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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담화

ARTNOW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고 잘 감상할 수 있을까? 사진업계 각 분야의 전문가 4명이 이 질문에 답했다.

“다르게 보고, 관찰하라”
구본창(사진작가)

사진을 찍는 행위의 출발점은 대상에 대한 호기심 어린 마음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호기심에서 출발해 관심을 갖게 되면 소유하고 싶고 대상에 대한 기억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혹은 사진가로서 사회의 문제점을 알리고 싶거나 주제를 가지고 작업할 경우 목적에 따라 촬영하기도 하죠.
평범한 대상을 다르게 찍고 싶을 때, 사물을 보는 ‘남다른 시각’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사물을 관찰하는 충분한 시간뿐 아니라 특별한 감각이 있어야 해요. 르네 마그리트가 파이프를 그리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써놓은 작품이 있죠. 어려서부터 배운 당연한 것에 의문을 던지고 색다른 관점으로 다시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럼 촬영 대상이 정해졌을 때 좀 더 잘 찍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다가가야 할까요? 촬영할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죠. 대상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러면 표면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대상을 진정으로 꿰뚫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본창 선생님은 주로 어떤 사물이 ‘찍고 싶은 대상’이죠? ‘할 말이 있는데 말 못하는 대상물’이에요.
정물을 촬영할 때와 그 외의 대상을 촬영할 때 시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달아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만큼 다르죠. 사람이나 풍경, 빛이 달라지면서 대상의 호소력이 달라지니 민첩한 반응이 필요합니다.
카메라 기기는 점점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을 담으며 발전하는데,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전하고 싶은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적절한 색 온도에 대한 이해 같은 사진의 기본 요소를 알아야 해요. 지식이 바탕이 되면 다른 수준의 작품이 나오죠.
구도만 잘 잡아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게 될 때가 있어요. 어떻게 해야 ‘있어 보이는 구도’를 잡을 수 있을까요? ‘Less is more’라고 말하고 싶네요. 앵글에서 군더더기를 없애세요.
사진을 찍을 때 셔터를 눌러야 하는 순간의 느낌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감지해야 할까요? 마음의 떨림이 올 때가 있어요. 첫눈에 반한다고 하듯 대상물에 대한 그런 끌림이 있어야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에 기준을 둘 수 있을까요? 우연히 멋진 한 장의 사진을 얻었다고 잘 찍는다고 말할 순 없겠죠. 지속적으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었느냐가 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너머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
양정아(사진 큐레이터, Y&G 아트 디렉터)

사진전에서 큰 울림을 주는 사진 작품도 있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 어떤 시각으로 사진 작품을 보면 좋을까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진은 친근한 예술이 됐어요. 그만큼 사진전에서도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판단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배경이나 촬영한 작가의 의도 등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 너머의 많은 요소를 이해한다면 사진 보는 재미가 커질 거예요.
사진 작품 감상 시 실질적으로 적용해볼 만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마음 가는 사진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왜 이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그냥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사진을 감상하는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될 겁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질문해보세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나중에 재미있는 자기만의 사진 감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 큐레이터로서 특히 ‘많은 사람과 함께 감상하고 싶은 사진’은 어떤 사진인가요? 사진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 함께 감상하고 싶은 사진이에요.
세계적 사진 축제의 리뷰어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사진을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세계적 사진 행사에 참여해왔어요. 한정된 시간에 많은 작품을 봐야 하는 과정에서 나름 기준이 있다면, 진정성과 창의성이 있고 컨셉이 확실한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최근 <뉴욕타임스> 포트폴리오 심사에도 참여하셨죠.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었나요?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행사라 그런지 다큐멘터리 작품이 많더군요. 작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관심사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고,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훌륭했습니다.
‘수정된 사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날것 그대로의 사진과 수정된 사진은 작품으로서 가치가 다를까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디지털 사진과 스트레이트 사진의 가치에 그리 차이를 두지 않아요. 작품성과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작품으로서 가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시 기획자의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을 재구성하는 일이기도 하죠. 큐레이팅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진작가와 충분히 의견을 나눠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죠.

“사진도 하나의 언어다”
최건수(사진 평론가)

