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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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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가 가시고 따듯한 햇살이 조금씩 비춘다. 봄이 돌아왔다. 생명이 움트는 순간을 만끽하고 찬양하고자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봄맞이 축제를 추렸다.

홀리 페스티벌 Holi Festival
홀리는 인도권의 독특한 축제 중 하나다. 힌두력에서 한 해의 마지막 달인 팔구나 달의 보름날은 새로운 해를 맞는 동시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기준이 되는 시기다. 기온이 온화해지고 갖은 봄꽃이 산과 들에 만발하며 곡물의 수확으로 풍성함까지 더하니 이를 축복하고 기념하기 위한 봄맞이 축제 홀리가 전 국민의 80%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홀리는 작게는 수일, 길게는 수주에 걸쳐 진행되는데, 현재 국제적으로 쓰이는 그레고리력으로는 3월 초에 열리지만 가끔 2월로 넘어가는 때도 있다. 홀리 페스티벌의 별명은 ‘색의 축제’다.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축제 당일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와 서로 형형색색의 가루나 물감을 끼얹고 문지르는 게 관습이다. 색으로 목욕을 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뿌리는 양과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원과 거리를 색채로 물들이면서 흥겹게 노래 부르고 춤추며 시끌벅적하게 축제를 즐기다 정오가 넘어가면 모두 강이나 목욕이 가능한 장소로 이동해 모든 색을 씻어내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전통적으로 저녁에는 친구, 친척, 이웃을 방문해 지난 한 해 동안 해묵은 감정을 서로 해소하며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홀리 페스티벌이 단순히 색가루와 물감을 가지고 노는 축제의 성격을 넘어 신분과 계급(물론 지금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으나 사회적으로 카스트제도의 관습은 뿌리 깊게 남아 있다)을 초월해 어울리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높은 계급의 사람들을 골려먹기도 하고,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행동에 제약이 많은 인도 사회에서 홀리 페스티벌 당일만큼은 여성이 남성에게 그동안 품은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날이다. 그래서 인도 여성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 바로 홀리 페스티벌이라는 말이 있다. 인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마투라에서 가장 성대하게 열린다. 특히 마투라와 그 주변 마을인 브린다반, 난드가온, 바르사나는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몰려드는 홀리 페스티벌의 성지다. 3월 1일~2일.

1,2 사회 풍자적 인형으로 유명한 라스 파야스는 이제 다문화와 판타지 요소를 더해 화려하고 친근한 인형을 만드는 것으로 그 성격이 확장됐다.
3 도시 광장에는 30m가 넘는 거대한 인형이 들어서고 이를 보기 위해 발렌시아의 많은 시민이 몰려나와 시끌벅적한 장관을 연출한다.

발렌시아 라스 파야스 Las Fallas de Valencia
스페인에는 내로라하는 축제가 많지만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라스 파야스만큼 열광적인 시민 주도형 축제는 흔치 않다. 그 화려함과 쾌활함은 스페인의 정열적인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라스 파야스의 핵심 단어를 꼽는다면 단연 ‘인형’과 ‘불’이다. 중세 목수들이 겨우내 묵은 옷과 러그, 나무 등을 태워 없애던 풍습이 오늘날의 축제로 발전했다는 설이 존재하기 때문. 스페인에서 목수의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성 요셉의 축일이 3월 19일인 터라 라스 파야스는 매년 3월 15일에 시작해 19일에 그 막을 내린다. 여러 가지 태울 물건을 버리는 과정에서 나무 기둥을 이용해 사람처럼 꾸미는 관습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70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정교한 인형이 거리 곳곳을 장식하는 장관으로 발전했다. 이에 더해 축제 기간마다 불꽃놀이가 빠지지 않고 열리며 라스 파야스(불꽃 축제)라는 이름에 더욱 충실해졌다. 이미 19세기에 수많은 조례가 제정됐을 정도로 도시를 대표하는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은 라스 파야스. 사회 풍자적 인형을 만들어 이를 조롱하고 마지막 날에 모두 불태우는 행위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좋다. 작게는 10m, 크게는 30m가 넘는 사이즈로 만든 인형은 정치, 종교,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매개체였으나 이제는 대중가수, 애니메이션, 다문화, 세계화 등 지구촌 한마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제가 다양해졌다. 인형은 전문 예술가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퀄리티를 높이고, 결국 그해에 가장 멋진 인형으로 선정된 작품은 모형으로 제작해 박물관에 소장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인형을 거리에 설치한 후 5일간 끊이지 않는 불꽃놀이와 함께 분위기가 고조되다 축제 마지막 날 밤에 수백 개의 인형을 모두 불태운다. 이윽고 밝아진 거리는 거대한 야외 댄스파티장으로 변신해 축제의 대단원이 마무리된다. 이제 라스 파야스는 발렌시아 지방에 국한되지 않고 3월이 되면 전 세계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국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3월 15일~19일.

4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꽃차 퍼레이드의 일부.
5 페스티벌이 열리는 쾨켄호프 공원. ‘유럽의 봄’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6 쾨켄호프 공원은 축제 내내 수많은 구근 화훼류로 장관을 이룬다.

