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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필름 콘서트

FASHION

영화와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필름 콘서트는 일시적 붐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지난 6월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이 꿈을 좇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 <라라랜드>의 월드 투어 콘서트가 한국에서 열렸다.

작곡가 탄둔의 손길로 빗방울 소리까지 섬세하게 구현한 필름 콘서트 <무협 영화 3부작: 와호장룡, 영웅, 야연>. 공연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필름 콘서트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11월 당시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여인의 사랑과 희생을 주제로 재구성한 3편의 영화 속 장면이 12m의 스크린에 펼쳐졌고, 탄둔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각각 첼로·바이올린·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선보였다. 공연 후 “지루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재미있었다”,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감정선을 풍성하게 표현했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감상평이 이어졌다.
영화 상영과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는 대중성을 보장받은 영화 콘텐츠를 통해 관객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필름 콘서트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2003년 영국 런던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찰리 채플린 축제에서다. 지휘자 칼 데이비스는 채플린의 영화 8편을 상영하는 동시에 새로 편곡한 영화음악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전 회 매진을 기록했다. 2010년대에 들어 해외에서 먼저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대부>,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다양한 영화를 주제로 한 콘서트가 이어졌고, 국내에서도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음악을 입힌 <데이비드 브릭스 무성영화 클래식>, 픽사의 애니메이션 대표작에 음악을 더한 <픽사 인 콘서트> 등이 잇따라 열리며 점차 인기를 얻는 모양새다. 필름 콘서트는 크게 영화의 주요 장면에 편곡·작곡한 음악을 덧입히거나, 영화 전체를 상영하면서 그에 맞춰 곡을 연주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팬을 보유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체 상영 방식을 따른다. 해리 포터 콘서트는 작년 6월에 미국 필라델피아 만 공연예술센터에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초연한 이후 독일, 미국, 캐나다 등을 순회하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저스틴 프리어(Justin Freer)가 아카데미와 그래미상을 석권한 세계적 작곡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곡을 지휘하며, 샌디에이고·내슈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투어에 참여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중심으로 <비밀의 방>과 <아즈카반의 죄수> 등 지역에 따라 상이한 공연을 펼치는 것도 이색적이다. 보통 오케스트라 공연은 조용히 관람해야 하지만 ‘영화를 보는 공연’이라는 특성상 음료와 팝콘을 즐기며 감상하고, 자유롭게 환호성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는 관객의 평가가 이어졌다. 저스틴 프리어는 “해리 포터 콘서트가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필름 콘서트라는 하나의 장르를 꽃피울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 마틴 캠벨 감독이 연출한 <007 카지노 로얄>은 오는 9월 30일과 10월 1일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세계 최초의 필름 콘서트로 재탄생한다. 지휘자 개빈 그린웨이(Gavin Greenway)가 실감 나는 액션 영화에 맞춰 데이비드 아널드(David Arnold) 음악감독이 작곡한 ‘African Rundown’, ‘Nothing Sinister’ 등 영화 삽입곡을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다. 허핑턴 포스트는 “어떤 라이브 연주를 경험할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영화 <죠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도 곧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예정이다.

1 영화 <007 카지노 로얄> 필름 콘서트가 열릴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   2 오는 9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삽입곡을 연주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내에서도 필름 콘서트로 다양한 관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픽사 인 콘서트>는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벅스 라이프> 등 픽사 애니메이션 14편의 주요 장면을 편집해 상영하고, 이에 맞게 편곡한 음악을 83인으로 구성된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연주했으며, 지휘는 백윤학이 맡았다. 공연 기획사 세나의 홍보팀 관계자는 “<픽사 인 콘서트>는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것도 필름 콘서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영화의 인기가 콘서트의 흥행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경우도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이 꿈을 좇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 <라라랜드>의 월드 투어 콘서트 <라라랜드 인 콘서트: 어 라이브 투 필름 셀레브레이션>이 대표적 예. 개봉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꾸준한 흥행 성적을 올려 ‘좀비랜드’라는 별명을 얻은 <라라랜드>는 올해 2월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음악상, 주제가상을 비롯해 6관왕을 달성한 뮤지컬 영화다. 서울과 부산에서 총 다섯 차례 공연을 펼쳤으며, 에릭 옥스너(Erik Ochsner)의 지휘 아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의 곡을 서울 W필하모닉과 부산 네오필하모닉이 아름다운 선율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공연 감상평은 영화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싱크가 맞지 않고 영화와 불협화음을 보였다는 부정적 평가도 흘러나왔다.

3 전 세계 순회 중인 해리포터 필름 콘서트.   4 지난 5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픽사 인 콘서트> 포스터.

필름 콘서트의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그 인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 <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등을 작업하며 영화 음악 분야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 잡은 히사이시 조가 6년 만에 내한한다. 그가 직접 이끄는 월드 드림 오케스트라가 <천공의 성 라퓨타>의 교향모음곡을 8월 8일과 9일 이틀간 롯데콘서트홀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 그는 평소 “내가 좋아하고 감동할 수 없는 작품은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없다”며 음악에 대한 강한 신념을 드러냈는데, 공연장에서 원곡과 다른 교향모음곡의 매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9월 21일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관객을 찾는다. 영화 전체 상영과 동시에 최수열 지휘자가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합창단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죄르지 리게티의 ‘영원의 빛’ 등을 웅장한 선율로 연주할 예정이다.
이렇듯 영화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클래식에 관심 없던 관객도 공연장을 찾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영화만이 콘서트로 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고, 관객 외연 확장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필름 콘서트에서뿐 아니라 영화음악 제작 단계부터 재능이 출중한 아티스트가 함께해 질적 발전을 이룬다면 궁극적으로 영화와 공연계 모두 지속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규만 영화음악 감독의 의견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영화음악의 역할은 다름 아닌 영상 속 숨은 감정을 끌어내는 것. 영화의 감동을 되새길 수 있는 극적 장치가 되어야 한다. 공연 제작자와 관객 모두 영화 음악의 존재 이유를 가슴에 새긴다면 필름 콘서트는 일시적 붐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