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 혁신의 융합
270년에 걸쳐 워치메이킹 역사의 서사를 기록해온 바쉐론 콘스탄틴의 탐구정신은 계속된다. 뛰어난 기술과 미학을 조합한 정교한 시계학적 컴플리케이션에 대하여.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설립 이후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업적으로 수많은 이정표를 세웠다. 수백 년간 축적한 기술은 정교한 컴플리케이션 분야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서게 했으며, 미학에 대한 꾸준한 연구는 여러 세대에 걸쳐 확립한 노하우를 밑거름 삼아 워치메이킹이 예술로 확장되는 기회의 장을 열었다.
스페셜 디스플레이 및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다루는 기술
바쉐론 콘스탄틴의 워치메이킹 기술은 천문 관측을 통해 시작된 전통적 시간 측정 방식에 뿌리를 둔다. 메종의 아카이브에 기록된 1790년 탄생한 최초의 컴플리케이션 시계 이후 다양한 변화를 주도했다. 핵심 부품인 기어 트레인을 통해 다이얼에 표시되는 여러 기능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스페셜 디스플레이는 차별화된 행보의 첫걸음이었다. 1827년 첫선을 보인 미닛 리피터, 그랑 소네리 및 쁘띠 소네리를 장착해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시계를 비롯, 1930년에 출시된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브하 엉 레흐’ 포켓 워치와 같이 레트로그레이드 인디케이터를 갖춘 시계, 1954년 공개한 ‘콘 드 바슈’ 모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간 인디케이터와 짧은 시간 측정 기능은 독창적 기술력과 전문성을 입증하는 데 한 획을 그은 혁신적 사례로 꼽힌다. 또 메종은 천문학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과 관련해 하나의 기준점을 정립했는데, 지구의 남반구와 북반구가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한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플라네타리아 시계를 통해서다. 세련된 디자인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도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자 제임스 워드 패커드를 위해 1918년 제작한 화려한 모델인데, 심플해 보이는 포켓 워치지만 크로노그래프, 그랑 소네리 및 쁘띠 소네리, 쿼터 리피터를 포함한 정교한 메커니즘을 탑재했다. 1929년 이집트 국왕 푸아드를 위해 12개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디자인의 포켓 워치, 2005년 공개된 16개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뚜르 드 릴 양면 손목시계에서도 탁월한 기술력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컴플리케이션 및 혁신 측면에서 궁극적 탐구정신을 상징하는 두 가지 싱글 피스 에디션 포켓 워치도 선보였다. 57개 기능을 갖춘 캐비노티에 레퍼런스 57260과 63개 기능이 탑재된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도전정신을 의미한다.
뛰어난 기술력에 더해진 세심한 미학
컴플리케이션에 대한 폭넓은 탐구정신은 훌륭한 미학이 뒷받침한다. 기술과 미학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1824년 샹르베 기법을 활용해 인그레이빙 및 에나멜 디테일로 이탈리아 지도를 섬세하게 장식한 옐로 골드 포켓 워치를 기점으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예술성은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독창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시리즈인 샤갈 & 오페라 드 파리, 레 마스크도 빼놓을 수 없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포켓 워치 모델도 테크닉과 미학의 조화가 절정을 이룬다. 뉴 인하우스 무브먼트이자 그랑 소네리 및 투르비용을 장착한 칼리버 3761의 탑재와 전체에 인그레이빙 기법을 적용한 케이스, 사자 머리를 조각한 베젤, 그리고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유명 회화 작품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미니어처 에나멜로 재현한 오피서 타입 백케이스가 특징이다. 기술력과 미학적 구조가 조화로운 시계를 선보이고자 하는 접근법을 바탕으로 오픈워크 모델에서는 탁월한 수준의 울트라 씬 칼리버를 구현했다.
메종은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얇은 두께와 관련해 여러 기록을 세웠다. 일례로 1950년대 초에는 두께 2.94mm의 칼리버 1001을, 1955년에는 메종 설립 2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로 출시된 두께 1.64mm의 칼리버 1003을 들 수 있다.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획득한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로, 수집가들 사이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사랑받는 모델이다. 무브먼트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지 않고 소재를 제거한 오픈워크 또는 스켈레톤 기법은 얇은 두께와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스켈레톤 시계는 칼리버 1120을 기반으로 날짜 모듈을 추가해 완성됐다. 1960년대 개발한 베이스 무브먼트는 당시 2.45mm의 가장 얇은 두께였다. 이후 단 3.28mm에 불과한 미닛 리피터 칼리버 1755를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2006년 캐비노티에 플래티넘 미닛 리피터에서 이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스켈레톤 버전으로도 공개했다.
워치메이킹의 대서사시를 장식한 혁신적 요소
메종의 워치메이킹 역사에는 늘 혁신이 존재했다. 1839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기술 책임자이자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발명한 조르주 오귀스트 레쇼(Georges-Auguste Leschot)는 동일한 칼리버가 탑재되는 시계 부품을 표준화하고 교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인 팬토그래프를 선보였다. 이는 시계 생산의 산업화를 향한 거대한 도약을 이룬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32년, 메종은 루이 코티에와 협업해 중앙 다이얼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디스크를 통해 24개 타임 존을 표시하며, 외부 베젤에는 세계 주요 도시 31개 이름을 장식한 최초의 ‘코티에 시스템’ 월드 타임 워치를 제작했다. 여러 차례 발전을 거친 이 컴플리케이션은 지금도 판매 중이다. 2년 후에는 스포츠 경기의 시간 측정을 위해 0.05초 단위의 시간 계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알베르트 펠라톤의 휴대용 고진동 장치(시간당 7만2000회 진동)가 주목받았다. 맬컴 캠벨 경이 세운 수많은 수상 스피드 기록 중에서도 1938년 9월 할빌호에서 세운 기록이 큰 역할을 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스포츠 종목의 시간 측정에 대한 혁신을 통해 1880년부터 메종의 엠블럼으로 활약한 말테 크로스는 정밀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19세기 제네바에서 개최된 크로노메트리 대회의 우수한 성과는 메종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경쟁 시초부터 최고 영예를 차지하고,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는 울트라 씬 무브먼트를 통해 100여 년간 눈부신 기록을 이어온 것이다. 또 1907년에는 최초의 로얄 크로노미터 모델을 출시하고 ‘로얄 크로노미터’라는 제품명을 인증받았다. 당시 제작 시계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포켓 크로노미터는 견고함과 신뢰도, 정밀도 면에서도 뛰어나다.
연구 개발을 통해 수많은 업적을 세우고도 메종의 고민은 계속됐다. 1940년에 선보인 돈 판초의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 2019년 공개한 약 65일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의 이중 진동수 시스템과 상용시·태양시·항성시를 중심으로 2017년 출시된 23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캐비노티에 셀레스티아 아스트로노미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3600과 2024년 선보인 최초의 차이니스 퍼페추얼 캘린더를 갖춘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독창성과 정교함이 돋보이는 혁신적 기술이다. 존재 자체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지속하는 매뉴팩처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