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이 싹틔운 꽃 두 송이
스코틀랜드 덤프리 하우스의 생동감 넘치는 반클리프 아펠 정원에서 새롭게 만개한 플라워, 플라워레이스와 플레르 드 하와이.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하이 주얼리 플라워레이스 이어링과 네크리스, 링, 그리고 옐로 골드, 다이아몬드의 조화에서 따듯하면서 우아한 매력이 드러나는 플라워레이스 이어링과 클립 펜던트, 비트윈 더 핑거 링을 착용한 모델들.
반클리프 아펠과 플로럴 서사
지난 7월 초, 반클리프 아펠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저택 덤프리 하우스는 18세기 건축 양식의 기품과 함께 넓은 정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2007년 찰스 3세 국왕이 설립한 자선단체 킹스 파운데이션(The King’s Foundation)이 덤프리 하우스와 소장품을 매입해 복원한 뒤, 이곳은 유산 보존과 지역사회 활성화의 모범 사례가 됐다. 반클리프 아펠은 킹스 파운데이션의 공식 후원자로서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덤프리 하우스의 퀸 엘리자베스 월드 가든과 인연을 이어왔고, 그 공로를 기려 이곳에 자리한 장미 정원은 ‘반클리프 아펠 로즈 가든’이라 명명되었다.
메종과 꽃의 인연은 단순한 영감의 대상을 넘어선다. 메종 설립 1년 후인 1907년에 선보인 데이지 브로치, 1937년의 피오니 클립, 1970년의 로즈 드 노엘 등 아카이브 속 플라워 모티브 주얼리는 한 세기를 넘어 여전히 우아한 빛을 머금고 있다. 메종이 꽃과 나눈 진심 어린 대화는 주얼리 제작뿐 아니라 꽃을 가꾸고 지키는 활동으로 이어졌고, 올여름 그 대화의 장이 덤프리 하우스 한가운데에서 펼쳐졌다.
플라워레이스와 플레르 드 하와이
장미가 만개한 7월의 덤프리 하우스 정원에서 반클리프 아펠이 싹틔운 꽃 두 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라워레이스(Flowerlace)와 플레르 드 하와이(Fleurs d’Hawa). 하나는 정교한 금빛 레이스로, 다른 하나는 열대의 무지갯빛으로 피어난 꽃이다. 두 컬렉션은 모두 메종이 쌓아온 플로럴 헤리티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플레르 드 하와이는 다섯 가지 프레셔스 스톤이 모여 한 폭의 그림 같은 여름 정원을 완성한다. 시트린의 꿀빛은 해 질 무렵 햇살을, 아콰마린의 청명함은 스코틀랜드 하늘을, 페리도트의 연둣빛은 비 온 뒤 신록의 싱그러움을, 로돌라이트의 진한 핑크는 만개한 장미를, 애미시스트의 보랏빛은 여름밤의 신비를 닮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톤 선택의 철학이다. 각 젬스톤은 자연 속 특정 순간의 빛과 감정을 담고 있다. 꽃잎을 담당하는 페어 컷 컬러 스톤이 피스틸처럼 자리한 다이아몬드 7개를 감싸며 빛과 색이 유기적 조화를 이룬다.
플라워레이스는 더욱 절제된 언어로 그려진 꽃이다. 1930년대 실루엣 클립에서 영감받은 비대칭 꽃잎은 옐로 골드와 D~F 컬러 다이아몬드로만 이루어진 데다 빛과 그림자가 드나드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오픈워크 기법으로 완성한 금빛 꽃잎은 샹티이 레이스처럼 가볍고, 유려한 곡선은 오트 쿠튀르 의상의 리본 주름처럼 우아하다. 화이트 골드 버전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과 비슷하지만 한층 따듯하고 부드러운 매력을 지녔다.
