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의 몸과 예술
흥미진진한 변화의 시대, 우리 몸과 감각이 달라진 이상 예술 역시 갱신되어야 한다

Hito Steyerl, Factory of the Sun, Single Channel HD Video, Environment, Luminescent LE Grid, Beach Chairs, 2015, Duration: 23 min, 2015 /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설치 전경.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신체 존재 방식을 가늠하려면 새로운 개념과 용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사조응체(反射調應體, Reflexive-Adaptive Body)라는 개념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진실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반사조응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신체와 그 존재 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실체로서 몸뿐 아니라,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반응 체계로서 몸을 지칭한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게임적 프로토콜로 디자인된 소비 환경에서, 소비자는 최적의 반응 행위를 훈련해왔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역할연기 게임(MMORPG)과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게임(MOBA) 등 온갖 종류의 게임이 인기를 끄는 사이, 현실도 게임적 리얼리티의 인터페이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업과 브랜드의 세계관 설정과 실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는 체제가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플레이어’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노동을 게임화하는 시대가 왔다. 소비 역시 마찬가지. 외부 자극에 대한 즉각적이고 기계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개인은 예측 가능한 범주 내의 선택과 수행을 반복할 따름이다.

Marina Abramović, The Artist Is Present, 2009/2010.

Tino Sehgal, This Progress, Constructed Situations, 2006.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Purchased with Funds Contributed by the International Director’s Council, 2010. ⓒ Tino Sehgal.

Tino Sehgal, This Progress, Constructed Situations, 2006.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Purchased with Funds Contributed by the International Director’s Council, 2010. ⓒ Tino Sehgal.
‘실제로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물리적 현존에 대한 감각이 희박해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는 여러 가치를 상실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크스페이스(Junkspace)화하는 도시화 사회다. 정크스페이스란 건축가 렘 콜하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소비와 유통만을 위해 기획, 디자인한 공간을 비판하는 용어다. 쇼핑몰, 공항, 터미널 등 대규모 상업 공간에서 소비자는 퍽 안전하다고 느끼겠지만, 노숙자 등 타자는 그 어느 구석에서도 설 자리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이런 정크스페이스가 유기적 과정을 통해 성장과 퇴행을 경험해온 구도심까지 잠식하게 됐다. 가령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기획자가 되살린 익선동 같은 곳은 더 이상 유기적 공간이 아니다. 기획자가 변화를 시도하기 전엔 어떤 종류의 자연스러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 익선동 유명한 맛집에 가서 인기 디저트를 구매해 맛봤을 때, 그 행위는 순전한 디저트 소비인가? 아니면 소비 경험의 수집과 그 기록의 과시를 위한 것인가?
앞서 소개한 반사조응체의 육신으로 삶을 향유하게 된 현대인의 손가락은 더 이상 세계를 온전히 더듬고 만지는 대신, 스크린을 만지고 쓰다듬을 뿐이다. 우리의 눈은 깊이 있는 응시 대신 표면적 스캐닝을 반복한다. 이러한 경험의 수집과 전시 및 과시를 반복하는 소셜 미디어 친화적 인간형이 널리 퍼지며, 현실에 대한 감각 자체를 마비시키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셀피를 찍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오늘을 사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여전히 자율성을 확보한, 또는 확보할 수 있는 자율적 존재이긴 한 것일까?

Ryan Trecartin, Center Jenny, HD Video, Color, Sound, 2013.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글 이정우(미술 · 디자인 이론 / 역사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