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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를 닮은 패션 갤러리

ARTNOW

올봄, 패션 월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매혹되어 그에 대한 영감을 표현했다. 고흐에 대한 오마주인 아티스틱한 룩과 명화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전한다.

1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특징인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1888년).
2 드리스 반 노튼.

Sunflowers by Dries van Noten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의 노란 집에서 살며 유난히 노란 해바라기를 좋아했던 반 고흐. 그는 화병에 꽂힌 열두 송이 꽃을 그린 ‘해바라기’와 같이 작품의 소재로 풍성한 꽃을 주로 사용했다. “해바라기는 빨리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황혼이 질 무렵까지 해바라기를 그린다.”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만개하거나 혹은 시들어버린 해바라기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번 시즌, 드리스 반 노튼은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붓 터치로 완성한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를 컬렉션의 모티브로 활용했다. 낙관적이고 즐거운 것에 대한 영감을 런웨이에 표출했는데, 그중 하나가 고흐가 열렬히 사랑한 옐로 컬러와 해바라기인 것. 이 원피스는 소매에 체크 패턴을 믹스 매치해 아티스틱한 면모가 배가되었다.

3 견고하고 단단한 붓놀림으로 완성한 불꽃처럼 요동치며 솟아오르는 기이한 햇빛이 인상적인 ‘삼나무가 있는 밀밭’ (1889년).
4 이세이 미야케.

Wheatfield with Cypresses by Issey Miyake
비록 생전에 대중에게 인정받진 못했지만 여러 걸작을 남긴 반 고흐는 예술가이자 종교인으로서 심적 고충을 견디지 못해 생레미에서 요양하던 중 1889년에 ‘삼나무가 있는 밀밭’을 완성했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그대로 인지하지 않고,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자연의 형상에 주목해 특유의 작업 방식을 이어갔다. 정신적 지주이자 동생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 문구 “내 머릿속은 항상 삼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다”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삼나무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화면의 끝까지 불꽃처럼 요동치며 솟아오르는 기이한 햇빛의 형상, 대상의 왜곡된 형태와 자유로운 붓 자국, 상반된 채도와 보색 대비를 통해 고흐의 불안한 심리를 느낄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묘한 분위기와 형체를 알 수 없는 사물들의 조화가 신비롭다. 이번 시즌, 이세이 미야케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설원으로 떠났다고 밝혔지만 고흐의 작품 ‘삼나무가 있는 밀밭’의 배경과 묘하게 닮았다. 런웨이를 활보하는 여인의 판쵸에는 두 가지 배경을 더했는데, 그중 눈 뒤덮인 설산은 작품 속 구름을, 환상적인 대자연의 풍경은 작품의 드넓은 초록 밀밭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상의의 밑단에 라이닝 처리한 굵은 검은색 술 장식은 생전에 고흐가 즐겨 사용한, 검은색 윤곽을 연상시키기도!

5 ‘꽃피는 아몬드나무’ (1890년).
6 끌로에.

Almond Blossom by Chloe
강렬하고 우울하며 어두운 과거 작품과 달리 유난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1890년 작품 ‘꽃피는 아몬드나무’. 반 고흐는 이 작품을 자신과 이름이 같은 조카 빈센트를 위해 그렸으며, 하얗게 만개한 꽃송이가 달린 아몬드나무는 봄을 알리는 전령이자 조카의 탄생을 의미한다. 고흐의 수많은 명작이 탄생한 프랑스 브랜드 끌로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타샤 램지 레비에 의해 재해석됐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섬세한 꽃들이 만발한 드레스를 입은 끌로에 우먼의 발걸음에서 봄처녀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7 밤하늘을 고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8 코치 1941.

The Starry Night by Coach 1941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별이 반짝이는 밤의 정경은 반 고흐에게 늘 외로운 삶에 편안함을 주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의 작품에 밤하늘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888년 고갱과 다툰 뒤 자신의 귀를 자르는 광기 어린 행동을 보인 고흐는 1889년 5월 생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직접 찾아가 1년간 치료를 받았다. 그때 그린 작품이 ‘별이 빛나는 밤’. 고흐는 병실 밖으로 보이는 밤 풍경을 기억과 상상을 결합해 그렸는데, 밤하늘의 구름과 대기, 별빛, 달빛이 폭발하고 짙은 파란색 하늘 위로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꿈틀거리는 모습이 이번 시즌 코치 1941의 쇼장과 흡사하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듯한 무대를 거니는 모델은 작품 속 키 컬러인 네이비블루 드레스를 입었다. 사실 이 옷은 키스 해링의 작품을 프린트한 드레스로, 고흐와 키스 해링의 만남이 코치의 런웨이에서 성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9 꽃을 사랑한 고흐의 명작 ‘꽃병 안의 부케’ (1890년).
10 부케 속 한 송이 꽃이 된 모스키노 컬렉션 모델.

Bouquet of Flowers in a Vase by Moschino
꽃 정물화를 통해 색채 실험을 시작했고, 한동안 꽃 그림에만 몰두한 반 고흐는 화가 아돌프 몽티셀리의 영향을 받아 줄기와 잎을 끈적이고 섬유질이 많은 짙은 농도의 혼합 물감으로 채색했다. 단순히 칠하는 것을 넘어 장식적으로 덧칠했고, 그 결과 다양한 색을 구현했다. 그는 1886년 파리로 거처를 옮기면서 꽃병 연작에 몰두했으며, 1888년까지 40점이 넘는 꽃 시리즈를 제작했다. 데이지와 아네모네 등 다양한 종류의 꽃을 표현한 1890년 작품 ‘꽃병 안의 부케’가 이번 시즌, 모스키노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입은 모스키노 런웨이는 그야말로 꽃 축제를 방불케 했다. 단지 꽃을 프린트나 아플리케 장식으로 활용하는 과거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아예 모델들을 꽃으로 만들어버렸다. 조금 황당하지만 실제로 모델이 꽃다발을 입고 등장한 모습에서 고흐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참나리, 칸나, 난꽃으로 변신한 모스키노 모델들은 꽃잎을 던지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춤추는 식의 퍼포먼스로 시크한 패션 피플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수혈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참고 서적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지음,예담 펴냄), <반 고흐를 읽다>(빈센트 반 고흐 지음,레드박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