한편, 전시 공간 곳곳은 프랑스 아티스트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Alexandre Benjamin Navet)의 색채와 선으로 물들었다. 그의 대담한 드로잉과 파스텔 톤을 배경으로 프리볼의 하트형 꽃잎, 로터스의 입체적 대칭미, 코스모스의 사랑스러운 곡선도 생동감을 더했다. 아카이브 한 코너에서는 1970년, 겨울에 피어나는 크리스마스 로즈를 기념해 첫선을 보인 로즈 드 노엘이 핑크 코럴을 시작으로 머더오브펄, 오닉스, 커닐리언, 라피스라줄리 등 그동안 다양한 소재로 변주된 모습으로 전시돼 재료와 상관없이 꽃의 본질을 아름답게 부각하는 반클리프 아펠 장인의 섬세함과 정교함을 드러냈다.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라는 향기
“우리는 언제나 헤리티지를 기념하며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더합니다. 꽃잎의 흐름과 색감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것이 이번 컬렉션의 특징입니다.”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enier) CEO의 설명은 메종이 추구하는 창작 철학을 함축한다. 이는 단편적 레트로의 부활이나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DNA를 현재 기술과 감성으로 재해석해 시간을 초월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1930년대 실루엣 클립의 기하학적 우아함이 오늘날 오픈워크 기술과 만나 플라워레이스로, 자연주의적 플로럴 전통이 현대적 스톤 세팅 기법과 결합해 플레르 드 하와이로 탄생했다. 플레르 드 하와이는 여름 한가운데의 생명력과 색채를, 플라워레이스는 시간 위에 내려앉은 기품과 찬란한 빛의 부드러운 결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자유롭고 감각적인 꽃송이로, 다른 하나는 정제되고 건축적인 꽃의 균형미로. 해석은 달라도 두 컬렉션이 전하는 메시지는 같다. 아름다움은 피고 지는 주기 너머에도 존재한다는 것. 이날 덤프리 하우스에서 마주한 꽃들이 자아낸 싱그러운 빛과 향기는 메종의 주얼리 속에서 변함없이 피어날 것이다.
INTERVIEW with Catherine Renier, Van Cleef & Arpels CEO
플라워레이스와 플레르 드 하와이 컬렉션 모두 꽃에서 영감받았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은 어떻게 매번 플로럴 테마를 새롭게 풀어내나요? 자연은 반클리프 아펠 창립 초기부터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메종의 첫 번째 플라워 클립이 1907년에 탄생했으니, 창립(1906년) 직후부터 시작된 셈이죠. 두 컬렉션은 1930년대 후반 헤리티지 피스인 파스 파투와 실루엣 클립에서 영감받았지만,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게 표현되었습니다. 플레르 드 하와이 컬렉션은 매우 자연주의적입니다. 스톤이 실제 꽃잎이 되고, 골드는 스톤을 뒤에서 안전하게 감싸면서도 도드라지지 않게 처리했죠. 반면 플라워레이스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에서 영감받아 리본처럼 크기와 형태를 추상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컬러, 형태, 사이즈, 구조, 볼륨 등 모든 요소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두 컬렉션 모두 중심부에 스톤과 다이아몬드 세팅, 골드 비즈를 사용해 꽃 수술을 세련되고 정교하게 구현한 동일한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1930년대 헤리티지 피스에서 영감받았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유산의 연속성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이끄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나요? 메종의 유산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에서 영감받아 자연, 쿠튀르, 사랑 등의 요소를 창조하고 해석해왔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를 현대적 스타일과 기술, 디자인에 적용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돌아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반클리프 아펠만의 고유한 표현 영역 안에 계속 머무르는 것입니다.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메종에서 ‘혁신’은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합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것입니다. 플레르 드 하와이의 경우 스톤을 보호하면서도 세팅한 골드가 두드러지지 않게 만든 것이 혁신이었습니다. 그 결과 꽃잎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냈죠. 또 꽃이 손가락 위에 자연스럽게 내려앉도록 약간 기울어진 방식으로 세팅해 착용감을 높였습니다. 우리는 스위스 에나멜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컬러와 표현 방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메커니즘과 잠금장치를 개발합니다. 반클리프 아펠이 추구하는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입니다.
플라워레이스와 플레르 드 하와이, 두 컬렉션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무엇인가요? 플레르 드 하와이는 스톤 셀렉션이 특징입니다. 컬러 조합, 형태, 특히 꽃 디자인에 경쾌함을 더하는 페어 컷 스톤의 활용이 돋보이죠. 플라워레이스는 전문적 골드 세공 기술이 핵심이고요. 무게감이 상당한 클립임에도 완벽한 밸런스를 이뤄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플라워레이스 링은 세 겹의 꽃잎 레이어로 입체감을 살려 꽃의 움직임에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모두 자연과 꽃에서 영감받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두 컬렉션을 통해 메종의 창의성과 해석의 폭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이번 컬렉션은 파리지앵 쿠튀르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에서 ‘쿠튀르’는 어떤 의미인가요? 1920년대 아르데코 시기부터 메종은 골드를 쿠튀르의 원단처럼 다뤄왔습니다. 리본을 묶듯 꽃을 형상화하거나, 레이스처럼 가공해 장식을 완성하는 기술은 쿠튀르와의 연결 고리이자 메종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꽃’을 메인 테마로 다시 집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꽃 테마는 꽤 오랫동안 준비해온 주제였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역사를 담은 피스부터 컨템퍼러리 피스, 다양한 컬러와 스톤을 아우르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꽃이라는 테마를 축하하고 싶었어요. 창의성과 장인정신의 다양성을 한자리에서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컬렉션을 선보이는 지금 이 순간, 아카이브 피스를 함께 전시하는 건 우리에게도 뜻깊은 기회입니다.
에디터 유은정(ejyoo@noblesse.com)
사진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