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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에 불어온 테크놀로지 혁신

ARTNOW

아직은 생소하지만 중요한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이 뉴욕 아트 신에 번지고 있다.

크리스티의 ‘2019 아트+테크 서밋: 인공지능 혁명’의 현장 전경.

나는 이제 막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컬렉터다. 카페에서 독특한 작품을 발견하면 스마트폰 앱을 켜고 사진을 찍는다. 스크린에 작가와 작품 제목이 바로 나오고,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추천받을지도 묻는다. 마침 그 작가가 뉴욕에서 전시 중이란다. 인터넷에 접속해 3D 시뮬레이션 전시를 우선 방문해본다. 인터넷으로 봐도 여러모로 관심이 간다. 전시 중인 갤러리로 연락하자 블록체인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작품 정보를 보내주었다. 진품도 확실하고 프로비넌스(블록체인으로 원산지를 추적하는 플랫폼)도 흥미롭다. 예술에 애정 깊은 명망 있는 컬렉터가 소유했던 작품이란다. 작품을 구매하기로 하고, 결재는 암호화폐로 끝낸다.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여기서 언급된 기술 중 몇몇은 이미 상용화되었거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가속화되자 미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이 혁신이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하고 대응하느라 여념이 없다. 올해 6월 뉴욕에서 열린 ‘2019 아트 + 테크 서밋: 인공지능 혁명’은 이러한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고 크리스티가 주최한 이 포럼에 구글, 현대 아트랩, MIT 테크놀로지 리뷰, 메트로폴리탄 등 여러 기관의 전문가가 모여 강의와 토론 형식으로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이 미술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이제 겨우 2회째지만 많은 청중이 모여들 만큼 관심이 뜨겁다.

아토리의 블록체인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에드워드 호퍼의 ‘찹수이’.

‘아트 + 테크 서밋’의 1회 주제는 블록체인이었다. 현재 테크놀로지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가장 큰 화두임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특히 크리스티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2018년 가을, 크리스티는 주요 경매 회사 중 처음으로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미술품 레지스트리 회사 아토리(Artory)와 협업했다. 바니 A. 엡스워스 컬렉션 경매를 진행하고, 낙찰된 작품에 암호화된 증명서를 발급했다. 그리고 낙찰받은 사람에게 등록 카드를 제공했다. 또 앞으로 낙찰된 작품에 관한 주요 변화는 아토리의 레지스트리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참고로 에드워드 호퍼의 최고가 작품 ‘찹수이(Chop Suey)’도 아토리에 등록돼 있다.

현재 예술 관련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코덱스 프로토콜.

대상의 데이터를 집단 전자 장부에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은 작품의 진품 여부, 프로비넌스 등에 관한 믿을 만한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미술 시장의 골칫거리인 위작 시비를 가려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인지 지금 블록체인 플랫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스타트업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코덱스 프로토콜(Codex Protocol)로, 미술뿐 아니라 수집품까지 총망라한다. LA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베리스아트(Verisart)도 눈에 띄는 회사다. 그러나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어떤 회사가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할지 아직 분명하지 않고, 실물과 디지털 레지스트리를 연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에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완벽히 상용화될 날도 미지수다. 크리스티도 아토리와의 협업은 일종의 실험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레드 지니어스의 데모 비디오. 인공지능에 기반해 업로드한 이미지와 유사한 것을 추천해준다.

소더비는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이들은 2018년 스타트업 스레드 지니어스(Thread Genius)를 매입했다. 스레드 지니어스는 특정 이미지를 인식한 뒤 작품, 패션, 물건 등 유사한 품목을 추천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곳 설립자는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음악을 추천해주는 스포티파이(Spotify)에 근무한 인물로, 개인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듯 미술품 추천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작품을 판매하기 적합한 시기까지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 컬렉터가 작품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더비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 기술을 통해 소더비는 고객의 취향과 구매 패턴 같은 중요한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다. 이점을 나열했지만 문제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지는 작품을 선택하는 수많은 기준 중 하나다. 사이 트웜블리의 작품과 비슷해 보인다고 어린아이의 낙서를 구매할 사람은 없다. 미술 시장에서 딥 러닝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난점도 있다. 수량화와 데이터화하기 힘든 매우 주관적이고 변덕스러운 취향의 영역도 문제다.
지금도 미술 시장에서는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물론 미술품 경매 기록을 제공하는 아트프라이스(Artprice)나 아트넷(Artnet)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아트시(Artsy)는 미술관과 갤러리, 옥션을 대중과 성공적으로 연결했다. 한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한 매그너스(Magnus)는 작품을 사진 찍으면 작가와 작품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로만 결제가 가능한 경매사 포션(Portion)도 생겼다.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테크놀로지 기반의 회사는 계속 탄생할 것이다.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이들의 경쟁이 정보 불균형과 불투명한 거래로 악명 높은 미술 시장의 탈신비화를 앞당기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황진영(Jin Coleman Art Advisor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