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방랑자
사막에는 길이 없다. 길이 없는 길 위로 떠나는 극단의 고독으로 맛보는 짜릿한 여정.

사막보존지역의 모래언덕을 파고 들다, DUBAI
두바이 사막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황무지에 번성한 찬란한 마천루의 도시. 어쩌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를 두바이는 이미 실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번쩍이는 빌딩 숲을 뒤로하고 약 1시간을 달리면 훼손되지 않은 진짜 사막, 두바이 사막보존지역(Dubai Desert Conservation Reserve, DDCR)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 알 마하 리조트 소유의 작은 사막보존지역으로 시작한 것이 두바이 정부와 에미레이트 그룹의 도움을 받으면서 두바이 전체 면적의 5%에 달하는 225km2의 면적으로 확대되었다. 덤불과 나무의 고요한 숨소리를 BGM으로 오릭스와 사막가젤, 여우와 도마뱀이 요리조리 섞이는 풍경은 문득 태초의 자연을 상상하게 한다. 사막은 총 4개 구역으로 나누어 일부 지역만 단계별로 개방하는데, 그마저도 발을 들일 수 있는 여행사가 한정되어 있다. 천국행 티켓을 쥔 듯 들뜬 기분으로 사막에 들어서면 보존지역이란 선입견과는 달리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듄 배싱(모래언덕 레이싱)이다. 더 이상 부서질 수 없을 정도로 고운 모랫길을 사정없이 헤치며 사납게 달리다 보면 길 끝에서 세상의 끝과 만날 것 같은 맹랑한 상상도 하게 된다.

산악자전거에 올라 사막을 탐험하다, ISRAEL
길이 없는 사막에서 이정표란 곧 방랑이지만, 이스라엘 네게브(Negev)사막에선 따라야 할 길이 있다. 이스라엘의 최남단 해변 도시 에일라트(Eilat)에서 20분 거리인 네게브사막 지역에 속한 팀나 공원(Timna Park)은 여행자를 위한 25개의 하이킹 코스를 준비해두었다. ‘솔로몬의 기둥’이란 별명이 붙은 기묘한 바위부터 버섯 바위, 핑크 캐니언, 아치 바위 등 인간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피조물이 여정 사이사이 훌륭한 이정표가 된다. 스치는 속도에 따라 풍경은 다른 모습으로 시선에 담긴다. 걷다가 지치면 주저 없이 자전거에 올라야 하는 이유다. 산악자전거에 올라 광망한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면 미세한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때리며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사막 절벽에 매달리는 래펠링 역시 네게브를 관망하기에 탁월한 스포츠다. 그 밖에도 오직 상상 속에서만 더듬을 수 있었던 성서 속 동식물을 보존하는 야생동식물보호구역 ‘하이 바(Hai Bar)’,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지은 성막을 만나는 체험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거대한 선인장 앞에 서다, MEXICO
신장 20m, 무게 25톤. 멕시코 사막 산펠리페(San Felipe)에 가면 스피노사우루스의 덩치와 무게에 맞먹는 ‘카르돈 선인장(cardon cactus)’을 만날 수 있다. 단연 세계 최고의 크기다. 이 압도적인 선인장이 전쟁을 앞둔 로마제국의 군대처럼 떼를 지어 선 모습은 그야말로 비장하다. 그 위용 앞에서 인간은 한낱 초라한 미물임을 깨닫게 되는데, 이 아찔한 체험을 위해 해마다 무수한 여행자가 산펠리페로 향한다. 카르돈 선인장과 마주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양하다. 걸으며 감상하다 지척까지 다가가 살며시 피부를 맞대기도 하고, 사막 에코 투어를 신청해 지프를 타고 달리기도 한다. 정열의 사막에 뜨거운 열정으로 응수하고 싶은 진짜 남자에게는 ATV가 걸맞다. ATV를 타고 급커브의 스릴을 즐기며 선인장이 만든 신비한 미로를 달리는 경험은 단언컨대 세상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다.

