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거장을 위하여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큰 박수를 받고 있는 요즘, 차세대 음악가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을까? 국내외 오케스트라에서 미래의 거장을 양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의 연주 장면
ⓒ 세종문화회관
얼마 전 롯데콘서트홀이 솔깃한 뉴스를 발표했다. 젊은 연주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유스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곧 본격적인 오디션을 실시할 롯데유스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입단을 꿈꾸는 대학생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파트별 연습과 레슨, 무대 리허설 등 실전 경험을 풍부하게 쌓으며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프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커리큘럼을 운영한다는 계획. 오디션을 거쳐 최종적으로 악단을 꾸리기까지는 아직 좀 더 기다려야겠지만 벌써부터 그들의 ‘창단 연주’가 기대되는 건 요즘 한국에 실력 있는 어린 연주자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롯데문화재단 외에도 이미 오랫동안 유스오케스트라를 운영해온 단체가 있다. 120여 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인데, 세종문화회관을 상주 홀로 연간 20회 이상 공연을 펼친다. 1984년에 창단한 이 악단은 지금까지 어떤 연주자를 배출했을까?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성기선, 서울시향의 호른 주자 세르게이 아키모프, 서울시향을 거쳐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첼리스트 김호정 등이 이 악단 출신. 어느덧 세계적 베이시스트로 성장한 성민제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출신인데, 당시 최연소 멤버로 활동했다는 그는 “두렵게만 느껴지던 오케스트라 무대를 어린 나이에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라고 고백한다.
해외에서는 유명 음악홀과 단체에서 유스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잘 알려진 것은 서울에서도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는 유럽연합 유스오케스트라(European Union Youth Orchestra). 1978년에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당시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초대 음악감독으로 영입했고, 1994년 그의 후임으로 하이팅크가 취임했다. 그 외에도 카라얀, 다니엘 바렌보임, 게오르그 숄티, 레너드 번스타인 등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객원으로 지휘하며 연주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유럽연합 유스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퇴단 후 여러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음악대학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여러 유스오케스트라가 활동 중이다. 내셔널 유스오케스트라(National Youth Orchestra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는 2012년 카네기홀이 창단해 2013년 여름 첫 공연을 개최한 비교적 신생 악단. 오디션을 통과한 16세부터 19세까지 젊은 음악인들이 모여 프로 연주자의 지도 아래 3주간 합숙 리허설을 한 뒤 미국과 해외 무대에서 투어 연주를 한다. 올해는 마린 올솝 지휘자와 함께 라틴아메리카로 투어 연주를 떠나고, 내년에는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와 함께하는 아시아 투어가 계획돼 있다. 이외에 보스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2012년 보스턴 필하모닉 유스오케스트라(Boston Philharmonic Youth Orchestra)를 창설했고, 리더십 강연자로도 유명한 지휘자 벤저민 잰더의 지휘 아래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영국에서는 청소년으로 구성된 대영 국립 유스오케스트라(National Youth Orchestra of Great Britain)가 수준이 뛰어난 악단으로 손꼽히는데, 2016~2017년 시즌에 런던 사우스뱅크와 제휴를 맺고 상주 악단으로서 정기 공연을 하며 사우스뱅크에서 공연하는 프로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함께 참여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연주하는 곡이 클래식을 넘어 작곡가 진은숙의 신작을 초연하는 등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며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친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젊은 음악도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은 ‘유스오케스트라’로 명명된 악단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이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포함해 유럽의 명망 있는 오케스트라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젊은 인재를 발탁해 양성하는데, 이후 정식 단원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아카데미는 프로 연주자가 되기 위한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약 2년간 오케스트라 경험을 쌓으며 악단 고유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이다.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단원 투표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카데미 활동을 하는 동안 좋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대표적 예로 지난해 내한 리사이틀에서 한국 관객에게 매우 뜨거운 반응을 얻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최연소 수석 클라리넷 주자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를 꼽을 수 있는데, 그 역시 베를린 필 아카데미 장학생을 거쳤다. 베를린 필 아카데미는 1972년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던 시절 젊은 연주자를 육성하기 위해 창설했고,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을 포함한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을 배출해왔다. 물론 한국 연주자도 있다. 플루티스트 조성현, 오보이스트 함경, 바수니스트 장현성 등이 이 아카데미 출신. 얼마 전 쾰른 필하모닉의 플루트 수석으로 임명된 조성현은 2013~2014년 시즌에 베를린 필 아카데미에서 1년 6개월 정도 활동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우상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플루트 수석 에마누엘 파후드 옆에서 함께 연주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오디션에 참가했다고 한다. “솔로 연주와는 다른, 오케스트라 연주에 필요한 연주 스킬과 자세를 배우면서 진정한 ‘앙상블’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음악적 시야를 더욱 넓힐 수 있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투어에도 참여해 단원들에게 조언을 듣고 매주 플루트 수석 주자들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으며, 세계적 지휘자가 이끄는 아카데미 정기 연주회를 통해 그룹 내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서울시향의 수석 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차세대 지휘자 발굴을 위해 6월 24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해외 오케스트라의 아카데미와는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서울시향도 음악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차세대 지휘자 발굴을 위해 시작한 ‘지휘 마스터클래스’는 거장 지휘자가 레슨할 뿐 아니라 서울시향을 직접 지휘해보는 경험도 제공한다. 서울시향에 새로 부임한 2명의 수석 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와 마르쿠스 슈텐츠가 올해부터 마스터클래스의 강사로 나서 각각 5월과 6월에 강의할 예정. 또 ‘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는 공연을 위해 내한한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를 초청해 국내 전공자들을 지도하는 방식이며, 작곡가를 양성하는 진은숙의 ‘작곡 마스터클래스’도 있다. 그리고 서울시향의 트럼펫 수석 주자 알렉상드르 바티가 강의하는 ‘바티 브라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향후 서울시향 단원으로 영입할 수 있는 우수한 금관 연주자를 양성하는 교육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개인의 노력만으로 탄생한 연주자가 아니라 기존 음악 단체에서 제공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연주자를 기대해도 좋은 시점이다. 우선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이렇다. 머지않아 만나게 될 롯데콘서트홀의 유스오케스트라나 서울시향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연주자들은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든든한 지원을 통해 성장해가는 차세대 연주자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베를린 필 아카데미 출신으로, 현재 쾰른 필하모닉의 플루트 수석으로 임명된 조성현
ⓒ Bonsook Koo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