 욕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가상현실이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무엇’으로 패러다임을 급속하게 전환할 수 있었던 요소에 대해 설명해달라. 컴퓨터의 혁신은 ‘퍼스널(personal)’ 개념이 붙으면서 가능해졌다. 가상현실도 그렇다. 스마트폰이나 PC와 결합한 다양한 가상현실 기기가 등장하면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개개인의 꿈에 맞춘 퍼스널 가상현실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네트워크 환경이나 센서 기술 등 관련 분야의 발전도 가상현실의 개념을 혁신하는 데 일조했다. 업계에서는 5G가 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가상의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TV의 영상과 가상현실 기기의 영상은 그 용량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상현실 기기는 아직 디스플레이의 혁신에 머물러 있다. 헤드셋을 쓰는 기기는 시각과 청각을 통제하면서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하지만, 이제는 나머지 감각도 채워줘야 한다. 사람의 오감을 충족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술의 발전이 가상현실의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진 않을 것이다. 맞다. 가상현실 관련 하드웨어의 발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년 사이에 6종 정도의 기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그 안에 넣을 좋은 콘텐츠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가상현실을 하나의 게임 플랫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그 가능성은 의료, 교육, 군사 등 다양한 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무궁무진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의사가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수술에 참여할 수도 있다. 예전에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다른 영역과 적극적으로 융·복합을 시도해야 한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업계에서 불가사의한 존재다. 우리는 지난 25년 동안 콘텐츠 제작사를 지향하면서,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 오락실의 아케이드 박스에서 출발해 스마트폰의 가상현실 구현에까지 이르렀고,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와 거래하면서 공동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이 그만한 보상을 해준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현재 가상현실 분야는 누가 먼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하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다. 왜냐하면 아직 아무도 이 분야에 제대로 도전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게임을 비롯해 문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