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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 클럽이 완전히 변했어요

ARTNOW

아시아 미술의 중심인 홍콩 하버시티에 위치한 퍼시픽 클럽. 2012년 레노베이션을 거친 후 홍콩 최고 아트 스폿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문 미술팀이 진행하는 정기적인 컬렉션 교체는 회원들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하버시티 부근에 위치한 퍼시픽 클럽의 외부.

199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방문해야 할 50대 장소’ 중 하나로 명품 브랜드 숍부터 장난감 가게에 이르기까지 700여 개 매장이 운집한 홍콩 최대 쇼핑몰 하버시티를 선정했다. 침사추이에 위치한 이곳은 대형 쇼핑몰인 마르코폴로 홍콩 호텔 아케이드, 오션 센터, 게이트웨이 아케이드와 선상 관광을 위해 대형 크루즈선들이 정박해 있는 부둣가 오션 터미널로 구분된다. 그런데 오션 터미널을 포함한 하버시티의 건너편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봤음 직한 허름함이 느껴지는 것. 반전은 한 번 더 존재한다. 이렇게 허름한 곳에 홍콩 최고의 사교 클럽으로 꼽히는 퍼시픽 클럽이 자리하고 있다.

1 로비에 위치한 조각 작품이 클럽 내부를 더욱 아티스틱하게 바꾸고 있다.
2 2층 리셉션을 지나다보면 만날 수 있는 아베 미나코의 ‘Scene No.25’.

퍼시픽 클럽은 하버시티를 소유한 홍콩 최대 부동산·미디어 기업인 와프 그룹이 1990년 설립한 회원제 사교 클럽이다. 좌청룡 우백호의 형상을 모방한 듯 클럽 왼쪽에는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해외 유명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고, 오른쪽에는 중국을 오가는 선박이 수시로 드나들어 홍콩이 세계무역 중심지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실내 수영장, 볼링장, 남녀 스파, 피트니스센터, 테니스장, 라운지 바, 레스토랑 등을 갖추어 회원들에게 최고의 편의 시설을 제공한다.

하지만 2010년 6월 퍼시픽 클럽은 낙후된 시설을 이유로 볼링장과 라운지 바를 대대적으로 레노베이션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클럽 전체로 이어져 장장 2년에 걸친 대공사를 마쳤고, 이후 클럽 내부는 미니멀하면서 산뜻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하버시티를 자주 찾는 젊은 상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번 레노베이션을 통해 퍼시픽 클럽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아트 컬렉션의 증가다. 덧붙여 작품 배치까지 전문 큐레이팅을 통해 진행했다. 한마디로 퍼시픽 클럽이라는 이름 앞에 ‘아트’를 붙여 수식해도 좋을 만큼 클럽 내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1 퍼시픽 클럽에 미술 자문을 제공하는 하버시티 내 ‘갤러리 바이 더 하버’ 외관 모습. 2 갤러리 바이 더 하버에서 고미술품으로 진행했던 전시 풍경. 3 퍼시픽 클럽은 복도 곳곳에 회화 작품을 설치해 클럽 멤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퍼시픽 클럽을 빛내는 갤러리의 기획
우선 클럽 2층 리셉션을 지나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일본 작가 아베 미나코의 ‘Scene No.25’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풍광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포토샵 작업으로 변형한 후 다시 캔버스에 옮긴 작품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는 도시의 분주함에 쉼표를 찍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국 팝아티스트 이동기의 ‘Doggy Dog’는 2층 입구에서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페르소나(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인 미키마우스가 아닌 강아지 그림이라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애완동물 출입이 전면 금지된 클럽에 이 강아지만은 출입을 허락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이곳을 찾는 회원들은 작품을 접할 때마다 미소 짓곤 한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2011년 제3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참가한 니코 루오마의 ‘Chronos, 137th Day’도 클럽 한쪽 벽면을 고급스럽게 빛내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 작가 마크 벨리니의 작품을 비롯해 고미술 유화, 석판화, 조각 등을 로비뿐 아니라 클럽 곳곳에 배치해 레노베이션 이후 회원들은 갤러리를 방문한 것처럼 새롭다고 평가한다.

사실 퍼시픽 클럽의 아티스틱한 변화는 하버시티 내 오션 센터 2층 펜디 매장 옆에 위치한 ‘갤러리 바이 더 하버’ 미술팀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버시티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이 갤러리는 클럽을 위해 작품 구입을 대행하고 큐레이팅까지 진행해 퍼시픽 클럽 전속 미술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클럽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지리적 여건도 완벽하다. 사실 이곳은 하버시티 방문 고객이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오픈했다. 하지만 갤러리 미술팀은 작품 선정은 물론 전시 퀄리티까지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연중 3~4회 전시를 기획하며 사설 갤러리의 전시 수준에 맞추고자 애쓴 것이다.

갤러리 바이 더 하버는 2007년 10월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을, 2012년 9월 웨민쥔 개인전을 오픈하며 쇼핑몰 내 쉼터 이상의 위상을 보여줬다. 쿠사마 야요이 전시를 위해 미술팀은 오션 터미널 입구에 황금색 호박을 설치하고 그녀의 호박에서 영감을 얻어 그 자리를 현란한 점으로 꾸미는 등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홍콩 시민과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웨민쥔 전시도 위트 넘치는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 오션 터미널에서 오션 센터에 이르는 길목을 거대 조각 작품으로 채우고 아트 상품을 제작해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이다. 2012년 11월에는 배우이자 작가 하정우를 비롯해 권현진, 최소영, 이소연, 이규홍, 박성태의 작품을 <페스티브 코리아>전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갤러리 바이 더 하버는 갤러리 이상의 행보를 보이며 하버시티의 이미지까지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2012년 9월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갤러리 바이 더 하버에서 진행한 웨민쥔의 전.

라이벌이 있어 회원들은 즐겁다
홍콩 사교 클럽의 아트 컬렉션을 소개할 때 퍼시픽 클럽과 함께 차이나 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두 클럽이 보유 중인 작품의 성격과 컬렉션 방향까지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퍼시픽 클럽과 차이나 클럽을 제외하면 아트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는 홍콩 내 사교 클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이 둘의 미술 관련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1991년 홍콩 섬 센트럴 지역 내 중국은행 건물 13~15층에 오픈한 차이나 클럽은 14층에서 연결된 계단과 14층 로비에서 웨민쥔, 쩡판즈,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 미술팀의 전문 큐레이팅을 통해 작품을 공급받는 퍼시픽 클럽과 달리 차이나 클럽은 오너의 컬렉션과 중국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 ‘Hanart TZ’에서 대여한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홍콩 속 중국’이라는 컨셉으로 퍼시픽 클럽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두 클럽은 윈윈 전략을 펼치듯 서로를 자극하며 한층 명확한 컬렉션 스타일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편의성을 제공하고 멤버 간 교류를 위해 존재해온 홍콩 사교 클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퍼시픽 클럽의 경우 미술 전문 사교 클럽이라는 새로운 명성까지 기대하고 있으니 갤러리 바이 더 하버 미술팀이 이곳에서 선보일 뉴 컬렉션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에디터 조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