쾨켄호프 플라워 페스티벌 Keukenhof Flower Festival
‘꽃’ 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 하나는 단연 네덜란드다. ‘튤립 광풍’을 겪은 튤립의 국가 아니던가. 하지만 네덜란드는 튤립의 주산지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훼류를 수출하는 원예 강국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네덜란드의 축제가 있으니 바로 쾨켄호프 플라워 페스티벌이다.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리세(Lisse)의 쾨켄호프 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이 축제는 세계 최대 구근(알뿌리) 화훼류 꽃 축제다. 튤립은 물론 수선화, 히아신스, 카네이션, 프리지아, 장미 등 2000여 종, 700만 송이가 넘는 다채로운 꽃이 총집합해 봄을 맞이한다. 194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튤립 구근 재배 농가와 리세 시청이 협력해 첫 꽃 축제를 열었고,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된 축제에 참여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오늘날에는 네덜란드의 주요 관광 축제로 성장했다. 축제 기간이 되면 네덜란드 사람보다 외국 사람이 많다는 소리가 나오며(주변 국가에서 자동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번호판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유럽의 봄을 여는 축제’란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봄철 유럽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 기간에 열리는 행사 중 하이라이트는 꽃차 퍼레이드다. 20여 대의 퍼레이드용 수레와 30여 대의 자동차를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행진을 벌인다. 해변가인 노르드빅에서 하를럼까지 쾨켄호프 공원 주변의 원예 재배지를 두루 통과해 약 40km를 행진한다. 렘브란트 탄생 400주년인 지난 2006년부터 쾨켄호프 플라워 페스티벌은 매해 특정 주제를 정해 새롭게 꽃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기회로 삼았다. 올림픽, 중국, 헨리 허드슨, 영국, 더치 디자인 등 여러 주제를 지나왔는데 올해는 ‘로맨스 인 플라워스(Romance in Flowers)’란 주제로 5만 송이에 달하는 튤립, 무스카리, 크로커스를 이용해 250m2의 방대한 모자이크 설치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3월 22일~5월 13일.  

7 전통 복장을 입고 퍼레이드를 즐기는 취리히 시민.
8 폭죽과 솜으로 만든 눈사람 인형 뵈크. 추운 겨울의 상징으로 나중엔 폭발한다.

젝셀로이텐 Sechselauten
스위스를 대표하는 도시 취리히는 매년 4월 중순이면 축제의 도시로 변신한다. 긴 겨울이 물러가고 도시 곳곳에 봄이 찾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열리는 젝셀로이텐 덕분이다. 16세기부터 내려온 젝셀로이텐은 1952년부터 4월 셋째 주 월요일에 열리도록 규정했다. 2018년에는 4월 16일이다. 젝셀로이텐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가장행렬. 원체 말끔하고 아담한 도시가 젝셀로이텐 기간에는 중세인처럼 꾸민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축제 전야제에선 300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앙증맞은 옛날 옷을 입고 도시 곳곳을 행진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행사 당일에는 ‘추크 데어 춘프테’라 불리는 메인 행진이 시작된다. 25개의 길드에 속한 7000여 명의 시민과 500필의 말, 28개의 음악대, 50여 개의 이동 무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진이다. 혹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행진’이라고 말하는데 각자 특색에 맞는 전통 의상을 입고 요란한 음악과 함께 행진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이 꽃을 들고 걸어가다 지인이 보이면 인사하며 꽃을 건네는 장면 또한 봄맞이 축제에 걸맞게 훈훈하게 다가온다. 행렬은 젝셀로이텐 광장에서 멈춘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10m 높이로 장작더미를 쌓고 그 위에 폭죽과 솜으로 만든 눈사람 인형 뵈크를 매달아둔다. 장작에 불을 붙이고 일련의 말 탄 남성들이 그 주변을 달리면서 축제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징글징글하게 추운 겨울의 상징인 뵈크가 폭발하면 그 떠들썩함은 절정에 이른다. 4월 15일~16일.

9 뭄바 페스티벌 Moomba Festival   10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SXSW   11 송크란 페스티벌 Songkran Festival

Another Festival
뭄바 페스티벌 Moomba Festival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은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우리와는 정반대다. 따듯한 봄이 아니라 선선한 가을인 3월이 되면 호주를 대표하는 뭄바 페스티벌이 열린다. 뭄바는 원주민어로 ‘함께 즐기자’는 뜻. 그에 걸맞게 매년 1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는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트램 퍼레이드. 화려하게 치장한 트램이 거리를 누빈다. 3월 9일~12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SXSW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는 1987년 지역의 소규모 뮤직 페스티벌로 시작해 이제는 50여 개국, 2만여 명의 음악 관계자, 2000여 팀의 뮤지션이 참여하는 세계적 뮤직 페스티벌이자 마켓으로 성장했다. 또한 영화와 정보기술 관련 세미나와 행사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조 산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3월 9일~18일.

송크란 페스티벌 Songkran Festival
송크란은 일명 ‘물의 축제’로 불린다. 건기의 끝 무렵으로 연중 가장 기온이 높은 때라 우기에 풍부한 비가 내리길 소망하며 서로에게 향기로운 물을 부어주는 행위가 이제는 축제 기간 내내 떠들썩한 물싸움으로 바뀌어 태국의 상징이 됐다. 박물관에 소장된 불상을 광장으로 옮겨 새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며 물을 뿌리는 예식도 놓치지 말 것. 4월 13일~15일.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