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맛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베트남 요리. 묘하게 중독되는 독특한 풍미와 이국적인 맛에 관해 잘 모르고 있던 이야기.

최근 트렌디한 미식 거리에 잇따라 베트남 음식점이 생겼다. 금세 입소문을 타 줄을 서지 않고는 맛보기도 어렵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던 이전과 달리 본연의 이국적인 맛과 향을 살린 정통 베트남 음식을 선보인다는 것.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요리를 앞세우고, 정통 식자재와 조리법을 적극 활용해 정면승부를 벌인다. 낯설고 새롭고 독특한 맛이지만 한번 먹으면 자꾸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베트남은 중국과 프랑스의 식민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와 유럽의 식문화가 고루 녹아 있습니다. 베트남 내에서도 지역별로 사용하는 식자재나 조리법이 다를 정도로 풍부한 음식 문화를 지녔고요.” 안남 김지형 대표의 말처럼 미식에서 복 받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으로 귀결되던 베트남 음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음식은 알고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니까.
쌀국수의 비밀
베트남의 상징적 음식 쌀국수는 지역별로 그 맛이 다르다. “국수의 모양과 육수의 맛, 첨가하는 허브의 종류에 따라 크게 북부(하노이)와 남부(호찌민) 스타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안남의 김지형 대표는 말한다.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에선 육수가 맑고, 넓적한 면발에 최소의 식자재를 사용해 담백하게 끓이는 게 포인트. 남부 쪽으로 갈수록 면발이 얇고 육수가 진하며 첨가하는 소스나 허브의 종류가 늘어나 단맛이 강해진다고 덧붙인다. “국내에서 흔히 알고 있는 베트남 쌀국수가 남부 방식입니다. 면이 더 얇고, 숙주와 바질, 라임 등을 첨가하죠.” 이런 차이는 지리적 특성과 연관이 있다. 북부는 기후와 지리적 여건상 다양한 농산물 재배가 어려워 수급 가능한 식자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간단한 재료로 조리하는 편. 주재료와 육수, 고명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소고기로 만든 퍼보와 닭고기를 넣어 만든 퍼가가 대표적이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태국도 쌀국수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주식으로 밥을 먹는 태국은 쌀가루로 만든 쿠이티오, 셈미, 카놈친 등 여러 종류의 면이 존재할 정도로 쌀국수를 즐겨 먹는다. 타마린드의 남준영 셰프는 베트남 쌀국수와는 육수와 먹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담백한 베트남 쌀국수에 비해 태국 쌀국수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아 자극적이며 맛이 진하고 첨가하는 장류(고추, 마늘 등)가 많다고. “먹는 방법도 달라요. 베트남 쌀국수는 절인 야채, 생라임을 넣고 칠리소스를 뿌려 먹는 반면 태국 쌀국수는 액젓, 설탕, 간장, 식초 4가지 소스로 간을 해서 먹습니다.”

고수와 조력자들
베트남 음식의 화룡점정인 고수. 베트남어로 ‘라우응오(rau ngo)’라고 불리는 고수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하지만 특유의 이국적인 풍미가 고수의 활약만은 아니다. 베트남 음식은 향이 강한 다채로운 허브를 사용한다. 쌀국수를 먹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타이 바질과 분짜에 꼭 들어가는 베트남 레몬민트인 라우낀여이가 대표적. 둘 다 향이 은은해 베트남 음식 입문자나 고수를 싫어하는 이들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캄보디아 민트라 불리는 라우람은 주로 파파야 샐러드에 들어가는 허브지만 수프에 넣기도 하며 스프링롤에 싸서 먹기도 한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특징. 고수의 참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쿨란트로도 좋아할 것이다. 고수와 향이 비슷한 허브로 향과 맛이 강해 살사에 생으로 넣기도 하고 수프나 쌀국수에 넣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한다.
이색 베트남 음식
“반미는 김밥 같은 요리예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죠.” 안(Anh)의 대표 제이슨과 케빈의 말이다. 반미는 베트남어로 ‘바게트’를 뜻하는데 프랑스 바게트와 달리 쌀을 함유한 베트남 특유의 빵을 사용한다. 이 빵 속에 돼지 간 등으로 만든 파테를 바르고 새콤달콤하게 절인 채소와 구운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베트남식 피클, 고수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먹는 것. 쌀을 함유한 덕분에 바삭함이 살아 있고, 고기가 많이 들어가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띤띤과 타마린드의 이돈희 오너 셰프는 하노이의 정통 분짜에 관해 설명한다. “분(bun)은 면을, 짜(cha)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의미합니다. 쌀국수의 퍼와 달리 원통형 면을 사용하며 라임과 설탕, 그린 파파야를 넣은 따뜻한 느억맘 소스에 면과 숯불 돼지고기 그리고 각종 향채와 허브를 적셔 먹는 쌀국수의 한 종류예요.” 베트남 전통 소스인 느억맘은 까껌이라 불리는 작은 물고기나 멸치를 염장해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우리나라의 멸치액젓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안의 제이슨과 케빈 그리고 타마린드의 남준영 셰프가 적극 추천하는 메뉴는 반세오. 쌀가루와 코코넛 밀크 반죽에 각종 채소와 고기, 해산물 등 속재료를 얹어 반달 모양으로 부치는 베트남식 부침개다. 크레페나 오믈렛과 비슷한 모양으로 겉은 바삭하며 속은 부드럽고 담백하다고. 느억맘이나 느억짬 소스에 채소와 같이 찍어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종지에 하얀 쌀떡을 찌고 그 위에 고명을 얹은 전통 요리인 반베오, 쌀국수를 여러 겹으로 엮어 피로 사용하는 반호이 등도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트남에선 즐겨 먹는 메뉴다.
Tip베트남 음식, 어디서 먹을까?
베트남계 캐나다인 청년 둘이 운영하는 연남동의 베트남 가정식 식당 안(Anh). 양지와 생등심, 바질, 숙주, 칠리 라임과 쿨란트로가 들어간 남부식 쌀국수가 대표 메뉴. 매일 아침 향신료를 볶고 여러 가지 고기 부위를 사용해 우려낸 진한 육수가 특징이다. 도곡동에 새로 문을 연 안남은 베트남 음식의 맛과 품격을 높이는 곳. 쌀국수뿐 아니라 분짜, 반미 샌드위치 등을 두루 맛볼 수 있다. 베트남 현지의 노천 레스토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띤띤은 분짜, 껌스엉을 포함한 6가지 단출한 메뉴를 선보이며 베트남 로컬 푸드의 맛을 전한다. 서울 속 작은 하노이라 불리는 에머이.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허브와 식자재로 깊고 진한 육수를 끓이고,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생면을 뽑아 하노이식 쌀국수를 선보인다. 소월길에 위치한 레호이는 등불 축제로 유명한 호이안 지방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담은 곳으로 반미 샌드위치 맛집으로 유명하다. 동남아 리조트 스타일 외관의 베트남 음식점 타마린드 바이 미스 사이공. 24시간 염지 작업을 거쳐 부드러운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월남쌈이 인기 메뉴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이창재 촬영 협조 안(A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