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부신 축제의 계절
봄은 성대하게 찾아온다. 대규모 문화 행사가 많은 4월, 세계 각지에서 펼치는 봄날의 화려하고 의미 있는 축제.
책과 장미의 축제 전경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4월 23일에는 책과 장미를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각각 영국과 스페인의 대문호로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작품을 남겼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1616년 4월 23일,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유네스코는 세계 문학사에 위대한 작품을 남긴 두 작가의 서거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로 지정했고, 1995년부터 매해 전 세계에서 이날을 기념하며 독서를 장려하는 행사를 개최해왔다. 먼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으로 가보자. 마침 성 조지 축일(Saint George’s Day)이기도 한 4월 23일에는 전통적으로 장미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이 오늘날 책을 사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책과 장미의 축제’로 발전했다. 이런 향기로운 문화적 조합을 통해 카탈루냐 지방에서 4월 23일은 소중한 사람에게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날 영국의 분위기는 어떨까? 런던의 셰익스피어 글로브(Shakespeare’s Globe) 극장에서는 4월 셋째 주에 하루 동안 무료 공개 행사를 하며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전통적 야외 원형극장인 이곳은 봄부터 가을까지만 공연을 하는데, 올해 첫 공연으로는 4월 23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무대에 올린다. 또 내셔널 갤러리가 자리한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에서는 매년 성 조지 축일을 기념해 축제가 열린다. 올해 행사는 토요일인 4월 25일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 트래펄가 광장의 분수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수공예 작품을 판매하는 마켓이 서며, 다양한 공연과 게임도 진행한다.
부다페스트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4월 22일 열릴 무용 공연
세계적인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첼리스트 문태국도 참여한다.
찬란한 부다페스트의 4월
언젠가부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가 인기 여행지로 떠오른 것은 프라하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야경 덕분이다. 4월에 이곳을 방문하면 야경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로 헝가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문화 축제 부다페스트 스프링 페스티벌(Budapest Spring Festival)이 열리기 때문. 1981년 시작해 올해 35회를 맞는 이 페스티벌은 4월 10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다. 유럽의 주요 축제로 부상한 만큼 클래식 음악부터 오페라, 재즈, 월드 뮤직, 발레, 연극 등 각 장르별 프로그램의 면면도 화려하다. 축제 첫날에는 파워풀한 테크닉으로 국제 무대를 누비고 있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헝가리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프닝 무대에 오른다. 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엘리나 가란차, 키릴 페트렌코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이름 가운데 첼리스트 문태국의 이름도 눈에 띈다. 작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그는 올해 부다페스트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헝가리 방송교향악단과 슈만 첼로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뉴올리언스 재즈 & 헤리티지 페스티벌 전경
첼튼엄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 뮤지션의 공연
봄날의 재즈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단번에 재즈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도시, 뉴올리언스. 재즈의 발상지인 이곳은 공항 이름까지 ‘루이 암스트롱 뉴올리언스 국제공항’일 정도로 세계 재즈 음악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연중 어느 때라도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재즈 음악이 끊이지 않지만 특히 4월에는 뉴올리언스 재즈 & 헤리티지 페스티벌(New Orleans Jazz & Heritage Festival presented by Shell)이 개막해 약 열흘 동안 세계적 뮤지션의 공연이 이어진다. 그 시작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즈의 본고장에 상징적 페스티벌을 만들자는 취지로 뉴올리언스 재즈 & 헤리티지 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은 전통 음악을 중심으로 한 뉴올리언스만의 음악 축제를 기획했다. 역사적 첫 공연이 열린 건 1970년 4월. 가스펠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할리아 잭슨, 재즈 거장 듀크 엘링턴 등이 참여했다. 당시 페스티벌에 참여한 인원은 35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굴지의 재즈 뮤지션이 동참하며 성장을 거듭했고, 지금은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대규모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엘턴 존, 레니 크래비츠, 존 레전드 등이 4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뉴올리언스보다 전통은 짧지만 영국에도 주목할 만한 재즈 페스티벌이 있다. 런던에서 자동차로 1시간 40분 거리인 첼튼엄에서 개최하는 첼튼엄 재즈 페스티벌(Cheltenham Jazz Festival)이 그것이다. 한적한 소도시의 행사라고 얕잡아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1996년 시작해 어느덧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재즈 페스티벌로 떠오른 이 축제는 도시 전체가 음악에 흠뻑 취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Big Top’과 ‘Jazz Arena’ 등 거대한 무대를 설치한 몽펠리에 가든(Montpellier Gardens)은 그야말로 봄 햇살 아래 펼쳐진 음악 천국.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페스티벌은 제이미 칼럼이 게스트 디렉터를 맡아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리타 도자기 축제에 출품하는 도자기들
장인의 노고를 기리는 도자기 축제
봄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일본에서도 크고 작은 축제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연휴가 이어지는 골든 위크에 여러 가지 행사가 몰리는데 그중 아리타 도자기 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도자 기술의 발상지 사가 현에서도 아리타는 일본 최고의 도자기 마을로 손꼽히는 곳. 사실 이곳의 도자기는 우리나라와도 관계가 깊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도공이 도자 기술을 전파한 덕에 우리의 도자기 문화가 아리타에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리타에는 1616년 일본 최초의 백자를 구웠다고 전해지는 조선의 도공 이삼평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아리타 도자 기술의 역사와 의미를 알리고 있다. 내년이면 400주년을 맞는 아리타 도자기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리타 도자기 축제는 매년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진행하며 봄 축제 기간은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다. 마을 곳곳에서 도자기 전시가 열리고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아리타 도자기 시장은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대규모 장터로, 아리타 도자기 축제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약 4km의 길을 따라 500여 개 상점이 늘어선 진풍경을 꼭 두 눈으로 확인해보자.
에디터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안미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