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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그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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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미지의 영역 앞에 서 있다. 4차 산업과 인공지능, 금리 인상과 미사일 위협까지. ‘불확실’과 ‘불안’은 현재를 읽어내는 주요 키워드다. 사회·경제·문화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현재의 고민과 해결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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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영화 평론가
PRESENT 한국 영화의 외관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안 요소가 많다. 지금 한국 연 관객이 2억2000만 명 정도다. 한계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산업적 측면의 확장과 질적 성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마켓은 작고 가짓수는 적다. 영화계도 한국 경제의 문제점인 ‘파레토 법칙(Law of Pareto)’을 겪고 있다. 80:20이 아니라 90:10, 95:5까지 영화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양적 확대, 질적 성장 모두 어렵다.
CONCERN 대규모 자본은 영화에 투자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켓은 작은데 투자는 했고, 기업의 자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구한 대책이 ‘독과점 구조’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다양한 영화가 탄생할 수 없다. 곧 중국 영화계가 기회의 땅으로 떠오를 거다. 영화가 시설 기반 산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산업 확장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문화 교류가 아니라 문화 침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SOLUTION 영화 산업은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가 큰 틀을 잡아줘야 한다. 업적 측면에선 투자와 제작, 유통과 상영까지 수직 계열화돼 있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1950년에 조치한 사항이다. 활발한 육성·지원 정책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2의 박찬욱, 봉준호가 등장할 수 있도록 재능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셔츠, 슈트, 보타이, 슈즈 모두 Alan’s, 행커치프 Arco Baleno, 안경 Linda Farrow by Handok.

차우진 대중음악 평론가
PRESENT 전 세계적으로 음악 산업의 구조가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이 있다. 산업 전반이 음반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는 음반과 음원이 분리되면서 수익 구조가 다변화됐다. 산업의 주체들이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보니 답을 찾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되면서 장기적 플랜 설정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CONCERN 한국 음악 산업의 병폐는 차트 문화다. 콕 집어 가장 영향력 있는 멜론 차트를 보면 멜론이 투자한 회사, 거기서 키우는 뮤지션, 그가 낸 음원을 멜론 차트에 노출하면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다. 차트에 못 들어간 가수는 다른 루트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업계의 성공 모델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변하면서 정작 어떤 것이 기회고 위기인지 플레이어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SOLUTION 불확실한 음악 산업에서 길을 찾으려면 관점을 완전히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음악 산업의 미래를 동종업계에서 찾을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데서 벤치마킹하며 영감을 얻어야 한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반응하는 음악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결국 좋은 음악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셔츠와 턱시도 슈트 Monte Via, 보타이 Arco Baleno, 탱크 MC 워치 Cartier, 안경 Frat by Handok,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곽수근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PRESENT 한국 경제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세계는 규모의 경제로 재편될 것이다. 중국의 영향이 크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졌던 철강, 섬유, 플랫폼 등의 분야는 점점 그들이 잠식해나갈 것이다.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현재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때다. 지금까지 쌓아둔 것을 과신하면 안 된다. 중국의 15억 인구가 온전히 네트워크로 편입될 때,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CONCERN 과거 경제는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었다. 지금은 환경과의 싸움이 됐다. 국경이나 산업의 경계, 분야 같은 건 이제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이 융·복합되고 있는 시대다. 이젠 기업의 간판이나 브랜드와 거래하지 않고 생태계를 보고 파트너를 정한다. 과연 한국 경제가 건강한 생태계일까?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모의 매력을 넘어설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SOLUTION 열린 규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공정한 룰, 이 세 가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봤을 때, ‘저곳은 건강한 곳이다’라는 판단이 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잘해선 안 되는 시점이다. 이젠 수출이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와 한곳에 어울려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 결과가 도출되는 시점이다.

 

 

셔츠 Lussoso, 라이더 재킷 Scotty Skelly, 보타이 Thom Browne, 시계 Blancpain.

