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마신다
귀와 입을 넘어 눈까지 호강시켜주는 뮤직 바 세 곳.


│ MR.ZEBRA │
청담 사거리에 있는 미스터 지브라의 김태훈 대표는 20년 차 배우다. 다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배우다. 연극을 포함해 열댓 편의 영화에도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모든 단역 배우가 그렇듯 생계의 문제가 생겼다. 꿈을 좇는 일과 먹고사는 일은 왜 대부분 일치하지 않을까. 그래서 만든 것이 미스터 지브라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고, 술과 사람도 좋아하니 어찌 보면 적성에 맞는 일이기도 하다. 30대 손님이 많다 보니 일반적 뮤직 바와 달리 트렌디한 음악과 영상을 많이 튼다. 한편에 놓인 선반에는 아델이나 브루노 마스, 레이디 가가 같은 이들의 LP가 꽂혀있다(이런 톱 가수는 여전히 LP 음반을 낸다).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 외에 영화 예고편도 많이 튼다. 영화인으로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독특한 점은 대표가 직접 이 예고편들을 편집해 음악과 함께 튼다는 것. 그가 지금까지 직접 편집해 저장해둔 영화 클립만 수백개다. 이렇게 직접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LP로 해당 영화의 OST를 함께 들려주는 식이다. 그 나름의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되겠다. 영화인 출신이라 그런지, 아니면 특유의 친화력 덕분인지 많은 유명인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최고의 단골 고객은 작곡가 김형석. 이곳의 분위기를 좋아해 직접 피아노까지 선물했을 정도다. 운이 좋으면 특급 뮤지션이 흥에 겨워 즉흥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한 분위기다. 청담동에 있는 바는 왠지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그는 슬리퍼 신고 와도 환영이란다. 느슨하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꿈은 이곳을 발전시켜 물랭루주 같은 공간을 여는 것이다. 술과 쇼가 공존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사내다운 대답이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9길 25
Open Time 19:00
Tel 02-6082-2625

│ POP │
신사역 인근 세로수길에 들어선 음악 바 Pop. 독특하고 젊은 분위기가 이색적인 바다. 입구에 들어서면 여러 밴드와 가수의 사인 CD가 가득 놓인 테이블이 있고, Pop에서 진행한 라이브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다. 빈 벽면에는 20세기 록의 상징인 데이비드 보위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 Pop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Pop은 홍대 앞의 라이브 펍이나 클럽 같은 분위기다. 스크린에는 이름처럼 팝 뮤직비디오가 항상 흐른다. 국내에서 인지도 높은 가수보다는 해외에서 주목받는 젊은 팝 뮤지션의 음악과 영상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유행하는 칠웨이브(chillwave) 관련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스크린 옆에는 작은 무대가 있다. 이곳에서 한 달에 한두 번 공연이 열린다. 공연하는 밴드들의 인지도도 꽤 높다. 클래지콰이의 호란이나 존 박, 솔튼페이퍼, 로열파일러츠 같은 뮤지션이다. Pop의 김진석 대표가 동명의 음반 기획사 대표였던 덕분이다(라이브 공연 일정은 Pop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지한다). 김진석 대표가 홍대 앞이 아닌 강남에 Pop을 연 것은 강남 일대에 자리한 기존 음악 바의 한계 때문이었다. 마니악한 접근 방식 대신 좀 더 문턱이 낮은 뮤직 바를 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름처럼 실내도 톡톡 튀는 밝은 분위기다. 바 한쪽에는 세대의 다트 기계가 있다. 취기가 돌면 분위기를 더욱 띄워주는 게임이다. 고객층은 다양하지만 단골은 아무래도 음악이나 영화 관계자가 많다. 바 위주가 아니라 테이블 위주의 좌석 형태라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Add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2길 60
Open Time 20:00
Tel 02-543-7294

│ JAZZ IT UP │
‘Jazz It Up’은 이름 그대로 재즈 바다. 방이동 올림픽공원 사거리 인근에 있다. Jazz It Up은 재즈의 어원과 관련된 말이다. ‘재즈’라는 장르가 없던 시절 클럽 객석에서 관객이 “Jass It Up(더 격렬하게)”이라고 자주 외쳤고, 그것이 현재 재즈의 어원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고 음악평론가 겸 만화가인 남무성이 재즈 역사를 만화로 쉽게 풀어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김정욱 대표가 바 이름을 ‘Jazz It Up’으로 정한 건 후자와 연관이 있다. 그는 남무성과 꽤 오랫동안 막역하게 지낸 사이다. 남무성이 2006년 문을 열어 재즈 전문가들의 사랑방이 된 가로수길의 ‘옐로우자켓’에서 6년 이상 일을 도왔고, 3년 전 음악 전문 바가 없던 강동 지역에 지금 이 매장을 오픈했다. 김정욱 대표가 재즈에 빠져든 건 1990년대 중반 일본 유학 시절이다. 그때 자주 들른 일본식 바의 추억을 살려 ‘Jazz It Up’의 공간을 전형적인 일본 음악 바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청음을 위해 천장이 높고 아담한 공간의 테이블이 들어갈 수 있는 자투리 공간에 일본풍을 더했다. 여기에 남무성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진열장 위에 걸었다. 빔 프로젝트를 설치해 술을 마시며 재즈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쪽 벽면을 할애했다. 음악을 듣기 위해 혼자 오는 이들이 많아서다. 예전부터 틈틈이 공연 실황과 뮤직비디오 등 음악 관련 영상을 모아온 터라 3테라바이트 이상의 영상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재즈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틀고, 손님은 20~60대까지 다양하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쟁쟁한 재즈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도 펼쳐진다.
Add 서울시 송파구 양재대로71길 20-30
Open Time 20:00
Tel 02-419-0801
에디터 이기원 (lkw@noblesse.com)
사진 노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