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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투자의 열쇠

LIFESTYLE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초저금리 상황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때,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시대일수록 시장을 분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으로 돈을 움직이는 마음의 회오리를 다스리는 일이다.

100세 시대와 초저금리 상황은 우리에게 현명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증권 투자로 성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 적정 가격을 알면 현재 가격이 얼마나 싸고 비싼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식에 적정 가격이 있을까? 많은 사람이 경제 환경, 기업의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증권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업의 발전 가능성 등을 분석하면 적정 가격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주식 가격이 적정 가격을 넘어 폭등하면 투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실제로는 기회보다 위험부담이 커짐에도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니 사야 한다는 이야기가 돈다. 그리고 폭락하면 실제로는 기회가 커지고 위험은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위험이 부각되며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똑같은 상황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은 결국 심리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를 이끄는 미묘한 마음
우선 스스로의 투자 심리를 살펴보자. ‘자기 과신(overconfidence)’ 을 하진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투자에서도 성공할 거라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스스로 많이 알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식이 의사 결정의 정확성을 높여줄 거라고 여기는 ‘지식 착각’과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면 결과에 영향을 미쳐 결국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통제력 착각’이 자기 과신의 요인이 된다. 자기 과신에 빠지면 매사를 ‘승패’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자기 과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투자 심리로 ‘군집(群集) 행동’이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 폭등기에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로 함께 참여한다. 주가 폭락기에는 담보 부족과 불면에 시달리며 한꺼번에 탈출한다. 다수에 편승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 심리에 따른 결과다.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과 집단의 판단이 다를 경우 대개 집단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할때 나만 하지 않으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투자할 때 단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군집 행동에 의해 가장 늦게 참여하는 투자자는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갖고 있는 물건에는 애정이 있어 쉽게 정리할 수 없다. 이를 소유 효과라 한다. 증권시장에서도 소유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다. 수익이 난 종목은 더 큰 이익을 바라고, 손해를 본 종목은 곧 반전할 것이란 기대를 안고 계속 보유하려 한다. 그래서 주식을 사는 것은 쉽고, 파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법이다.
또 사람들은 성격 유형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이라 한다. 이런 낙관적 편향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투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곤 한다. 증권 회사의 자료나 보고서를 과신하고 직원들의 매매 권유에 쉽게 동의한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 따라 빈번하게 매매하거나 철저한 분석 없이 느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부정적 정보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재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투자 결과는 낙관적 편향의 사람이라고 해서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을 비관적 관점으로 바라보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보는 ‘비관적 긍정론’을 지닌 사람이 더 성공적 결과를 낼 수 있다.
투자에서 보이는 이러한 인간 심리는 일반적이고 반복적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 워런 버핏은 평소 “나도 시장에 대한 공포와 욕심이 있다. 단지 시장이 탐욕적일 때 공포에 떨고 시장이 공포에 떨 때 욕심을 낼 뿐이다”라고 고백했고, “증시 하락은 매년 초여름에 태풍이 찾아오는 것처럼 당연한 현상이며 주가 하락은 오히려 좋은 역전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진리를 실제 투자에서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위험한 금융 투기가 발생한다. 금융 투기의 여러 역사적 사건에서도 인간의 투자 심리를 알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은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 투기라 불린다. 귀족과 신흥 부자들이 튤립 뿌리에 투기하면서 튤립 가격이 59배나 뛰며 거품이 발생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경제 호황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는 나라였고, 이로 인해 부에 대한 사람들의 과시욕이 원예와 조경으로 이어져 과열 투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가장 유명한 세계 대공황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국력이 막강해진 미국이 무리한 낙관적 투자와 산업 개발을 했고, 그 결과 뉴욕 월가에서 주가가 대폭락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이후 거의 모든 자본주의국가가 휘말리며 불황에 시달렸다.
금융 투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자신감이 상승해 원칙과 기준 없이 유행처럼 투기에 참여하며, 상승에 대한 맹신과 집단적 흥분이 강한 군중심리와 광기로 나타난다. 그리고 경기 호황이나 초저금리 등 여러 유동적 요소가 작용하고,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이어진다. 광기와 전염성, 유동성이 버블의 크기를 결정한다.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행동경제학
복잡한 인간 심리는 성공적 투자를 이끌기도 하고 이처럼 위험한 투기에 빠지게도 한다. 그러므로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히 수치화하거나 규정할 수 없는 마음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완벽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학과 논리학으로 무장한 기본적 분석의 틀에 바탕을 두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준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한다. 준합리적 인간이란 인간이 완벽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다분히 인간 심리에 관한 이론이며 심리학과 사회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국의 언론인이자 정치가인 리처드 스틸 경(Sir Richard Steele)은 주식은 원래 내재 가치가 없기 때문에 주가는 투자자의 심리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공중누각 이론(Castle-in-the- Air-Theory)이라 했다. 주식 가격을 분석하는 것은 곧 인간이라는 투자 주체와 인간 심리, 나아가 인간의 투자 행태의 분석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인간은 합리적·논리적·이성적 존재라고 확신하며 심리에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하기 전에 먼저 확실하게 인정할 것은, 인간의 행동은 이성과 심리가 이끄는 쌍두마차라는 사실이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감정이 포함된 심리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성이 작은 조랑말이라면 감정은 커다란 코끼리와 같다. 투자에서 경제 주체의 감정적 면을 규명하는 행동경제학이 부각되는 이유다. 자신의 합리적·논리적·이성적 사고를 과신하는 것은 위험하며 투자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세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PROFILE
김현기 소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산 관리와 은퇴 설계에 관한 강의를 통해 금융에 대한 생활 속 태도와 습관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금융 투자 전문가다. 현재 신한금융투자 Neo50 연구소 소장이며, 저서로는 <실전! 투자 행태학>, <금융 오뚝이의 꿈>, <명함이 있는 노후>, <퇴직연금도 모르면서> 등이 있다.

에디터 | 안미영 (myahn@noblesse.com)
글 | 김현기(신한금융투자 Neo50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