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비밀을 조금은 아는 여자
“열심히 살고 싶었어요. 정답은 없으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40대는 개인적인 여유를 갖기 힘들었어요. 배우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이제는 제가 선택하면서 여유 있게 살고 싶어요.” 요즘 배우 김성령은 쉰다고 하면서도 영화 <콜>을 촬영 중이었고, 그 사이 <노블레스 웨딩> 카메라 앞에 섰다.

턱시도 디테일의 튜브톱 드레스는 Ashi Studio by Atelier Ku, 클래식한 폼폰 핑크 골드 이어링은 Boucheron.
후배 연기자들이 가끔 그녀에게 물었다. “결혼하면 연기에 집중을 못하지 않을까요? 좀 더 경력을 쌓고 결혼할까요? 그녀는 이런 생각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결혼에 대한 저의 생각은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거예요. 후배들이 가끔 결혼이 일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더라고요. 저는 결혼해도 달라지는 거 없다고 말해줘요. 그리고 결혼을 하면 뭔가 크게 달라질 거라는 기대도 하지 말라고요. 그냥 삶의 연장선일 뿐이죠. 혼자이다 둘이 되면 물론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지긴 하죠. 하지만 그 경험들을 통해서 삶을 더 풍부하게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블랙 컬러 베스트와 팬츠는 Alexander McQueen,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쎄뻥 보헴 링은 Boucheron, 페더 디테일의 블랙 슈즈는 Roger Vivier.

다크 브라운 컬러의 벨벳 드레스는 Robe de K(로브드 K), 볼드한 이어링은 Alexander McQueen.
그럼 이번엔 에디터가 묻는다. “요즘 이렇게 바쁜데 결혼 생활은 어떻게 병행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잘하고 있다는 기준은 뭘까요? 저는 제 상황에 맞게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떤 기준으로 아내로서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 직업상 분명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턱없이 부족하지만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물론 이건 저를 합리화하는 것일 수 있고 남편과 아이들 입장에선 부족하다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제가 하는 일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있어요. 제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 그들에게 뭔가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큰아들이 벌써 열아홉 살인데도 그녀는 < SKY캐슬 >의 엄마들처럼 불안하지 않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최근 막 같이 살기 시작했기에 오히려 친구처럼 가끔 데이트를 하며 놀아준다. 결혼 생활도 그녀에겐 그저 일상일 뿐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그녀를 무조건 이해해줬고 응원했기 때문이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1996년 결혼해서 거처를 부산으로 옮기며 공백기를 갖기도 했지만,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다시 대학을 다니고 연극 무대에 오르며 하루하루 살다 보니 어느덧 데뷔한 지 30년이 되었고, 톱스타 반열에 오른 것뿐이다.

옹브레 튈 드레스는 Oscar de la Renta by Soyoo Bridal,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브레이슬릿과 다이아몬드와 핑크 사파이어를 세팅한 조세핀 링은 Chaumet.

몇 년 사이 배우 김성령의 존재감은 분명히 커졌지만, 그녀는 지난 30년 동안 쉬지 않았다. 빛나 보이지 않았던 시절부터 매일 자신을 연습시켰기 때문이다. 첫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시 대학교에 갔고, 연기 공부를 시작했고, 40대 초반에 경영 대학원에 들어갔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고집이 두려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막에 있을 때는 그 속에 깊이 잠겨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PD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었고, 드라마 <추적자>와 <야왕>, <상속자> 이후 그녀의 연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을 받았다. 얼마 전 영화 <독전>에서는 국밥 위에 머리를 박으며 죽는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 역으로 아주 짧지만, 오연옥이 곧 그녀 자체인 듯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데뷔 30주년을 맞으면서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정작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 섭외 영순위였다.

페더 디테일 드레스는 Alberta Ferretti by Atelier Ku, 선인장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아몬드 세팅 옐로 골드 링은 Cartier.

컬러풀한 스톤 비즈를 장식한 드레스는 Tony Ward by Maison Reve, 다이아몬드와 핑크 사파이어를 세팅한 조세핀 링은 Chaumet.
“올해의 화두는 ‘건강’이에요. 우아하고 럭셔리한 분위기가 어쩔 수 없는 제 이미지이기 때문에.(웃음) 제 나이에는 건강이 컨디션과 기분을 좌우해서 아무리 우울해하지 않으려고 해도 몸에서 그 기운이 나오죠. 그래서 ‘이너 뷰티’가 중요해요.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반 사람들보다 몸을 몇 배 혹사하니 관리를 할 수밖에 없고요. 차에서 히터 틀어놓고 대기하지,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에서 살아가니 우린 사실 속이 많이 곯았어요. 그래서 쉴 때는 사실 더 바빠요. 요즘엔 요가와 테니스를 자주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죠.(웃음) 인생이라는 게 결국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 거잖아요. ”
왜 50대 여자들 이야기는 다루지 않을까?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그녀는 ‘50대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나이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여배우들은 삶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여배우들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장덕화 패션 스타일링 조윤희 헤어 한지선 메이크업 홍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