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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순례

LIFESTYLE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행지가 조용히 미각의 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새로운 미식 스폿에서 발견한 성지 같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그곳에서 나고 자란 정직한 식자재를 활용한 독창적인 요리가 전 세계 미식가를 유혹한다.

1 발효 고추와 가지가 들어 있는 아귀 요리  2 요니 부르와 테레서 부르 부부  3 더리브레이의 널찍한 다이닝 공간  4 가문비나무와 튤립으로 장식한 굴  5 더리브레이 호텔 외관

네덜란드 작은 도시에서 만난 파인다이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가량 이동하면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 즈볼러에 다다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지만 이곳에는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레스토랑이 자리해 있다. 요니 부르(Jonnie Boer)와 테레서 부르(The` re` se Boer) 부부가 운영하는 더리브레이(De Librije)가 그 주인공이다. 셰프인 남편은 음식을 만들고 소믈리에인 부인은 와인을 페어링한다. 1992년에 결혼과 함께 레스토랑을 열었고 그해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이후 2004년부터 현재까지 3스타를 유지하며 네덜란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15세기에 지은 수녀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스토랑으로 사용했어요. 그러다 2015년 1월에 저희가 운영하는 호텔 1층으로 자리를 옮겼죠.” 인테리어는 오거닉, 모던, 스페이셔스 3가지 컨셉. 천장을 유리로 처리해 자연 채광이 가능한 널찍한 다이닝 공간을 만들었는데,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릭 퀴스터르(Eric Kuster)의 손을 거쳤다. 요니 부르는 전통적 프렌치 퀴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지역에서 나는 순수한 재료를 활용해 네덜란드 문화가 깃든 요리를 선보인다. “저는 즈볼러를 벗어난 적이 없어요. 물론 해외에서 요리를 배운 적도 없고요. 이 땅에서 자란 식자재를 사랑하죠. 대부분의 채소는 제가 온실에서 직접 재배합니다.”
더리브레이는 선물 같은 메뉴 구성이 돋보인다. 4가지 카테고리 중 고객이 하나씩 고르면 셰프가 서프라이즈로 3가지 메뉴를 추가해 총 7코스의 미니 테이스팅 메뉴를 완성한다. 발효 기법이나 석쇠 요리 같은 다양한 조리법을 접목한 신선한 요리를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3시간 동안 홍차버섯 육수에 매리네이트한 랑구스틴을 테이블로 서빙해 고객이 보는 앞에서 토치한 다음 대나무 샐러드와 배, 생강, 강황, 셀러리를 곁들이고 강낭콩 주스를 부어 낸다. 6~8시간 동안 드라이에이징한 젖소의 립아이 요리는 향신료와 버섯 파우더를 뿌린 150℃의 뜨거운 돌 위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온에 고기의 지방이 녹으면서 파우더 향과 어우러지면 바삭한 감자, 생강, 식용 꽃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샐러드 위에 올려 낸다. “저희 레스토랑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아뮈즈부슈죠.” 접시 대신 고객의 손등 위에 비프 타르타르를 만들어주는 20년 넘게 이어온 서비스 방식이다. 신선한 로컬 식자재, 다양한 조리법, 고객 감동 서비스, 미학적 플레이팅까지, 완벽한 밸런스. 예상치 못한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미각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De Librije Spinhuisplein 1, 8011 ZZ Zwolle, Netherlands
inquiry +31 38 421 2083
webwww.librije.com

1 세라믹 접시 설치 작품을 건 벽면  2 우아하고 아늑한 벨칸토 내부  3 만다린 디저트  4 생선과 해산물을 미세한 조각으로 표현한 요리  5 조제 아빌레스 셰프  6 벨칸토의 시그너처인 딥 인 더 시

