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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여름밤

ARTNOW

세계 무대에서 더 주목받는 우리 예술가들이 오프시즌을 맞아 올여름 국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쇼팽 에튀드 전곡 연주 리사이틀을 앞둔 피아니스트 임윤찬. ©Ralph Lauer.

2022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18세의 나이, 10만 달러의 우승 상금, 1000만을 훌쩍 넘긴 결선 무대 실황 영상 조회수 등 우승과 더불어 그가 남긴 기록은 전무후무했다. 물론 수상 직후 그가 남긴 소감은 더 화제가 됐다. “우승으로 인한 관심은 3개월뿐”이라거나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솔직한 이야기 말이다.
임윤찬은 지독한 연습 벌레인 데다 다독가로 알려졌는데, 철학적 깊이가 있는 멘트로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저는 음악의 본질이 슬픔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우리가 위로받는 건 그 음악 안에 슬픔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2020) “음악가로 살아가려면 모든 음악을 사랑하고 모든 생명체를 품어야 한다고 배웠어요.”(2021) “저는 빅뱅 이전의 우주 같아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2023) 오랜 시간 스스로를 탐구하고 고민한 끝에 입을 떼어 내뱉은 이야기는 그가 아직 스무 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한 깊이를 드러낸다.
콩쿠르 특전으로 주어진 해외 공연 투어가 한창인 임윤찬은 지난 4월 21일 데카(Decca) 레이블에서 쇼팽 에튀드(연습곡) 앨범을 발매했다. 2023년 10월 데카와 전속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한 이래 반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에 대해 “10년 동안 속에 있던 용암을 이제야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오랜 거장의 뿌리를 짚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쇼팽 에튀드를 선택한 변을 덧붙이기도 했다.
쇼팽 에튀드는 총 27곡으로 구성된다. ‘연습곡’이라는 이름처럼 피아노 전공자라면 반드시 연습해야 하는 음악이면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무대 연주곡으로도 자주 오른다. 낭만주의 시기 피아노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첫 정규 앨범에 수록하기에 탁월한 선택이다. 임윤찬은 에튀드 Op.25-7의 두 마디를 연습하는 데 7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이번 녹음에 상당한 공력을 들였다. 또 고난도 테크닉이 필요한 음악임에도 통상적 수준보다 빠르게 연주해 그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활기 넘치는 아르페지오로 시작, 변화무쌍한 흐름을 지나 장대한 마무리로 이어지는 그 음악에 그만의 서사와 해석을 담은 것이다.
앨범에는 쇼팽 에튀드 Op.10과 Op.25가 담겼지만, 리사이틀에서는 ‘3개의 새로운 에튀드’까지 포함해 에튀드 전곡을 들려준다. 잘 녹음된 음원을 넘어선 생생한 연주가 궁금하다면, 이번 리사이틀 일정을 미리 챙겨야 할 것이다. 6월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작해 천안예술의전당(9일), 대구콘서트하우스(12일), 통영국제음악당(15일), 부천아트센터(17일), 광주예술의전당(19일), 그리고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동양인 최초 파리 오페라 발레단 수석 무용수 박세은. ©Ballet de Opera National de Paris.

7월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별’들이 한국을 찾는다. 2021년 동양인 최초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수석 무용수 ‘에투알(étoile)’ 자리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과 그의 동료들이 함께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가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남녀 에투알 6명과 프리미에르 당쇠르(제1무용수), 쉬제(솔리스트)까지 무용수 10명과 발레 마스터가 포진한 라인업은 비단 클래식 발레만이 아니라 컨템퍼러리 발레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발레의 정수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주목받는 유망주였던 박세은이 세계적 무용수로 도약한 것은 2007년, 열여덟 살에 로잔 발레 콩쿠르에 참가하면서다.
당시 부상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가뿐하게 우승을 거머쥔 그는 이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자리를 마다하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으로 향했다. 2011년 계약직인 준단원으로 시작해 이듬해에 카드리유(정단원)로, 2013년 코리페(군무 리더), 2014년 쉬제로 차근차근 올라선 박세은은 그렇게 꼬박 10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이르렀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는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을 맡아 내한 공연 역사상 전무후무한 무대를 준비했다. 프랑스 발레의 상징과도 같은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의 프로덕션부터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에투알을 거쳐 현재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호세 마르티네스의 안무작을 아우르며, 케네스 맥밀런의 드라마 발레, 게오르게 발란친의 신고전주의 발레까지 다양한 춤 스타일을 선보인다.
클래식 발레뿐 아니라 모던과 컨템퍼러리 발레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와 LG아트센터 CoMPAS를 통해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안무작 〈르 파르크〉 3막 파드되(2인무)가 그중 하나다. 사랑의 감정과 에로티시즘이 충만한 3막 파드되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로, 에어프랑스 광고에 사용되며 대중에게도 잘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지젤〉을 공연한 후 23세 나이로 에투알에 지명된 라이징 스타 기욤 디오프는 이번 내한에서 ‘갈라의 꽃’으로 불리는 돈키호테 결혼식 파드되를 선보인다. 무용수의 신체에 집중한 안무로 초현실주의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윌리엄 포사이스의 작품도 이번 무대에서 볼 수 있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국내 발레단은 물론 국내 무대에서도 공연한 적 없는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The Vertiginous Thrill of Exactitude)〉이 그 주인공.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에서 1996년 초연한 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가 된 이 작품은 슈베르트 교향곡 9번 마지막 악장을 배경으로 클래식 발레의 역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고전 테크닉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안무가의 스타일과 상당한 난도의 테크닉으로 인해 주로 미국이나 유럽 무대에서 공연하는 작품이다. 빠르고 날렵하며 아슬아슬한 움직임이 빚어내는 ‘춤의 전율’을 만끽할 수 있을 것. 세계 최정상 무용수들의 춤은 물론, 프로그램만으로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무대로 꼽을 만하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