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도시 홍콩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3월, 홍콩은 분명 미술의 도시다.

Lu Yang, ‘DOKU the Creator’,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de Sarthe
3월, 홍콩이 다시 한번 현대미술의 중심이 된다. 전 세계 유수 갤러리와 아티스트, 컬렉터가 아트 바젤 홍콩 2025(3월 28일~30일)를 위해 모이기 때문. 매해 존재감을 더하는 이 행사는 최근 추가 하이라이트를 발표하는 등 올해도 새로운 기획과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우선 행사장 곳곳에서 대규모 조각, 설치,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타이틀은 ‘세상이 돌아가는 대로(As the World Turns)’. 문화적 공명과 회복력을 주제화하는 ‘패시지(Passage)’, 추상화와 물질성의 전복에 주목하는 ‘얼터레이션(Alteration)’, 디지털과 물리적 영역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차지(Charge)’, 신화와 영성, 존재의 순환적 성격을 연구하는 ‘리턴(The Return)’ 네 가지 주제로 세분화한다. 주요 작품을 미리 살펴보면, 지구 남반구의 예술 기법과 상징을 탐구한 파시타 아바드의 기념비적 회화 세 점을 패시지 파트에서, 시각적 수수께끼 도안으로 창작한 크리스토퍼 K.호의 황동 조각 작품 30점을 얼터레이션 파트에서 만날 수 있다. 차지 파트에서는 디지털 아바타가 제작한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무대로 한 루양의 신작을, 리턴 파트에서는 이주와 퇴거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는 바지코 차치히아니의 작품을 소개한다. 인카운터스 섹션은 행사장 밖으로 이어지는데, 몬스터 쳇윈드의 영화적 안무와 변태(變態)에서 영감받은 조각, 퍼포먼스 혼합 작품이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 파크 코트에 공연된다. 총 18점의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이번 행사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신선함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인카운터스를 성장시킨 알렉시 글라스 캔터의 마지막 큐레이션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갤러리 부스에서 펼쳐지는 주제전 ‘카비넷(Kabinett)’ 섹터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6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흥미로운 전시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P.P.O.W는 마틴 웡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제작한 도자기와 회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잉크 스튜디오는 류단, 리진, 양지창 등 마오 시대 이후 아티스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매체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수묵화 그룹전을,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는 삶의 복잡한 시스템과 심신의 풍경을 탐구한 앤 레다 셔피로의 수채화 시리즈를 준비한다. 갑옷으로서 의복 개념을 탐구한 부 댄 탄의 판지 조각과 드로잉 모음은 10 챈서리 레인 갤러리 부스에서, 물 형태 변화를 탐구한 곤도 다카히로의 도자 작품은 도쿄 갤러리 + BTAP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 있는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신설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심사위원단과 최종 후보 3인도 공개됐다. 에런 시자 델피나 재단 창립 디렉터, 안토니아 카버 아트 자밀 디렉터,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 등 심사위원단 면면이 화려하다. 최종 후보 3인은 스위트워터의 카요데 오조, 타르크의 사주 쿤한, 그리고 P21이 소개하는 신민이다. 최종 수상자는 행사 중 MGM 라운지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상금 5만 달러와 함께 마카오에서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
‘필름(Film)’ 프로그램은 홍콩의 독립 예술 기관 파라 사이트가 기획한다. ‘우주에서는 언제나 밤이다’라는 근사한 타이틀은 특별 상영 예정인 이자도라 네베스 마르케스의 작품 ‘Vampires in Space’에서 영감받은 것. 생태적 상호 의존성,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제약 속 회복력 등에 질문을 던지는 아티스트 30팀의 단편 영상을 모았다. 네이팜탄이 베트남에 미친 영향과 피부 탈색 같은 폭력적 변형을 조명한 성 티에우의 ‘Memory Dispute’, 인공지능(AI)이 컨트롤하는 수직 농법에서 출발해 식물 호흡을 예측할 수 있는 미래를 스케치한 챠오 슈의 ‘Phantom Sugar’ 등이 그 일부다. 문화 영상 채널 나우니스 아시아, 비디오아트에 특화된 지역 비영리 기관 비디오티지와 협업해 이자도라 네베스 마르케스의 작품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도 탐구할 예정이다.
‘컨버세이션(Conversations)’에서는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오늘날 문화 예술계를 움직이는 요소를 살핀다. ‘오늘날 아티스트들은 기술과 AI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동남아시아에서 예술 후원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디자인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다린다. 한편, 아트 바젤 홍콩은 도시의 문화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퍼블릭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거대한 M+ 파사드로 호추니엔의 ‘Night Charades’를 상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기리는 이 작품은 3월 22일부터 3개월간 도시의 밤을 장식한다. 복합 문화 공간 타이쿤이 주최하고 아트 바젤 홍콩이 후원하는 예술가의 밤 행사에서는 AI와 신체, 의식적 조우를 주제로 한 시각예술, 라이브 공연, 실험적 이벤트가 펼쳐진다.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익스체인지 서클(Exchange Circle)’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는 타이쿤의 예술 부문 책임자 피 리가 이끄는 화셩 미디어 워크숍을 통해 현대미술과 건축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지며, 일반 대중의 참여도 장려한다.
아트 바젤 홍콩 기간, 도시의 주요 미술관과 문화 기관이 정성스레 준비한 미술 프로그램과 전시도 잊지 말자. 로컬 아트 페어 ‘컬렉트 홍콩 2025’를 비롯해 홍콩 미술관의 <홍콩쟈키클럽 시리즈: 세잔과 르누아르,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의 세계적 걸작전>, M+의 <아시아의 피카소: 대화>, K11 아트 파운데이션의 <어딘가 가까이 그리고 멀리: 현대 아시아계 미국인 예술>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즐기려면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

신민 작품 설치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Mihyun Son
Interview with Shin Min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는 신진 갤러리와 아티스트를 조명하고자 마련된 섹션으로, 갤러리가 아티스트 1인과 짝을 이뤄 개인전 형식으로 부스를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는 올해 디스커버리즈에 참여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진행했는데, 최종 후보 1인이 바로 신민이다.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오른 소감은? P21과 함께 처음으로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하는데, 뜻깊은 상에 노미네이트되어 놀랍고 기쁘다. 그간 국내 위주로 활동하기도 했고, 샤머니즘적 강렬한 비주얼의 작품이 해외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하다.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 ‘우리는 왜 털을 징그러워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신작이다. 음식물이나 공산품에서 간혹 발견되는 머리카락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노동자의 머리카락이 늘 통제되어온 이유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위생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는 대신, 머리망을 착용해 머리카락을 흘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사회가 정한 여성다움에 대한 규범을 따를 수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머리카락을 매개로 노동과 젠더, 계층 문제의 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고자 한다.
주제적으로 약자, 특히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려준 기존 작업에 깊이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 형태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신작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할지 궁금하다. 인물 형상의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여러 겹 덧붙인 특유의 군상 조각은 이번에도 등장한다. 머리망도 착용한다. 다만 머리카락이 비어져나온 듯한, 신당 나무 같은 큰 조각이 군상 조각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얼굴은 제각각 강렬한 눈빛으로 관람객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작품과 눈싸움을 벌이는 관람객이 많을 듯하다. 곧 행사 현장을 거닐 텐데, 기대되는 섹션이 있나? 단연 인카운터스. 스케일이 큰 작업을 선보이는 섹션인 만큼 눈이 즐거울 것이다. 물론 색다른 예술적 시각을 제시하는 디스커버리즈도 기대된다.(웃음)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아트 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