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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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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을 자신만의 정서로 표현해온 노충현 작가가 그 옛날 바스쿠 다 가마가 경험한 환희의 순간을 캔버스에 재현했다.

238, 캔버스 위에 오일, 117×91cm, 2015

노충현 작가는 그간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장소만 캔버스에 옮겨왔다. 2005년부터 한강 주변과 들판, 동물 없는 동물원 등을 긴 시간 동안 관찰했다. 그는 자신이 본 걸 사진으로 기록한 뒤, 다시 그것을 자신이 보거나 보았다고 믿는 것에 가까워질 때까지 계속 수정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당연히 우리가 기억하는 일상 풍경은 그의 캔버스에 전혀 다르게 해석돼 있다. “한강이나 동물원 같은 곳의 풍경은 이제 너무 익숙해 정서적으로도 어딘가 닿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 작업은 그것과 달랐죠.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게 잘 그린 것인지, 정말 실제와 비슷한 분위기로 접근했는지 자문했죠.” 그런데 그가 몽블랑과 만나 대체 뭘 그린 걸까?
몽블랑과의 첫 협업에서 그가 작품 소재로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자리한 ‘희망봉(Cape of Good Hope)’과 그곳에 서 있는 등대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다.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 등대는 1497년 7월 8일 포르투갈을 떠난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가 유럽에서 인도로 향하는 항로를 발견하기 전에 들른 중요한 스폿이다. 바스쿠 다 가마는 그 옛날 거의 알려지지 않은 광활한 남대서양을 오직 별시계에 의지해 항해했고, 같은 해 11월 이곳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렸다. “등대를 그린 건 그것으로 외로움과 고독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어요. 특별한 길잡이도 없는 항해는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일 수 있고, 또 바다라는 곳이 아름다워 보여도 종종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차가운 공간이잖아요. 그런 걸 전부 드러낼 수 있는 장소로 무엇을 그릴까 생각하다 결국 희망봉과 등대를 택했죠.”
노충현 작가가 그린 ‘238’에는 희망봉과 그곳의 등대에 닿은 적 없는 이방인의 정서가 그득하다. 그릴 수 있는 것만 그린다는 원칙에 따라 풍경 속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했고, 그가 그릴 수 있는 걸 상상해 넣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작품 속 시간은 밤이지만, 절벽 아래에서 누군가 강한 빛을 쏘고 있죠. 그게 인위적 빛인지, 어딘가에서 나오는 자연의 빛인지는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돌의 질감이 온전한 밤의 그것이라고 보긴 어렵죠. 하지만 이건 별다른 게 아니에요. 제 기존의 작업 방식에 조금 더 상상을 가미한 것뿐입니다.”
사실 이런 연유로 그의 작업은 같은 장소라도 그 풍경에 대한 감정 변화로 원본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작품 제작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되며 그림을 완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대상에 대한 표현이 충분히 무르익은 그림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그림도 있는데, 그 또한 제 마음이 자꾸 변하는 이유 때문이죠.”
한편, 노충현 작가가 그린 ‘238’의 모티브가 된 ‘몽블랑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콴티엠 애뉴얼 바스쿠 다 가마(Montblanc Heritage Chronometrie Quantieme Annuel Vasco da Gama)’는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한 첫 항해를 기리기 위해, 또 남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자리한 희망봉의 해발 238m에 지은 케이프 포인트 등대를 기념하기 위해 오직 238개만 한정 제작한 몽블랑의 스페셜 피스다. 오래전 바스쿠 다 가마가 직접 탄 함선 ‘상 가브리엘’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시계의 백케이스는 역사적 선박의 스케치로 장식되어 있고, 시계 다이얼 하단의 문페이즈를 장식한 남십자성은 섬세한 붉은빛을 띠는 감마 별이 두드러진다. 자세히 보면 1497년 포르투갈 항해사들이 본 것처럼 알파와 베타, 델타 별도 볼 수 있다. 또 문페이즈의 쏟아져 내리고 있는 별들의 중심부엔, 골드 컬러 디스크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달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밤하늘을 시계 위에 아름답게 구현하기 위해 몽블랑은 자사의 기술력과 디자인적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숱한 감정의 부유물을 그만의 정서로 부려놓는 노충현. 그의 또 다른 미지 여행을 기대한다.

노충현 작가 서울 곳곳의 산책로나 수영장, 편의점 등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을 그만의 독특한 정서로 표현해왔다. 대체로 차분한 색을 선택한 회화는 쓸쓸하고 스산하지만 명상적이기도 하다.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 특별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건, 공간이나 경관에 대한 그의 독특한 해석 때문이다.

몽블랑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콴티엠 애뉴얼 바스쿠 다 가마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보라 진행 협조 아라리오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