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의 일환으로 마련한 지젤 비엔의 <사람들>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Dance Reflection by Van Cleef & Arpels) 대표 이미지. ©Van Cleef & Arpels.
반클리프 아펠은 2020년 댄스 리플렉션(Dance Reflections by Van Cleef & Arpels)을 설립하고 안무 예술의 창작, 전승 그리고 교육의 가치를 전파해왔다. 무용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창작 활동에 대한 갈증을 느낀 예술가와 단체를 지원하는 이들은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여러 창작자의 작품을 선보였다. 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사랑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로드 아펠(Claude Arpels)과 안무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이 만나 젬스톤을 향한 열정을 나누었고, 이는 점차 예술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1967년 4월 발란신이 뉴욕에서 처음으로 발레 작품 〈주얼스(Jewels)〉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무용계와 맺은 인연은 2012년 뉴욕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이자 ‘LA 댄스 프로젝트’ 창립자인 뱅자맹 밀피에(Benjamin Millepied)와 새로운 협업을 하며 더욱 깊어졌다. 결국 2020년 댄스 리플렉션을 설립한 반클리프 아펠은 이후 점차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창의적 컨템퍼러리 작품을 더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며 무용에 대한 메종의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중이다.
올해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은 지젤 비엔(Gisèle Vienne)의 작품 〈사람들(Crowd)〉의 아시아 지역 투어 공연을 지원한다. 비엔은 프랑스-오스트리아 안무가이자 연출가로 철학을 전공한 후 프랑스 국립 고등 마리오네트 학교에서 인형극을 공부했다. 사진, 설치미술은 물론 음악까지 섭렵한 그녀는 작가 데니스 쿠퍼(Dennis Cooper)와 함께 완성한 〈사람들〉로 오랫동안 연구해온 환상, 폭력, 관능 같은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에 집중한다. 파티에 참석한 무용수 15명이 주인공으로, 이들은 90분 동안 롤러코스터 타듯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혼란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포옹하다가 싸우고, 또다시 춤추고 술 마시는 등 인간 본능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주목한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15명의 무용수 모두 각기 다른 심리 상태에서 고유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그 바탕에는 사랑을 향한 욕망 같은 복잡다단한 ‘갈망’이 깔려 있다. 이들이 활약하는 무대 역시 범상치 않다.
온통 흙으로 덮여 있고, 구겨진 플라스틱 컵과 물병, 버려진 옷 등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15명의 무용수는 이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맺는다. 작가는 작품 전반의 안무를 인형극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또 무대에 흐르는 일렉트로닉 음악은 전자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을 선별해 믹싱했다. 음악은 특히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을 몽환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을 꿈과 무아지경의 세계 사이에 머무르게 한다.

Gisèle Vienne, Crowd. ©Olivia Bee.
비엔의 작품은 불안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녀의 안무가 기술과 형식 면에서 완성도를 극도로 높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감정적 경험이 극대화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희열을 비롯한 집단의 다양한 감정을 조명하고, 특정 커뮤니티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집중한다. 우리 인식을 통째로 뒤흔들며 종국엔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하는 것.
반클리프 아펠과 지젤 비엔의 인연은 2021년 파리 가을 축제(Festival d’Automne à Paris)에서 그녀의 작품 〈초상화(Portrait)〉를 지원하면서 시작되었다. 3년 만에 다시 함께하는 이들은 10월 26일, 2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마치면 11월 초 대만 타이베이로 이동해 타이베이 국립극장에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은 지난 2023년 10월에도 라시드 우람단(Rachid Ouramdane)의 작품 〈익스트림 바디(Extreme Body)〉를 개막전 작품으로 공개해 많은 이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은 두 가지 중요한 관점을 토대로 활동한다. 하나는 현대적 아티스트와 함께하며 탁월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 하나는 국가나 한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 대규모 안무 이벤트를 개최해 초지역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을 기점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국가 간 경계를 흐리며 안무 예술을 통해 세계를 결속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의의와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안무 예술의 세계와 깊이를 더욱더 확장해가고 있다.

피에르 아펠(Pierre Arpels), 수잰 패럴(Suzanne Farrell),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 ©Van Cleef & Arpels.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