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반클리프 아펠의 시적 여정

ARTNOW

프랑스 하이 주얼리 & 워치 메종 반클리프 아펠이 3월 10일부터 26일까지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센터에서 ‘라크 드 노아’ 컬렉션 전시를 선보인다. 노아의 방주로 들어가는 동물을 모티브로 삼은 신비로운 컬렉션이다.

지난해에 파리 방돔 광장에서 열린 라크 드 노아 컬렉션 전시

세계적 미술 축제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3월. 꼭 그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홍콩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1906년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에스텔 아펠의 결혼으로 탄생한 프랑스 하이 주얼리 & 워치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센터(Asia Society Hong KonCg enter)에서 ‘라크 드 노아(L’Arche de Noe)’ 컬렉션 60여 점을 선보이기 때문. 지난 9월 파리 전시 이후 열리는 두 번째 전시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공개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설립 초기부터 동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1910년 초 다이아몬드로 깃털 모양 클립을 제작한 것이 그 시초다. 그 후에도 나뭇가지 위에 앉은 원앙, 구애하는 극락조 등 날개 달린 동물이 반클프리 아펠의 컬렉션에 주로 등장했으며 세월이 지나면서 동물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졌다. 1954년에 선보인 ‘라 부티크(La Boutique)’ 컬렉션에서는 고양이·사자·다람쥐가, 1970년에는 말과 코끼리, 2000년이 지나면서 호랑이·원숭이·플라밍고 등이 반클리프 아펠의 동물 컬렉션에 이름을 추가했다. 홍콩 전시에서 선보일 라크 드 노아 컬렉션은 오랜 시간 동물을 모티브로 하이 주얼리 제품을 선보인 반클리프 아펠의 111년 제작 노하우가 응축된 작품. 이번에는 코끼리, 펭귄, 코알라, 기린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뿐 아니라 유니콘, 페가수스와 같은 상상의 동물까지 반클리프 아펠이 준비한 방주에 몸을 실었다.
노아의 방주를 주제로 한 전시 컨셉은 반클리프 아펠 회장 니콜라 보스(Nicolas Bos)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J. 폴 게티 박물관(J. Paul Getty Museum)에서 얀 브뤼헐(Jan Bruegel)의 ‘노아의 방주로 들어가는 동물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큰 감동을 받고, 이는 라크 드 노아 컬렉션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작품을 완성한 후 파리에서 첫 전시회를 염두에 둔 니콜라 보스 회장은 전시 총괄 담당자를 찾다 2015년 러시아에서 만난 미국 연출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을 떠올렸다. 당시 로버트 윌슨의 연극 <푸쉬킨 동화집>을 보고 감명받은 니콜라 보스 회장은 결국 전시의 시노그래피 연출을 의뢰했다. 로버트 윌슨은 2004년 코메디 프랑세즈 극장에서 연극 <라 퐁텐 우화집>을, 2013년 <피터팬> 등을 통해 원작의 정신을 섬세하게 표현한 연출가로 파리에 이어 홍콩 전시에서 다시 한 번 감각적인 시노그래피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특히 초점을 둔 부분은 노아의 방주가 전하는 종교적 이미지가 아니라 꿈과 환상으로 가득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 간결하고 구상적인 컨셉에 유머를 더한 것이 연출의 포인트다.

1 동물 브로치를 그린 리테일 카드   2 파리에 이어 홍콩 전시 시노그래피를 맡은 미국 연출가 로버트 윌슨   3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을 구현한 리코르느 클립    4 눈부신 그러데이션으로 다채로운 열대새의 아름다움을 재창조한 투캉 클립   5 모르포 클립에 다이아몬드와 컬러 사파이어 등의 스톤을 세팅하는 작업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빛과 어스름한 안개가 떠오르는 흰빛이 어우러진 비디오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중에 매달린 배는 인간과 동물의 운명을 실은 채 거친 물살을 헤쳐나가는 나무 방주를 상징한다. 방주의 내부는 동물 클립을 진열한 검은 케이스로 표현한 것이 특징. 대홍수를 피해 떠나는 여정에 더욱 생동감을 더하는 건 아르보 패르트(Arvo Part)가 작곡한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선율을 듣다 보면 약한 파도가 치는 고요한 바다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배 안의 동물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간간이 더해지는 천둥과 번개 소리가 관람객으로 하여금 배 위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로버트 윌슨은 “유년기의 추억과 동물은 제 작품 연출에 꾸준히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반클리프 아펠의 전시 시노그래피는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빛, 음악, 하늘, 언어 등이 이번 전시를 위한 영감을 주었고 어린 날 듣던 옛날이야기처럼 평온하고 시적인 음향을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하이 주얼리를 주제로 작품을 연출한 건 처음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미지의 세계에 도전했습니다.”
니콜라 보스 회장도 이번 전시 시노그래피에 대해 “로버트 윌슨은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소개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와 반클리프 아펠이 추구하는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정신세계가 투영된 결과물입니다. 친숙한 설화를 연출가의 새로운 시각을 더해 이색적으로 조명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습니다. 라크 드 노아 컬렉션의 간결하고 시적인 디자인과 로버트 윌슨이 전시를 통해 표현한 놀라운 연출 감각이 어떻게 어우러졌을지 많은 이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긍정적인 소감을 내비쳤다. 로버트 윌슨의 시적 연출과 감각적인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 주얼리가 만나 펼치는 특별한 여정에 많은 이가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