맛으로 포르투갈을 항해하다
벨칸토(Belcanto)는 리스본에서도 가장 유쾌한 도시라 일컫는 시아두(Chiado)에 있으며 포르투갈 내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되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처음 벨칸토가 오픈한 것은 1958년.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은 2012년에 포르투갈 국민 셰프라 불리는 조제 아빌레스(Jose` Avillez)가 인수한 후 포르투갈 미식의 영향력을 세계에 알린 레스토랑으로 성장했다. 리뉴얼을 거쳐 재오픈한 벨칸토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미슐랭 1스타를 획득했고, 2014년에는 ‘리스본 최초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이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차분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이곳의 매력. 조제 아빌레스와 도예가 카티아 페소아(Catia Pessoa)가 함께 디자인한 세라믹 접시 설치 작품을 비롯해 테레자 파방(Teresa Pava~ o), 페드루 바티스타(Pedro Batista) 등 유명 아티스트의 페인팅과 세라믹 작품을 두어 아늑한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이 우아한 공간에서 셰프의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더한 포르투갈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벨칸토는 포르투갈을 여행하듯 스토리를 품은 2가지 테이스팅 메뉴가 눈길을 끈다. “7코스로 이루어진 리스본 메뉴는 전통을 품고 현대적으로 진화한 도시, 리스본에 집중한 창의적 시리즈입니다. 설립, 재건, 보존 등 동시대에 공존하는 도시 문화를 요리로 표현했죠. 13코스로 이루어진 디스커버리 메뉴는 1415년부터 21세기까지 포르투갈의 역사를 보여주는 요리로 구성했습니다.” 포르투갈의 황금기인 대항해시대를 축하하고 바다와 육지에서 21세기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포르투갈은 신선도 높은 생선과 해산물이 풍부하다. 딥 인 더 시(Dip in the Sea)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맛을 온전히 표현한 요리이자 벨칸토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다. 진공포장한 농어를 저온에서 조리하고, 해조류와 홍합, 새조개, 맛조개 그리고 바닷물을 곁들여 내는데, 입안 가득 깊은 바다의 풍미가 부드럽게 퍼진다. 또 하나 유명한 메뉴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 오징어 먹물을 섞어 바삭하게 구운 빵 위에 식용 금박을 입힌 거위알 수란을 올리고 대파를 튀겨 가니시로 얹는다. 보기엔 희귀한 황금알이지만 살짝 터뜨리면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재미있는 요리다. 모던 포르투갈 퀴진의 대표주자 조제 아빌레스 셰프는 일찍이 페란 아드리아, 알랭 뒤카스, 에리크 프레숑 등 거물급 셰프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다. “요리의 기본 룰부터 최고급 요리까지 배웠어요. 하지만 가장 값진 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법을 체득했다는 것이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떤 식자재나 요리에도 선입견을 갖지 않아요. 이런 요리 철학을 기반으로 한 벨칸토 요리가 미식 세계에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Belcanto Largo de Sao Carlos 10, 1200-410, Lisbon, Portugal
inquiry +351 21 342 0607
webwww.belcanto.pt

1 빈티지한 분위기의 다크 룸  2 루크 데일 로버츠 셰프  3 격조 높은 파인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라이트 룸  4 베이비 채소와 쌈장, 토스트한 마마이트  5 베리와 엘더 플라워 아이스크림, 딸기와 코코넛 머랭, 라임 빙수를 곁들인 디저트

케이프타운의 요리 실험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자리한 더 테스트 키친(The Test Kitchen)은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식사할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다른 사람의 예약을 구매해 방문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2010년에 문을 연 더 테스트 키친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콘티넨털 레스토랑 어워즈’에서 아프리카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혔고, ‘2016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22위를 차지하며 아프리카 미식의 위상을 알렸다. 케이프타운 내에서도 유망한 예술구역인 우드스탁에 위치해 주변의 예술적 분위기를 요리와 실내장식에 모두 반영했다. 주방을 책임지는 루크 데일 로버츠(Luke Dale Roberts)는 남아공에서 가장 핫한 셰프로 이름을 올린 인물. “이름에 함축되어 있는 것처럼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혁명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기 위해 더 테스트 키친을 오픈했기 때문에 레스토랑의 초점은 주방입니다.” 실험실 같은 주방에선 식자재의 선택부터 최종 프레젠테이션까지 완벽을 기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 덕분에 아프리카 남부 지방에 서식하는 사슴처럼 생긴 포유류인 스프링복(주로 파테, 테린, 스테이크 등으로 즐긴다), 메추라기 같은 지역 식자재가 맛있는 걸작으로 탄생한다.
2016년 10월, 더 테스트 키친은 다크 룸과 라이트 룸으로 나누어 저녁식사만 제공하는 공간으로 개편했다. 어두운 방에서 시작해 밝은 방으로 이동하며 21코스로 이어지는 긴 테이스팅 메뉴를 맛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을린 듯한 나무 벽과 가죽 소파, 빈티지 소품으로 둘러싸인 다크 룸에서는 칵테일과 함께 21코스 중 7가지 요리를 만나게 된다. 메추라기 샌드위치, 구운 보리와 생강을 얹은 훈제 양고기, 돼지 껍데기 튀김과 기네스 맥주, 소금과 식초를 곁들인 셀러리, 베이비 채소와 쌈장 등을 맛보며 미식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 라이트 룸으로 넘어가면 빛바랜 하얀 가구와 하늘하늘한 리넨 등이 맞이한다. 어둠이 물러나고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밝아진 공간에서 좀 더 격조 있는 파인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다. 양고기 미네스트로네와 감자 파르메산 치즈 만두, 홈메이드 사워크림, 재스민 빙수와 함께 내는 훈제 송어 타르타르, 팬에 살짝 구운 오리고기 가슴살과 오렌지 에멀션, 캐슈넛 퓌레, 바비큐한 순무 등. 수준 높은 요리에 라츠패밀리(Raats Family), 코인록(Quoin Rock) 등 질 좋은 남아공 와인을 매치해 풍미를 극대화한다. 미식가들은 말한다. 더 테스트 키친은 모든 감각을 유혹하며 최고의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파인다이닝 그 이상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The Test Kitchen Shop 104A, The Old Biscuit Mill, 375 Albert Road, Woodstock, Cape Town, Republic of South Africa
inquiry +27 21 447 2337
webwww.thetestkitchen.co.za

