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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는 몇 가지 방법

LIFESTYLE

누구나 쉽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시대다. 다른 예술 장르보다 우리 삶에 더욱 가까워진 사진. 올해 상반기에 열릴 주요 사진전을 통해 이 시대에 사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린다 매카트니, Self Portrait with Paul and Mary, London, C-Type, 50.8X60.96cm, 1969

지난 연말, <타임>이 선정한 ‘2014년 최고의 발명품 25’에 ‘셀피 스틱(The Selfie Stick)’이 상위에 랭크됐다. 한국에서의 명칭은 ‘셀카봉’. ‘자가 사진 촬영’의 한국식 표현인 ‘셀카’를 화각의 구애 없이 편하게 찍을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다. 2013년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셀카를 의미하는 ‘셀피(selfie)’를 선정할 정도로 최근 2~3년 사이 셀카의 열풍은 대단했다.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의 개발과 보급,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네트워크가 유행하면서 덩달아 부흥한 셀카와 셀카봉! 사진을 손쉽게 찍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받는 신개념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도래한 이때, 그렇다면 우리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본질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걸까? 나(사진가)와 촬영 대상, 그리고 그 사이를 매개하는 카메라의 완벽한 삼위일체의 구도는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셀카와 셀카봉의 시대에 사진은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떠맡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찍는 사진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을 목적으로, 내가 어디에 있었고, 누구와 무엇을 했으며,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대림미술관에서 4월 26일까지 열리는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의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에서는 사진이 지닌 내적 친밀성의 기능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섹션은 그녀가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꾸린 가족의 모습을 촬영한 ‘가족의 일상’. 전시 제목처럼 사진으로 포착한 그들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녀 자신을 포함해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관람객의 얼굴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카메라를 경계하지 않는 폴 매카트니의 모습은 어느 매체에 실린 사진보다 자연스럽다. 사진에 담긴 ‘날것’의 도발적인 모습이 요즘 세대의 코드와 딱 들어맞는다. 또 다른 섹션의 사진들은 찍는 순간 모든 것을 과거로 돌려보내는 사진의 시간성이 두드러진다. 1960년대에 활동한 작가와 음악가의 모습은 당시 청년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프랑스 브리, 1968

권오상, 쌍둥이에 관한 420장의 진술서, C-Print, 혼합매체, 190X70X50㎝, 199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사진의 기술>전의 ‘설치의 기술’ 섹션 출품작

사진은 탄생 이후 줄곧 인간의 존재와 부재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만약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사진에서 인간을 지운다면 무엇이 남게 될까? 아마 세계 곳곳의 풍경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회화의 영향을 받은 초기 사진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한 편의 풍경화와 같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월 1일까지 열리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회고전 <영원한 풍경>에는 ‘풍경’을 주제로 한 브레송의 오리지널 프린트 259점이 출품됐다. 사진계의 전설로 남은 작가가 한평생 카메라 렌즈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 풍경의 이면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작품에는 항상 ‘결정적 순간’이라는 문구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는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라고 정의했다. 그 현장에서 바로 그 순간 ‘포획’한, 절대 잊히지 않는 어떤 장면! 그가 붙잡아둔 도시와 시골의 풍경은 지금 여기가 아닌 또 다른 ‘영원’의 세상을 꿈꾸듯 아스라이 보인다.
풍경 사진만 찍는 두 작가의 2인전도 놓칠 수 없다. ‘소나무 작가’로 잘 알려진 배병우와 한국 솔섬을 찍은 사진으로 인지도가 높은 영국 작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가 그 주인공. 이들의 전시가 공근혜갤러리에서 3월 8일까지 열린다. 두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30년 넘게 한국의 소나무와 함께한 배병우는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촬영한 2m 60cm에 달하는 대작 3점을 출품한다. 마이클 케나가 프랑스 각 지방을 촬영한 이국적인 풍경 사진도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경주 남산에서 파리의 센 강, 프랑스 남부의 니스 해변까지 풍경 사진 미학의 절정이 펼쳐진다.
사진은 시대를 기록하고 증거하는 모두의 ‘눈’이다. 국내외 사진작가의 다큐멘터리 작업에 주목한 전시도 풍성하다. 한미사진미술관은 보도사진 에이전트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와 협력한 사진전 를 4월 4일부터 8월 15일까지 개최한다. 1947년 매그넘 포토스를 창립한 사진가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을 비롯해 베르너 비쇼프, 에른스트 하스, 에리히 레싱, 장 마르키스, 잉게 모라트, 마르크 리부 총 8인의 오리지널 흑백 프린트 83점을 소개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정수로 꼽힌다. 일상에서 현장 기록용으로 촬영한 휴대폰 사진과 이들의 사진에 나타난 미학적 관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한편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 2월 25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스타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조망한 전시다. 작년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노순택을 비롯해 박홍순, 손승현, 이갑철, 강용석, 이상일, 주명덕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개척해 온 사진가 8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들의 사진에는 한국의 사회, 정치, 문화의 치부가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지금은 사진이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지만, 사진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작가의 ‘손’이 아닌 기계적 힘을 빌린 창작물을 예술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는 것.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장치의 광화학적 기술을 거친다. 그래서 사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흡사 과학 노트를 뒤적이는 기분마저 든다. 한편 우리는 사진의 예술성 못지않게 그 진실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사진 기록의 힘과 진실성을 옹호하다가도, 그 사진이 사실인지 조작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태도는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의 등장으로 증폭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월 19일까지 열리는 <사진의 기술>전은 사진의 이런 매체적 특성에 주목한다.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진사의 의미 있는 ‘기술’과 ‘기법’을 추려 모았다. 촬영, 암실에서 이뤄지는 현상과 인화, 후처리 작업을 진행하는 명실 등의 기법적 측면을 전시 구성의 기준으로 삼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에 사진이 처한 서로 다른 입장과 역할을 고민해 보는 기회다. 사진이 평면이라는 편견을 깨고 입체와 설치로 나아가는 새로운 경향도 함께 소개한다.
사진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만큼 사진을 감상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인물, 풍경, 다큐멘터리, 정물 등 사진에 등장하는 대상과 장르에 따라, 사진작가의 작품론에 따라 사진의 색깔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앞서 언급한 전시들은 사진의 본질을 탐색하기에 손색없는 전시다. 그 어느 때보다 손쉽게 소비되지만, 그만큼 잘못 알려진 사진의 ‘진짜 얼굴’이 여기 있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