사진 평론가로서 특히 어떤 사진이 말하고 싶거나 비평하고 싶은 사진인가요? 당대의 시대정신에 어울리는 사진이 제겐 말하고 싶은 사진이에요. 그런 사진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노순택 작가는 생활 속 무심히 지나치는 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은유적으로 드러내죠. 과거에 노골적으로 언급하던 것과 달리 큰 이야기를 소소한 사적 언어처럼 다룹니다. 이런 사진이 제겐 말하고 싶은 사진이에요.
사진에 대해 보다 흥미롭게 전문적으로 말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진도 하나의 언어고, 언어에는 고유의 문법과 논리가 있습니다. 쉬운 이미지도 있지만 어려운 것도 많은데, 이념 같은 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미적 효과를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기도 하죠. 그러니 단순한 기록과 재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이 아니라면 그것을 잘 말하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듯 사진 언어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이나 사진전에 대한 글을 쓸 때, 먼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우선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가 얼마나 새로운지, 혹은 어떤 주장을 담고 있는지 살펴야죠. 그리고 이제껏 봐온 사진과 얼마나 차별화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차별화된 작품을 말씀하시나요? 임택이란 작가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어요. 평면적 동양화를 입체 형태로 만들고 다시 사진을 찍는 작업을 합니다. 기존 사진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도죠.
일반 관람객이 사진을 좀 더 깊이 있게 보고 말하려면 어떤 연습이 필요할까요? 사진에 국한하지 말고, 시각예술 전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도 예술 영역인 만큼 좋은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섣불리 나눌 순 없을 것 같은데, 비평의 기준은 뭔가요? 오히려 간단해요. 예술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면, 새로움과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죠. 그런 면에서 사진작가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전복시킬 수 있는 이가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사진 예술가’와 일반인을 구별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생각을 사진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작품성이죠.
저서 <사진직설>에서 “사진에는 답이 없고 답을 찾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왜 그런가요? 세상의 많은 것이 그렇듯 사진 역시 매우 다양한 얼굴이 있으니 하나로 규정할 수 없어요. 어쩌면 이처럼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에 사진 그 자체도, 또 사진에 대해 말하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요?

“보정은 시각 효과를 증대시키는 예술”
김현서(리터처, 컬러테크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을 잘 보정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뭘까요? 보는 사람의 시각을 즐겁게 하기 위해 색감, 입체감, 명암 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걸 구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해요.
어떤 사진이 리터치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촬영 시 사진 속에 담을 수 없었던 환경을 재현할 때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죠. 사실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모든 사진은 리터치 작업을 거친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사진을 잘 꾸미고 싶은 초보자가 기본적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만한 게 있나요? 리터치를 할 때 사진을 ‘보정’한다기보다는 ‘향상’시킨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추천해요. 촬영한 사진에 몇 가지 요소만 더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예요. 예를 들어 실내 사진은 대부분 빛의 강약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밝기(brightness)’를 살짝 높인 후 ‘명암(contrast)’을 추가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거죠.
그렇다면 정물, 풍경, 인물 등 촬영 대상에 따라 리터치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요? 제품의 경우는 형태와 컬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컬러 교정과 선명도(sharpness) 조정이 중요하고, 풍경은 원근감과 입체감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죠. 인물 사진은 개성이 돋보이게 보정하는데 촬영 컨셉에 따라 리터치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사진을 잘 꾸미기 위해 평소에 어떤 연습을 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에 개인 아트워크를 전시하는 사이트가 많습니다. 멋지다고 생각한 사진 작품을 꾸준히 감상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www.featureshoot.com, www.behance.net, http://issuu.com 등의 웹사이트를 추천합니다. 또 마우스로 사진을 보정하는 걸 넘어 도구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래픽스 태블릿’이라는 컴퓨터 입력장치가 있는데, 화면에 입력값을 넣어주는 펜처럼 생긴 기기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에도 ‘원판 불변의 법칙’ 같은 게 존재할까요? 리터치로도 도저히 구제 불가능한 사진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충분한 픽셀 해상도만 존재한다면 구제 불가능한 사진은 아마 없을 거예요. 최근에는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로 사진의 초점과 심도를 지정할 수 있는 카메라도 출시됐죠. 이미지 후처리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애초에 보정하기 쉽게 촬영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네. 만일에 대비해 여러 구도로 촬영하거나 같은 구도로 3~4단계의 다른 밝기 노출값을 설정해 촬영하는 등의 방법이 있죠.
보정할 때 기술적인 면 외에 중시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본인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시각적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은 긍정적 예술 활동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리터치를 할 때도 사진가의 의도와 생각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Christopher Williams, Pacific Sea Nettle, Chrysaora Melanaster, Long Beach Aquarium of the Pacific, 100 Aquarium way, Long Beach, California, July 9th, 2008, Archival pigment print on cotton rag paper, 32.38×32.38cm, 2009

ⓒ Christopher Williams. 사진 제공 MoMA

“당신이 보는 건 헤엄치는 해파리가 아니다. 해파리를 찍은 사진일 뿐이다.” 크리스토퍼 윌리엄스는 관람객에게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사진’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정말 ‘사진’이 보이는가?

<김미경>

김미경, The southern coast of Korea #5, Pigment ink on fine art paper, 46×46cm, 2013
ⓒ 김미경. 사진 제공 아트스페이스제이

사진이라기보다 회화를 연상시키는 김미경의 작품엔 바다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관념이 유기적으로 내재돼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바다의 고요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 단순한 빛깔과 물결이 내뿜는 기운이 어찌나 평온한지 작품 앞에서 눈이 스르르 감긴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