하얀 사막 가운데서 즐기는 글램핑, EGYPT
베이비 파우더처럼 하얗고 말간 모래가 휘휘 날리는 청순한 사막. 그 위에 줄지어 선 아이스크림콘, 버섯, 텐트, 귀뚜라미 등 엉뚱한 이름을 지닌 하얀 바위들. 이집트에서 두 번째로 큰 사막 파라프라(Farafra)의 북쪽 끝에는 이토록 신비한 백사막의 고요가 부유한다. 바람의 손길로 빚은 기이한 형태의 바위 무리가 드문드문 솟은 모습은 거대한 전시장을 연상시킨다. 조개껍데기 화석이 촘촘히 박힌 도상 구릉이 저마다 반짝 빛을 내며 전시장의 무대 역할을 한다. 이 신비로운 사막에 들어섰다면 가급적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시간대에 따른 미묘한 빛의 변화를 하얀 사막이 온전히 머금는 까닭이다. 특히 분홍빛으로 물드는 일몰, 그리고 별이 빛나는 까만 밤의 백사막은 낮 동안의 청순한 얼굴을 지우고 한껏 요염해진다. 사막 한가운데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가장 똑똑한 방법은? 사막 한가운데서 노천 캠핑이 가능한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륜구동 차에 텐트와 매트리스, 음식 등 간단한 짐만 싣고 사막을 향해 달리면 백사막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대미는 가이드가 직접 차려주는 이집트 현지식 저녁식사로 장식한다.

데스밸리에서 죽음의 질주, USA
황량하고 망망한 사막 데스밸리(Death Valley)에 당도하면 누구나 생과 사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선다. 미국에서 가장 뜨겁고 메마른 죽음의 땅. 여름엔 49℃까지 치솟는 이 땅에서는 누구라도 지옥의 문턱을 경험한다. 고행일 것이 뻔한 죽음의 계곡에 여행자는 왜 그토록 열광할까? 이 땅엔 언어로 대신할 길이 없는 텅 빈 고독이 있다. 이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다른 말로도 읽힌다. 데스밸리는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미국 본토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립공원이다. 모래언덕 하나가 웬만한 산 하나의 크기니 그 준험함은 따로 말할 것이 없다. 거기다 찌를 듯 높이 솟은 봉우리가 있고, 사암 협곡이 있고, 모래언덕의 저 밑바닥에는 해수면보다 낮은 소금 사막이 있다. 데스밸리의 최고봉인 해발 3363m 높이의 텔레스코프 피크에서 해수면 아래 86m로 이어지는 능선은 각도만 봐도 등줄기에 서늘한 땀이 맺힌다. 황톳빛 사막에 선명한 색을 더할 새빨간 지프차를 렌트해 몸을 싣고 배드워터 분지에서 아티스트팔레트,우베헤베 분화구까지 액셀을 깊게 밟고 달려볼 것. 그 끝에 마침내 죽음의 계곡을 정복한 자의 쾌감이 찾아올 것이다.

나미브사막에서 누리는 호화로운 하룻밤, NAMIBIA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대륙 남서쪽, 남아프리카공화국 바로 위에 위치한 나라다. 나미비아와 앙골라 남부에 걸쳐 있는 나미브(Namib)사막은 여행자들이 나미비아로 향하는 제1의 이유가 된다. 나미브사막의 정확한 명칭은 ‘나미브 모래 바다(Namib Sand Sea)’. 안개의 영향을 받는 광활한 사구를 포함한 세계 유일의 해안 사막이다. 안개가 자욱한 해안 사막으로 유명하지만 낮에는 맑은 대기 환경, 밤에는 남반구의 눈부신 하늘 덕분에 높은 가시성을 확보한다. 찬탄을 절로 부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또렷이 관찰하기에 탁월한 사막이란 뜻이다. 이 사막의 낭만적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사막에 직접 몸을 내던질밖에. 다행히 근사한 하룻밤을 보내게 해줄 리조트가 있으니, 르 미라주 리조트 앤 스파(Le Mirage Resort & Spa)다. 나미브사막의 광활한 평야를 어디에서든 관망할 수 있는 리조트는 호화로움의 극치다. 굳이 온몸에 모래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고도 고상하게 안개의 사막을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사막에 나타난 노아의 방주 같은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다, 허기가 지면 캔들로 장식한 레스토랑에서 5코스 요리에 독특한 형태의 와인 저장고에서 막 꺼내온 와인을 홀짝이는 사치. 죽기 전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린다면 뇌리에 번쩍 스칠 그런 선명한 순간이다.

