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음식
볼펜 한 자루 쥘 힘까지 앗아가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남자의 지친 몸을 보하고 맥 빠진 정신을 다시 살리는 부활의 음식을 탐구해보자.
한의학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즉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약재 편에 보면 한약의 효능뿐 아니라 음식물의 효능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다. 실제 도라지, 쑥, 율무, 생강, 대추, 무씨, 보리싹, 콩나물 같은 음식은 한약재로도 쓰인다. 동무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을 마음과 몸의 상태에 따라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으로 구분한다. 사상체질에 따라 여름철 보양식도 천차만별. 자신의 체질에 맞는 보양식을 골라 먹는 것은 곧 몸을 치유하는 것과 같다.

태양인
몸의 기운을 안으로 모아주는 음식
태양인은 상체가 발달하고 목덜미가 굵은 반면 하체는 약하다. 엉덩이가 작고 다리가 가는 경우가 많다. 폐는 튼튼하나 간이 약하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운이 많은 체질이므로 수분과 혈액이 부족해 몸속이 건조해지기 쉽다. 기운이 맑고 맛이 담백해 소화·흡수가 잘되는 음식이나 지방질이 적은 해물, 채소 등이 좋다. 특히 고열량의 육류보다 해물을 자주 섭취해 원기 회복을 돕고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태양인에게는 해물탕과 메밀국수, 연포탕, 조개탕, 붕어찜 등이 좋다. 붕어는 위장의 기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까지 있다. 낙지는 타우린이 풍부한 대표적 스태미나 수산물이다.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숙취와 만성피로 해소에 좋다.
추천 음식 ㅣ 연포탕, 조개탕, 붕어찜

태음인
몸의 기운을 밖으로 흩어주는 음식
체격이 좋고 허리 부위가 튼튼하지만 폐가 약한 경우가 많고 땀을 많이 흘린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체질이다. 소화·흡수 기능은 뛰어난데 순환 기능과 땀, 배뇨 등 배출 기능이 약한 경향이 있다. 몸이 쉽게 무거워지거나 체중이 늘기 쉬우므로 배부른 상태로 오래 앉아 있거나 식후에 바로 누워 자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보양식으로는 설렁탕, 냉콩국수, 육개장, 미역국, 소고기뭇국 등이 좋다. 특히 소고기는 태음인에게 최고의 보약이다. <동의보감>에서 소고기는 소화기를 보하고 토하거나 설사하는 것을 멈추며 당뇨와 부종을 낫게 하고 뼈와 허리, 다리를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또한 땅콩과 팥을 제외한 모든 콩류가 잘 맞는다. 콩 요리 중 여름철 백미는 냉콩국수다.
추천 음식 ㅣ설렁탕, 냉콩국수

소양인
몸의 찬 기운을 보해주는 음식
소양인은 상체가 발달한 반면 엉덩이는 작다.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고 이 때문에 신경과민 증상이 생기기 쉽다. 몸에 열이 많으므로 찬 성질의 음식이 좋다. 채소류, 굴, 게, 가재, 해삼 등 서늘하고 맑은 음식을 섭취하고 너무 맵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소양인은 인삼, 홍삼, 꿀, 녹용 등의 건강 보조 식품은 장기간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우린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전복으로 만든 음식을 보양식으로 추천한다. 녹두죽이나 오리고기, 복국, 감자탕도 좋다.
추천 음식 ㅣ전복죽, 오리고기, 복국

소음인
몸의 따뜻한 기운을 보해주는 음식
소음인은 체격이 작지만 하체가 발달해 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굵다.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찬 경우가 많아 찬 음식, 날음식,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성질이 따뜻한 음식이 보양식으로 좋다. 삼계탕은 복날에 먹는 대표적 보양 음식이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글루타민산이 많아 소화도 잘된다. 또 삼계탕의 주재료 가운데 하나인 인삼은 원기를 돋워주고 면역 기능을 높이며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밤과 대추는 삼계탕의 효능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이열치열의 개념으로 추어탕과 장어도 좋다. 미꾸라지는 <동의보감>에서 추어라 하여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어 비위를 보하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고 전한다. 장어와 미꾸라지 모두 비타민 A를 다량 함유해 피부를 보호하고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며 호흡기의 점막을 튼튼하게 해준다.
추천 음식 ㅣ삼계탕, 장어 요리, 추어탕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스타일링 김보선 도움말 황민우(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사상체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