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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곧 쇼핑

LIFESTYLE

더콘란샵을 대표해 한국의 ‘고객님’을 만나러 온 사람. “더콘란샵에 오세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쇼핑이 무엇인지 보여드릴게요.”

더콘란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브라이어스.

파란색 스트라이프 셔츠 소매를 한껏 걷어붙이고, 안경 너머 세상과 따뜻하게 눈맞춤하는 남자. 그는 누구인가. 더콘란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브라이어스(Stephen Briars)다. 더콘란샵은 1974년 영국의 전설적 디자이너이자 사업가 테런스 콘란(Terence Conran) 경이 설립한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숍이다. 세계 유명 브랜드와 디자이너 제품을 특유의 감각으로 엄선해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며, 리빙 편집숍의 시조라 불린다. 그 안에서 스티븐 브라이어스의 역할은,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재무 지표와 관련한 숫자 플레이를 뺀 전부. “온·오프라인 매장 관리를 비롯해 각종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인쇄 홍보물과 영상 제작, SNS 운영까지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어요. 대중에게 더콘란샵이 어떻게 다가갈지 이미지를 만드는 것부터, 브랜드 창의성과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까지 아우르죠.” 자신의 업무 성과가 곧 더콘란샵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만큼 어쩌면 숫자 분야와도 영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강한 리더십을 내비친다. 그가 서울에 온 이유는 11월 15일, 서울 강남에 더콘란샵 코리아 1호점을 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일본 등지에서 11개 매장을 운영하는 더콘란샵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사실 저는 지금 매우 신나요. 9월 말(30일) 셀프리지 백화점에 작은 매장을 열었는데, 그보다 10배가 큰 2314m²(약 700평) 면적의 매장을 꾸미게 됐으니까요. 규모가 커진 만큼 그 속에 한층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죠. 게다가 한국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의 개념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죠.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 기대됩니다.”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그의 작전은 무엇일까? “온라인 쇼핑이 강세라 해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실물을 직접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매장을 하나의 화이트 혹은 블랙 상자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따라 색을 바꾸는 갤러리처럼 상점 역시 제품에 맞춰 적절한 색을 입히는 거죠. 콘텐츠가 되는 제품은 그 매장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리고 그곳을 찾는 고객의 습성이 어떤지에 기인합니다. 런던의 첼시는 부유하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메릴본은 가족 중심적 라이프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과 프랑스인이 모여 살아요. 첼시점은 120년 된 어두운 건물에 자리한 반면, 메릴본점은 밝은 분위기죠. 더 흥미로운 건, 이 두 매장에서 잘 팔리는 품목에도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첼시점은 가구, 메릴본점은 텍스타일과 작은 소품류가 인기가 많아요. 그리고 라파예트 백화점에 입점한 파리 매장에선 조명이 1순위죠. 이런 연유로 모든 매장은 별도의 프로젝트처럼 진행해야 해요. 전체 분위기, 제품의 배치와 레이아웃 등이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서울에서는 어떤 제품이 반응이 좋을 것 같냐는 질문을 종종 듣지만, 아직은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동일한 출발선 상에 두었어요. 반년은 지나야 조금씩 흐름이 잡히겠죠. ‘이건 통하는군, 그럼 밀어붙이자’, ‘이건 안 되네. 그럼 다른 걸 해보자’ 하고요.”

더콘란샵 제품 컬렉션.

사실 더콘란샵의 역사는 개척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0년대 테런스 콘란 경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한 후 영국에 없던, 색채가 다양하고 아름다운 리빙 소품을 들여온 것이 시작이다. 당시에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점차 패션 브랜드에서도 라이프스타일 부서를 따로 둘 만큼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여기저기서 파는 물건이 많을 텐데, 여전히 더콘란샵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더콘란샵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니까요. 북유럽 디자인, 바우하우스 디자인 등 이른바 디자인의 고전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트렌디한 디자인까지 방대한 셀렉션을 갖췄지만, 그저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좋은 디자인 제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판매 중개자 역할을 넘어 각 생산자와 긴밀히 협업해 우리만의 버전을 만들어내죠. 한국에서 임스 라운지체어를 파는 곳이 이미 많겠지만, 더콘란샵에 들르면 남다른 컬러와 소재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의 더께가 앉은 빈티지 제품일 수도, 갓 생산한 제품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이든 유일무이하다는 거죠.” 또 신진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20여 년 전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잠재성을 알아본 테런스 콘란 경의 심미안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매년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한다. 어워드를 통해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애쓰는데, 제품 디자인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올 9월에 개최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라는 여성 디자이너 듀오와 서머타임의 낮과 밤의 경계를 다룬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나가는 숍이라도 고민은 있게 마련. “대부분의 고객에게 듣는 첫마디는 ‘어머, 여긴 너무 비싸네’인 것 같아요. 비싼 제품으로 우리의 가치를 높이려는 건 아니에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고 가격은 뒤따르는 것뿐이죠. 물론 자동차보다 비싼 소파도 있지만, 1파운드짜리 컵(프랑스에서 120년 전에 디자인한)과 엽서, 종이접기 소품도 팔아요. 이 또한 우리만의 특별한 셀렉션이죠.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도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어요. 페이스북은 보다 직접적 판매를 유도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스토리텔링 도구로 활용합니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방식은 ‘머그잔에 들어간 아기 고양이’로 설명할 수 있어요. 말 그대로 큰 머그잔 속에 아기 고양이가 들어간 사진을 올리는 거죠. 그러면 사람들이 ‘오, 귀여운 아기 고양이!’ 하면서 눈길을 줄 거예요. 제품을 나열하는 형식의 포스팅은 지루하기 마련이죠. 인스타그램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해요. 나라별로 개별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갖췄는데, 현재 한국 계정은 100일에 걸쳐 더콘란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테런스 콘란이 누구인지, 더콘란샵이 어떤 곳인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거죠. 하지만 매장을 여는 그날까지 ‘제품’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해요. 고객이 제품 자체보다 더콘란샵에서 쇼핑했다는 의미를 더 크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으니까요.”
더콘란샵의 열 번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그의 목표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더콘란샵을 만들었다는 확신과 함께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좀 더 거창하게 포장하면, 상업성과 창의성의 완벽한 크로스오버를 이룩하는 것. 그가 한 줄씩 써 내려가는 더콘란샵의 이야기가 궁금한가? 조금만 기다리시라. 더콘란샵 코리아 1호점 오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티븐 브라이어스는 브랜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11월 초 고객에게 접근이 용이한 여러 매체를 대상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촬영협조 파크 하얏트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