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는 용기
우린 어느새 자신의 감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신경 쓰며 살고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나로 우뚝 서기 위해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음에도, 심지어 기사를 써야 하지만, 책 세 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안에 내재한 열등감, 나약함, 불안감 등을 나 자신에게조차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우여곡절 끝에 한줄 평을 적자면 ‘나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감정과 마주하는 건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나는 과연 누구길래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며 초라함을 느끼고,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하는 걸까? 새삼스럽지만 우린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행복은 튼튼한 자존감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은 자존감의 정의를 시작으로 자존감을 끌어모으는 구체적 방법 등을 열거하며 자존감 회복의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으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정도와 관련되어 있다. 그는 자존감이 자신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하며, 우리가 왜 결정장애에 빠지고,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지 등 구체적 상황을 통해 자존감 정도를 체크한다. 예를 들어 결정장애는 스스로를 믿지 못해 생기는데,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나누라는 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각 주제마다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명시해 독자가 직접 실천하고 의견을 적을 수 있도록 이끈다.
인간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타인의 본심을 알기 위해 애쓴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엔 인색하다. <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는 가면 속에 숨은 동기를 살펴보고 진짜 나와 마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김미숙은 수많은 상담을 통해 보고 느낀 구체적 경험에 심리학적 이해를 더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가면을 벗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점에 가려진 긍정적 이면을 보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아픔과 타고난 기질에 휘둘리기보다는 “이제 다시 현재에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라”는 다부진 조언을 건넨다.
<감정 조절>의 저자 권혜경은 감정 조절을 개인의 심리 차원이 아닌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사회라는 배경 속에서 이야기한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트라우마를 겪은 후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결국 사회를 병들게 했다는 것.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향한 감정적 지지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의 아이에게 분풀이함으로써 트라우마가 대물림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마냥 낙담할 일은 아니다. 저자는 “설사 트라우마가 자식에게 유전되었다 해도 아이를 사랑해주고 신체적 접촉 등을 통해 흔적을 지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스스로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를 상상하고, 근육 긴장 이완 훈련 등을 실천함으로써 감정 조절에 능숙해진다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 권의 책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용기라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머지않아 감정의 소용돌이에도 끄떡없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