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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지도

LIFESTYLE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지도는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안내하고 있다.

지도 데이터는 자동차의 자율 주행을 가능케 한다.

작년 이맘때 국내에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이 화제가 됐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 구글은 2007년부터 정부 부처에 수차례 지도 데이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는데, 작년 6월 다시 한번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1의 상세 지도 데이터를 신청한 것이다. 구글은 “3차원 지도나 도보 길 찾기 같은 지도 서비스를 온전히 제공하기 위해선 상세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에 반대하는 관계자들은 국가 안보와 국내 지도 산업의 보호 문제 등을 거론하며 맞섰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 8개 관계 부처가 협의체를 구성해 수개월간 논의한 결과, 지난 11월 반출 불허 결정을 내리며 이 이슈는 일단락됐다.
구글이 9년 동안 끈질기게 지도 데이터를 요청한 이유는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그들의 새로운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통해 인간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잇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도 데이터가 필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서로 ‘연결’하는 건데, 이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이 멋진 기술도 무용지물이기 때문. 구글과 애플, 네이버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이 부분을 선점하고 그들의 신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지도 전쟁’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지도 데이터는 어떤 기술과 결합하는 걸까? 202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자율 주행 차는 지도 데이터가 가장 빛을 발할 분야다. 차량 스스로 판단하고 운전하는 자율 주행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선 고성능 카메라나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인공지능도 중요하지만, 특히 3D 고정밀 지도가 필요하다. 자율 주행 차가 사고 없이 운행하기 위해선 주변의 지형지물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3D 고정밀 지도는 신호등 위치나 교통표지판 등 도로의 3차원 정보를 모두 포괄한다.

1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3D 고정밀 지도.   2 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운영 중인 자율 주행 택시.

이 지도의 제작을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구글은 2004년부터 3D 지도 스타트업 키홀(Keyhole)을 인수하며 일찌감치 3D 지도 제작에 착수했다. 2005년 전 세계의 모습을 위성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구글 어스’를 발표하고, 2013년엔 사용자 참여형 내비게이션업체 웨이즈(Waze)를 약 1조1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 이런 구글이 지난 2011년 지도 유료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비싼 사용료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지도 제작에 뛰어들었다. 2015년 BMW, 아우디, 다임러 등 자동차 제작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우선 유럽 최대 내비게이션업체 히어(HERE)의 지분을 약 3조 원에 인수했다. 구글 지도를 사용하며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로 거듭난 우버 역시 지도 독립을 선언하고 약 5500억 원을 들여 독자적으로 세계지도 제작에 나섰다. 해외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네이버랩스는 지도 분야의 전문 기술 기업인 에피폴라를 약 100억 원에 인수했다. 에피폴라는 국내 최초로 3차원 지도 시스템을 개발한 곳.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에피폴라의 3D 기술과 네이버랩스에서 연구 중인 다양한 미래 기술이 시너지를 내며 기술력을 한층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 아마존이 개발 중인 프라임 에어 드론의 비행 장면.   4 1톤 이상의 화물을 나를 수 있는 징둥의 드론.

3D 고정밀 지도는 하늘을 나는 드론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요즘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드론은 어른을 위한 장난감 혹은 특수촬영 장비 정도로 여기지만, 지도 데이터와 결합하면 다양한 산업으로 진출이 가능하다.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2013년 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송 시스템인 ‘프라임 에어(Prime Air)’ 계획을 발표하고 소형 화물 위주의 택배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으며, 지난 5월부터는 드론을 위한 자체 항공교통관제 시스템 개발에까지 나섰다.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은 아예 1톤 이상 대형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농촌이나 산간 지역 등 교통이 열악한 곳에 효율적으로 상품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드론 배송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관련법 개정과 안전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업계에선 수년 내에 드론이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도 데이터와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 만든 게임 ‘포켓몬고’.

한편, 현실의 지형지물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대어 영상으로 만드는 증강현실(AR) 기술에 지도 데이터를 결합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해에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가 한 예. 이 게임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작동해 직접 오프라인 세상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위치한 포켓몬을 포획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게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적절히 결합해 현대인에게 새로운 활동 메커니즘을 제기할 뿐 아니라, 게임 중 자연스레 관광지나 유적지 방문을 유도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컴퓨터가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웹 3.0 시대에도 지도 데이터의 가치는 유효하다. 이 둘을 잘 활용한 예로는 구글이 작년 9월에 발표한 여행 애플리케이션 ‘구글 트립스’가 있다. 구글 계정과 연동해 사용하는 이 앱은 구글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맛집과 여행지를 추천하고, 구글 메일에 있던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 현황을 자동으로 수집하고 정리해 보여준다. 또 이용자의 구글 검색 기록을 분석해 취향에 맞춰 개인 일정까지 짜주니, 애플리케이션이 사람을 능가하는 든든한 여행 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용자 맞춤형 여행 어플리케이션 ‘구글 트립스’.  

국방과 경제, 사회 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도는 오래전부터 정부나 지배 계층에 의해 철저히 통제됐다.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고,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고 처음 단행한 것이 바로 지도 제작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지도를 둘러싼 권력은 민간 영역으로 넘어왔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길 찾기부터 맛집 검색, 대중교통 도착 시각 확인까지. 지도는 오늘날 현대인의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의 대표이자 <공간 정보 이야기>의 저자 김인현은 “지도 데이터, 그러니까 공간에 대한 정보는 DNA 등의 미시 세계부터 우주 같은 무한한 공간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며 “미래 산업을 실현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지도는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