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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성장하는 나라

ARTNOW

한 도시 전체가 예술 작품과 디자인으로 둘러싸인 유럽.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화 요소로 미술을 꼽는 유럽의 미술 교육을 들여다보았다.

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수단이다. 사람이 태어나 배우는 모든 것은 사고와 감성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특히 감성을 교육하는 예술은 삶의 필수 구성 요소다. 인류 최초의 그림으로 알려진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인류와 사회가 소통하는 도구였다. 미술은 미학적인 부분을 충족시킬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한 부분으로 존재해왔다. 유럽의 예술은 르네상스 시대를 기점으로 대부흥을 이뤘고, 미술은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선택적 사교육의 개념이 아니라 전체 교육행정의 필수 요건으로 미술 교육을 정의하고 있다. 유럽의 의회는 전 학년의 교과과정에 미술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을 안건으로 상정하며 ‘미술 교육이 자국의 문화 인식과 보존, 사회의 다양성 존중, 문화의 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철학을 실천한다. 미술 교육은 미술사와 더불어 현장 학습, 예술가와의 교류,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 교육 등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프랑스와 영국, 북유럽에서는 미술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라 메종 데 프티의 내부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미술 도구를 활용한 놀이를 즐기고 관련 서적을 살펴볼 수 있는 무료 공간이다.
ⓒ La Maison des Petits

국가, 기관, 부모가 협업하는 프랑스 교육
프랑스는 문화 강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유럽 국가 중 미술 교육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술 교육이야말로 인간성 계발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필수 교과과정 외에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다양한 기관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미술사를 기본 과목으로 지정할 만큼 예술의 근본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다른 유럽 국가가 현시대를 조명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미술사를 배우는 초등학생은 전통 의식주 경험, 문화 유적지 방문, 고대 작품 따라 그리기 등 관찰과 비교를 통해 미술사를 조명하며 글보다 체험 학습 위주로 학문을 습득한다.
미술 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또한 참여도와 교육의 질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루브르 아틀리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학생에게 초점을 맞춘 교육을 진행한다. 학생은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을 배우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파리의 대표적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경우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현대미술과의 거리를 좁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톡톡(Tok-Tok)은 아이의 관찰력, 창의력, 자율성을 발달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 미술 강의실로 꾸민 전시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적 장르를 경험하고 직접 작품을 만들어 생각을 표현하면서 예술적 공감각을 발달시킨다. 라 메종 데 프티(La Maison des Petits)는 신생아부터 5세까지 아이와 그 부모를 위한 미술 교육 아틀리에로 독서, 게임, 노래교실 등을 열어 예술적 영감을 얻고 명상 시간을 통해 감성과 사고력을 기른다.
예술은 사회 곳곳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반적 분위기는 현시대 예술인들이 워크숍, 학교 내 전시 등 교육 활동을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미술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술 강의실로 꾸민 팔레 드 도쿄 전시장에서 체험, 스토리텔링 형식의 ‘톡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Palais de Tokyo

현대미술 발전을 이끄는 영국의 일상 속 교육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 재임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예술 진흥 정책을 마련하면서 공적 지원금을 늘리고 공공 미술 기관을 성장시키기 시작했다. 국가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정부는 중산층 이하의 청소년에게 미술대학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상류층 자녀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미술 교육이 더 넓은 사회계층으로 확산되며, 미술 작품의 성격과 주제 또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사이먼 패터슨이 디자인한 지하철 노선도와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대중매체에 선보이면서 일반 시민이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새로운 미술 흐름을 이끌어온 영국은 관련 정책을 만들고 지원할 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도 주목해왔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미술 교육 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는 다른 유럽 국가도 부러워할 정도. 2002년 출범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은 공교육에 문화를 접목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술을 비롯해 음악, 무용, 체육 등 모든 예술 영역을 기반으로 영국 전 지역 학교의 청소년과 예술가들이 교류한다.
이처럼 영국은 다양한 정책과 교육을 통해 현대미술과 공공 미술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 영국 작가들의 활발한 전시 활동, 지방 도시에 오픈하는 소규모 갤러리, 미술상 제정 등이 더해져 동시대 영국 미술과 교육은 더불어 성장하고 있다.

자연 체험 위주의 미술 교육을 진행하는 덴마크 ‘House Artist’
ⓒ Huskunstnerordning

자율성과 실용성을 앞세우는 북유럽
복지 강국인 북유럽은 교육을 사업이 아닌 복지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학점제가 아닌 Pass/Fail 제도를 적용한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예술 교육의 경우 이런 방식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북유럽 국가는 가구, 공예품 등 일상에서 활용하는 디자인 작품이 우수한 만큼 예술과 실생활을 연계한 미술 교육을 지향한다. 수공예와 목공, 금속공예 작업 등을 통해 창의력과 미적 감각, 기술을 향상시키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스웨덴에서는 미술 교육을 회화·공작·공예로 구분하는데, 공작과 공예를 통해 물질을 다루며 인간적·경제적 가치를 이해할 뿐 아니라 창의적 능력을 계발한다. 만들기 교과는 ‘생산과 소비’, ‘환경과 문화’에 대한 지도 내용이 포함돼 있어 실생활과 연관된다.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교사의 조언이 있지만 자기만의 재료를 찾고 작업 방식을 탐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작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자율성에 따른 불완전함은 작품의 부족함이 아니라 개인의 독창성으로 이해하고 놀이를 예술의 최대 목표로 삼는다. 교육 철학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미술과 실생활의 연계에 중점을 두는 덴마크의 미술 교육 ‘Huskunstnerordning(House Artist)’은 각 분야의 예술가가 0~19세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예술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다’는 것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을 직접 찾아가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지도자인 예술가에게도 특별한 기회다. 그뿐 아니라 교육부와 문화부가 공동으로 미술관과 과학 센터의 자료를 통합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e-museum’을 만들어 과학의 실천적 검증과 미술의 창의성을 아우른 폭넓은 문화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렇듯 유럽의 사례는 미술 교육이 특화된 분야가 아니라 사회 문화의 필연적인 한 부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문화유산 보호 기구 UNESCO는 2006년 Road Map for Arts Education을 공표하면서 예술 교육이 유아기부터 이루어져야 자연스럽게 문화를 이해하고 건설적인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의 미술 교육은 미술과 다른 영역 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이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반을 아우른다는 점을 시사하는 예다

 

참고 서적
신유미, <프랑스 아이는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다>

에디터임해경 (hklim@noblesse.com)
장윤정(아트 컨설턴트, 한림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