메마른 사막에서 즐기는 MTB, CHILE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곳. 칠레 아타카마(Atacama)사막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붙는 수식어는 어쩐지 가혹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연구에 따르면 아타카마는 비가 오지 않는 고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 하지만 선명한 블루빛 소금물 호수 위에 고운 분홍색 플라밍고들이 유유히 노니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장면 앞에서 ‘메마름’ 따위의 단어는 금세 잊힌다. 거기다 하늘은 거울처럼 어찌나 투명하고 맑은지 천문학자들이 우주 최초의 은하가 보내는 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거기다 또 하나. 아타카마사막은 산악자전거 MTB 라이더가 도전하고 싶은 사막으로도 손꼽힌다. 세계적 산악자전거 경주 중 하나가 이곳에서 열리는데, 아타카마의 속살까지 깊이 그리고 짜릿하게 즐기는 방법은 ‘MTB 아타카마 챌린저(MTB Atacama Challenger)’에 참가하는 것이다. 150km 코스에 관광, 문화, 생태의 요소가 고루 스며들어 오롯이 사막을 달리는 것만으로 훌륭한 여정이 된다.

이카사막을 가르는 샌드보드, PERU
사막 한가운데서 찬연히 빛나는 희망 같은 물웅덩이. 페루 이카(Ica)사막의 거대한 오아시스 ‘우아카치나(Huacachina)’를 만나면 누구라도 내면 밑바닥에서 탄성을 끌어낸다. 이것은 분명 자연의 축복이다! 이카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300km나 떨어져 있지만, 그 수고로운 발걸음이 아깝지 않은 건 사막에 번성한 도시 이카의 다채로움을 만날 수 있는 까닭이다. 도심과 사막을 칼로 베듯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이카. 둥근 배처럼 생긴 우아카치나 오아시스를 따라 도시가 발전한 동시에, 한편에는 신비한 동식물의 생태계가 공존한다. 호화 럭셔리 호텔이 밀집한 곳으로 유명하고, 페루 특산물인 포도 브랜디 피스코의 명산지이기도 하다. 일상과 피정이 공존하는 사막 도시에서는 누구라도 치유를 맛본다. 이카사막은 샌드보드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보드에 가슴을 대고 엎드려 모래사막을 빠르게 핥듯이 내려오는 동안 잠자고 있던 모든 감각이 깨어난다. 일몰에 맞춰 샌드보드를 타면 빠르게 움직이는 찰나의 낭만을 눈으로 사진 찍듯 담을 수 있다.

피너클스사막의 미로 탐험, AUSTRALIA
바람이 부는 강. 원주민 언어로 ‘피너클스(Pinnacles)’는 이토록 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막의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을 보고 원주민이 붙인 이름인데, 그 수수께기 같은 이야기는 피너클스사막에 당도한 자만이 이해할 수 있다. 퍼스(Perth)에서 북으로 약 3시간을 달리면, 서호주 코럴 해안 근처 남붕 국립공원(Nambung National Park)에 자리한 피너클스사막이 점차 시야에 들어온다. 호주를 찾는 아웃백 트래블러가 가장 사랑하는 사막.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이란 상투적 수식은 혹시 이 사막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문득 든다. 사막에서 주인공을 논하는 일이 어리석을지 모르지만, 피너클스에는 엄연한 주인공이 있다. 건조한 사막 깊숙이 뿌리내린 크고 작은 석회암 무리다. 사막을 침공한 외계인 혹은 몬스터처럼 생긴 군단은 그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차라리 아티스트의 설치물처럼 보인다. 약 1만5000개로 추정되는 무수한 석회암 기둥이 빚어내는 광경 앞에서 인간의 모든 언어는 무의미해진다.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전용 코스를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차창을 프레임으로 극적인 장면을 조망할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수많은 몬스터 군단을 진두지휘하는 장군이 된 기분으로 사막을 내려다볼 수 있다.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