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우며 즐기는 미술 축제
도쿄 최고의 아트 스폿 롯폰기가 지난 4월 19일 새롭게 변신했다. 1년에 단 한 번 도시 전체가 밤새 거대한 미술관으로 바뀌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가 열린 것. 그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도쿄 국립 신미술관에서 열린 댄스 퍼포먼스 ‘가면 무도회’
‘롯폰기 아트 나이트(Roppongi Art Night)’는 파리의 ‘뉘 블랑슈(Nuit Blanche)’ 같은 백야 축제를 도쿄 도심에서도 즐겨보자는 취지에서 2009년 도쿄 도와 롯폰기의 주요 미술관(도쿄 국립 신미술관, 모리 미술관, 산토리 미술관)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올나이트 미술 축제다. 1년에 단 하룻밤(축제 당일 일몰부터 다음 날 일출까지) 롯폰기 거리와 미술관, 갤러리, 레스토랑에서 미술 전시와 공연, 퍼포먼스 등이 열리는 이 축제는 지금까지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안도 다다오, 류이치 사카모토 같은 예술가가 참여해 명성을 높였다.
올해 롯폰기 아트 나이트의 테마는 ‘움직여라, 몸이여!’. 예술감독을 맡은 일러스트레이터 히비노 가쓰히코(Katsuhiko Hibino)는 “지나친 인터넷 사용으로 개인이 점점 고립되어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리고 예술이 지닌 신체성(예술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말하고, 웃고, 느끼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올해 축제의 컨셉”이라고 밝히며 개회식 팡파르를 울렸다. 롯폰기힐스 아레나 중앙에 설치한 전방위 미술가 니시오 요시나리(Yoshinari Nishio)의 작품 ‘스커트’ 아래에서 진행한 개회식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안무가 이토 기무(Kimu Ito)의 지휘 아래 100여 명의 댄서가 힘 있고 절제된 댄스 퍼레이드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수천 명의 관객은 크게 호응했다.
롯폰기 힐스 아레나 중앙에 설치한 니시오 요시나리의 작품 ‘스커트’
일몰이 시작된 오후 6시 17분부터 다음 날 일출이 시작된 오전 5시 3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이어진 축제(메인 설치 작품 공개나 이벤트가 이 시간대에 집중된다)에서 사람들은 미술관과 갤러리, 레스토랑 등에서 열린 100여 개에 달하는 양질의 공연과 전시 등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했다. 자연과 도시에 대한 담론을 현대미술로 풀어내는 시노다 다로(Taro Shinoda)와 히스롬(Hyslom) 같은 젊은 미술가는 이번 축제에서 신작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고, 개회식 작품을 만든 니시오 요시나리도 롯폰기에서 헌 옷을 수집해 만든 ‘몸, 하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거대한 패치워크 조각 작품을 도쿄 국립 신미술관에 전시했다. 한편 앤디 워홀 사망 25주기를 기념하는 모리 미술관의 <영원의 15분>전, 에도 시대의 과학 발명품을 소개하는 산토리 미술관의 <과학의 눈, 시각의 불가사의>전, 쌀과 쌀 재배의 역사를 소개하는 21_21 Design Sight의 <쌀>전 등의 철야 전시가 관람객을 끌어모았고, 유명 DJ들이 총출동한 ‘롯폰기 밤 음악회’가 열린 카페 Space에도 방문객의 발걸음이 밤새 끊이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기자’는 라이프스타일 제안과 도쿄 예술 거리 조성의 선구적 모델 창출을 목표로 내건 롯폰기 아트 나이트는 올해 5회째(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엔 열리지 않음)를 맞아 도쿄를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도약했다. 앞으로도 롯폰기 아트 나이트가 새로운 도심 속 문화 발상지와 많은 이들이 만나는 축제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글 구와하타 유카(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