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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문화를 반영한 건축

LIFESTYLE

북유럽의 건축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 모양새가 전부는 아니다. 물질보다 정신을 우선시하는 북유럽 사회의 풍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 글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화, 그들의 민주적 사고방식이 어떤 교육 환경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파빌리온. 혁신적인 나무 소재를 사용,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가 서로 맞물려 지탱하도록 디자인한 것

필자는 국내에 관심의 대상이자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공공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핀란드에서 자연스럽게 북유럽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며 어렵게만 생각하던 건축과 디자인이라는 전문 영역을 쉽고 보편적인 일상에서 재발견하게 된 것 같다. 민주적 사고방식이 담긴 건축과 디자인을 삶의 본질적 측면에서 더 가깝게 관찰하게 된 것이다. 북유럽은 물질보다 정신을 우선시하는 사회다. 공통적인 생활 철학은 물론 교육 환경도 많이 다르다. 인간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모든 것이 민주적 사고방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한 환경 덕분에 현대 북유럽 사회에서는 관대함, 인간애, 민주주의 개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도 북유럽에서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사적인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공공 건축과 디자인이 주는 삶의 유희 때문인지도 모른다.

학교 건축을 보면 북유럽 사회가 보인다
북유럽 사람들은 교육 환경에서 학교의 건축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유럽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공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단순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통합 교육 같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통해 가정의 연장선상에서 사회를 미리 경험하도록 한다. 이러한 교육 철학을 지닌 학교는 오랫동안 전문 건축가나 학자들에게 연구 대상이 되어왔고, 그 결과 혁신적인 건축으로 이어졌다.

북유럽의 현대 학교 건축의 특징은 공간과 공간이 유연하게 연결되고, 서로 투명하게 관망할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개방된 공간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배려한다. 디자인의 변화 못지않게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습 방법을 연구하고, 학교 건물 설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이끌고 있다.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 생활에 필요한 실습을 할 수 있는 워크숍 공간, 자율학습 혹은 방과 후 교육을 위한 공간 등 학생 중심의 다양한 공간이 새로운 북유럽 학교 디자인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동시에 학교 건축은 유지 관리를 위한 경제성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실질적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인 지자체 간의 원활한 소통과 신뢰가 바탕을 이뤄야 한다.

최근에는 학교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추세이기도 하다. 해당 지역의 이웃 주민들은 주말과 주중 저녁 시간에 여가 활동이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학교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미 설계 단계부터 건축가, 학교 관계자와 충분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주방 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한 학교 구내식당에서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나 파티가 열리기도 하고, 요리 배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순히 학생과 교사를 위한 공간에 머물지 않고 수업이 없는 주말이나 저녁에는 다양한 여가 활동이나 회의 장소로 학교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지역의 주요 공공시설물인 동시에 일상적인 건축 환경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뿐 아니라 북유럽 건축의 전반적인 공통점을 찾는다면 건물과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을 대단히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학교 건축에서 개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에는 반드시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컨셉이 담겨 있다. 따라서 학교는 위치한 주거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른 모습으로 설계되어 있다. 학교 건물은 기본적으로 마을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한다. 교실과 복도는 마치 마을의 광장과 작은 도로가 이어지는 듯 곳곳에서 만나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학교 안팎을 드나들 수 있다. 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외관과 달리 내부는 친환경적 나무 재료로 마감한 사례가 많다. 큰 유리창을 내어 자연광선을 최대한 이용하도록 설계할 뿐 아니라 주변 자연 풍광이 그대로 투영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핀란드 작가 시르까리사 엣쪼넨(Sirkkaliisa Jetsonen)은 학교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어린 학생들은 인격 형성기의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잘 설계한 학교 건물은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건축의 가치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1 노르웨이 건축가 레이울프(Reiulf)가 디자인한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유치원
2 나무 소재를 이용한 채플
3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도록 담장 없이 오픈된 구조로 만든 핀란드 학교

지속 가능한 건축 재료, 나무
북유럽인에게 자연과 숲은 예부터 예술과 건축에 대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생계 수단이 되었다. 특히 목재는 건축자재로 언제나 환영받는 소재다. 오늘날 핀란드의 젊은 건축가들에게도 새로운 기술과 제작 방식을 사용해 창의적 가능성을 촉발하는 매력적인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들의 작업을 보면서 그 배경이 된, 나무를 다루는 실질적인 교육 환경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핀란드뿐 아니라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나무를 다루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예 수업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풍부한 목재와 나무 건축을 생활 속에서 접해온 이들은 이러한 수업을 통해 보다 현대적으로 발달한 기술로 나무 재료를 생산해내고 있다. 까다로운 기후 조건을 만족시키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착오와 개선을 반복하면서 여러 세대를 이어온 것이다. 그 결과 향상된 기술로 탄생한 새로운 나무 재료를 얻게 되었고, 북유럽인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건축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혁신적인 목공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여전히 톱과 도끼를 사용하는 전통 기술을 통해 나무를 다루는 실험정신 또한 계속되고 있다. 나무에 초점을 맞춘 핀란드 알토 대학의 건축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한 나무에 대한 철학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외 북유럽의 다양한 디자인 대학에서도 자연을 이해하고 숲에서 나무를 찾아 관찰하며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붙이는 과정을 철저하게 경험하는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목공 시스템은 디자인과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겐 기본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손안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깎고 다듬어가며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고, 전통 기술을 익히고 다시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나무 건축 설계의 기초를 터득하게 된다.

이렇게 터득한 나무 건축에 대한 가능성은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북유럽에서 수많은 건축가들이 최첨단 기술의 산물인 철근, 콘크리트 재료보다 나무를 사용한 보다 정교한 작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목수의 본성을 꿰뚫을 만한 손기술을 겸비한 건축가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러 해 동안 북유럽 사람들을 만나며 현장을 돌아보는 사이 수많은 학교 건축과 현대 건축물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자신의 집이 아닌 공공 건축물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놓은 편안한 가구,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규제하지 않는 학교 안 디자인 가구를 보면 북유럽 사람들이 디자인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민주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배려하는 건축가, 이런 디자이너의 너그러운 마음을 받아들이는 문화 환경,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는 분위기는 사회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Nordic Passion, 북유럽 건축과 디자인>展
안애경씨가 큐레이터로 참여한 전시. 학교 건축/실천하며 배우기, 지속 가능성/나무 건축, 만남의 공간/공공장소 디자인 등 3가지 큰 흐름으로 나누어 북유럽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심도 있는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나무 재료를 혁신적 건축 및 산업 재료로 발전시킨 배경, 그리고 친환경에 대한 북유럽 사람들의 실천이 어떤 방식으로 오늘과 내일의 건축과 디자인에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그녀의 의도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관람할 것.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해 10월 22일에 오픈한 이 전시는 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2124-8800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글·사진 제공 안애경(독립 큐레이터,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