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바로 너
해마다 여름이면 유독 읽고 싶어지는 소설 속 그 대사, “범인은 바로 너!”
여름방학을 맞아 바닷가 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고모네 놀러 가던 초등학생 교헤이는 기차 안에서 회의 참석차 같은 곳으로 가던 물리학부 교수 유가와와 우연히 만난다. 교헤이는 유가와에게 고모네 여관을 소개하고, 유가와는 그곳에서 며칠 묵기로 한다. 두 사람이 여관에 온 다음 날, 한 명의 투숙객이 항구 근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확인 결과 사망자는 전직 형사. 경찰은 처음엔 단순 추락사로 단정했으나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인으로 드러나면서 사건은 일순 미궁에 빠진다.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 생활 2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한여름의 방정식>은 사실 ‘갈릴레오 시리즈’라 불리는 히가시노의 인기 추리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다.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의 3탄이 바로 히가시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는 이 소설에서 작정이라도 한 듯 주인공 유가와를 통해 흥미로운 물리 이론을 다룬다. 551쪽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볼륨을 자랑하지만, 일단 책을 펼치면 한여름에 높은 파도에서 서핑하듯 쏜살같이 책장이 넘어간다. 국내에선 신간이지만 일본에선 이미 영화로도 제작된 ‘검증’된 작품으로, 히가시노는 이번에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매우 세밀하게 풀어낸다. 한편 <스노우맨>과 <레드브레스트>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노르웨이 국민 작가 요 네스뵈의 <네메시스>는 그가 창조한 연쇄살인 전문 형사 해리 홀레가 등장하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하지만 연작 형식이 아니라 전편을 읽지 않았어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야기는 주인공 해리 형사가 오슬로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은행 강도 사건을 추적하며 시작된다. 놀랍도록 침착하게 범죄를 저지른 강도가 창구 직원을 총으로 쏘고 달아난 사건. 범인의 강도 행각을 수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유독 해리만이 범인의 ‘불필요한 처형’에 주목한다. 저자 요 네스뵈는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도 이 작품을 쓸 때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실토했다. 그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그의 어떤 추리 시리즈보다도 대담하고 정교하다. 그런가 하면 <검은 고양이>는 ‘추리소설의 창시자’라 불리는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광기, 분노, 악마성 등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헤친 초기 대표작 중 한 편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추리소설보다 범죄소설에 가깝지만, 포 추리소설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심리적 공포와 강박증이 최초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플루토라는 검은 고양이를 기르던 주인공이 술에 취해 발작적으로 고양이를 죽인 후, 그 사건에서 비롯된 공포와 광기로 결국 아내마저 살해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서양에선 예로부터 검은 고양이를 영물로, 종종 망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영매로 간주해왔는데, 이런 전래 미신을 활용하면서 작품의 공포와 긴장감은 한껏 고취된다. 이 소설은 인물과 배경이 한정된 짧은 이야기로 비록 다양한 인물 중 범인을 골라내는 추리소설 특유의 묘미는 없지만, 활자가 주는 무서움과 반전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