1 송아지 뇌와 호두  2 콜리플라워와 홍합, 만다린  3 한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트윈스 내부  4 쌍둥이 셰프인 세르게이와 이반 베레주츠키  5 시얼친 캐비아와 당근

광활한 대지에서 피어오른 뉴 러시안 퀴진
러시아 음식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우랄 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과 맞닿아 있고 150여 개의 다양한 민족이 거주한다. 복합적이고 다국적인 음식 문화를 지닐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단번에 떠오르는 국가 대표급 요리는 없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식자재와 조리법이 지역별로 포진해 있어 흥미로운 미식 탐험이 가능하다. 이렇게 방대한 러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식자재와 조리법을 발굴해 모던 러시안 퀴진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트윈스(Twins)다. 일란성쌍둥이인 세르게이(Sergey)와 이반 베레주츠키(Ivan Berezutski) 두 형제가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젊은 감각으로 러시아 퀴진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6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00’에 이름을 올리고, 모스크바 베스트 레스토랑 12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러시아를 세계의 미식 지도에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트윈스는 시내 중심가인 말라야브론나야 거리에 위치한다. 도심에 있지만 울타리를 치고 테라스 정원을 마련해 한적한 시골 마을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로 꾸몄다. 메뉴는 형제가 함께 연구하고 개발한다. 정해진 메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신선한 식자재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주로 사슴이나 랑구스틴, 포르치니버섯 등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식자재가 접시 위 주인공이다. 전통적 식자재는 열정 넘치고 창의적인 쌍둥이 셰프의 손끝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한다. 수박, 비트를 얹은 리소토와 체칠(chechil)이라는 짭조름한 치즈를 함께 내는 고등어 요리, 러시아 극동부에서 온 가리비 위에 수수와 캐비아를 올린 쿠스쿠스, 아티초크와 주키니 라비올리, 토마토 콩소메와 차가운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여 자작나무 위에서 훈제한 랑구스틴 등이 트윈스를 대표한다. 맛도 맛이지만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비유될 정도로 비주얼도 훌륭하다.
이들은 보물 같은 식자재를 찾기 위해 1년에 네 번 정도 러시아 외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알타이 산맥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전통 기술로 치즈를 만드는 장인을 발견했고(이곳은 말을 타야 들어갈 수 있다), 바시코르토스탄에선 훈제 거위를 가져온다. “할머니 한 분이 특별히 우리를 위해 거위를 훈제해줍니다. 모스크바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데 하몽만큼 맛이 좋아요.” 현재 잊힌 러시아의 농작물을 되살리기 위해 농장을 짓는 중이다. “어디선가 재배되고 있지만 우리 레스토랑까지 가져올 수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농작물은 직접 키울 계획이에요. 더 흥미로운 러시안 퀴진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Twins Malaya Bronnaya ul 13, Moscow, Russia
inquiry +8 495 695 45 10
webwww.twinsmoscow.ru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손희란(미식 칼럼니스트)  코디네이션 김희진  푸드 스타일링 밀리(Millie)  어시스턴트 이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