양정웅연극 연출가
PRESENT 공연 예술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한데 비해 순수예술 장르는 고사 위기다. 그래서 한국 공연 예술계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본질적으로 역사가 짧기 때문에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기도 하다.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를 겪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CONCERN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너무 적다. 보통 공공 예산은 선택과 집중을 말하지만 결국 시행은 기회와 균등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그 누구도 충분한 예산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외국처럼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하던지, 기회와 균등을 버릴 수 없다면 예산 규모를 키워야 한다.
SOLUTION 공공 기관의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 특히 선진국과 지원 비율을 비교하지 말고 절대 예산 자체를 늘려야 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장르에서 고사 위기의 장르 쪽으로 부의 재분배도 필요하다. 창작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레퍼토리 그리고 새로운 향유자를 개발해야 한다.

 

 

원피스 Latt by T, 어깨에 걸친 재킷 Kwonohsoo Classic, 이어링과 링 Kohinoor,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워치 Blancpain.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PRESENT 최근 부동산 시장은 혼탁하다.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2014년 이후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대거 투입됐다. 정부 부양책의 영향이 컸다. 한국은 원래 부동산에 대한 자산 쏠림 현상이 심한데 한층 심화됐다. 소득 증가율보다 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생겼다. 결국 상환 능력에 대한 위험이나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자산이 늘어난 거다.
CONCERN 수도권 단기 투자 수요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최근 급증하는 현상이 보인다. 시장이 교란되며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무엇보다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앞으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규제는 대출과 청약, 세금 전 분야에 걸쳐 조치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한 상황이 오면 가처분소득이 적고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한 50~60대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갭(gap) 투자한 투자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제3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
SOLUTION 시장은 항상 실제 소유만으로 움직일 수 없다. 가소유자들도 함께 움직이며 거래량이 증가하는 순기능 또한 있다. 그러나 현재 분양 시장은 투기화됐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8·2 부동산 대책은 핵심을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부동산을 통한 갭 투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부동산 불패란 말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의미가 없는 시점이다. 자산 중 부동산 비율도 점차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모두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사회적 인식이 필수다.

 

 

셔츠와 그린 컬러 스리피스 슈트, 보타이, 행커치프 모두 Cymbidium,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Cartier.

채성호 인문학 작가
PRESENT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세 가지 철학이 있다. 첫째, 미국식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윤리. 내가 열심히 일하고 성공하는 것이 신이 나를 사랑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즉 노동과 신의 섭리를 일치시킨다. 둘째, 공리주의. 의무나 책임을 생각하기보단 사회적 제도를 만들었을 때 그것이 윤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근현대 합리주의. 기술과 과학이 가장 완벽한 학문이라고 믿는 것. 이런 것을 바탕으로 부조리와 빈부 격차, 불평등 등의 문제가 야기된다고 생각한다.
CONCERN 빈부 격차의 완화가 본질적 문제 해결 방법이다. 이젠 자본주의를 수정해야 할 때다. 빈부 격차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발생한다기보다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에서 비롯한다. 여기서 사회적 분열이나 증오가 시작된다. 타인에 대해 적대적이 되고 희생양을 계속 필요로 하게 된다. 빈부 격차라는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전체주의적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SOLUTION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자발적 낙수 효과나 시장주의가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위적 펌프가 필요하다. 결국 증세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세금을 증세하고 자본이 모였을 때 비로소 복지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 여지가 생긴다.

 

 

조성룡 건축가
PRESENT 서울의 도시계획은 태생부터 부자연스럽다. 특히 강남이 그렇다. 자동차 도시로 개발되어 도보망이 강력하지 않고 건물이 빽빽해 산이 보이지 않는다. 청계천 복원, 서울로7017의 예처럼 공공장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 세운 개념이 흔들려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서울은 복잡하기만 하고 매력이 없는 도시다.
CONCERN 서울 같은 대도시는 자기 집을 나가면 거의 다 공공장소다. 광장이나 시청뿐 아니라 집과 집 사이가 공공장소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이런 공공장소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잊는다. 바로 주 사용자다. 실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스터디를 면밀히 하지 않는다.
SOLUTION 실제 사용하는 시민이 공공장소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해야 한다. 전문적 영역은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서로 피드백하고 합의하는 거버넌스의 작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만드는 시간이 너무 짧다. 외국은 10년 걸리는 일을 우리는 2~3년 안에 끝내려 한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최민석(인물), 김흥수(제품)  헤어 이영재  메이크업 서선녀  스타일링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