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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요소로 완성한 샤넬 2025/26 레디투웨어 컬렉션

FASHION

샤넬의 아이코닉 모티브인 리본, 진주, 트위드가 엮어낸 몽환적 서정시.

샤넬 2025/26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은 하우스의 오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서사로 펼쳐졌다. 유서 깊은 파리 그랑 팔레의 유리 천장 아래 시노그래퍼 윌로 페론이 설계한 거대한 검은 리본 형태 구조물이 압도적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쇼의 시작을 알렸다. 배우 박서준을 비롯해 다코타 패닝, 샤를로트 카시라기, 카밀라 카베요, 페기 구 등 세계적 셀러브리티들이 자리한 가운데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리본, 진주, 꽃 모티브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의 중심은 바로 ‘리본’이었다. 단순한 장식 요소를 넘어 가브리엘 샤넬이 살아생전 즐겨 사용하던 시그너처이자 여성성과 구조미를 상징하는 메타포로 자리했다. 칼라와 커프 위에 피어나듯 장식한 리본부터 겹겹이 레이어드한 네크리스, 팬츠 라인을 따라 흐르듯 이어지는 리본까지. 때로는 조형적으로, 때로는 유연한 흐름으로 표현되며 컬렉션 전반을 관통했다. 형태와 질감, 존재감은 룩마다 새롭게 변주되었고, 대형 니트 드레스에 과장되게 부착되거나 프린트와 컷아웃,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시각화하며 샤넬만의 코케트코어(coquettecore)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샤넬의 2025/26 가을-겨울 컬렉션 런웨이.

로고 장식 글로브와 입체감이 느껴지는 마이크로 미니백.

클래식한 무드의 펄 브로치.

흑백 대비를 이루는 스니커즈와 러플 삭스.

사랑스러운 핑크 트위드 소재 이스트웨스트 톱 핸들 백.

펄 장식 링을 연상시키는 미니백.

새롭게 선보인 오버사이즈 토트백과 클러치백.

새롭게 선보인 오버사이즈 토트백과 클러치백.

쇼의 시작을 알린 재킷 형태 트위드 드레스는 샤넬의 전통적 디자인을 따르면서도 투명성과 부드러움을 덧입었다. 얇은 튈 가운과의 레이어링, 시폰 트리밍의 섬세한 터치는 클래식한 소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컬러 톤 역시 과거와 현재를 부드럽게 연결하듯 블랙부터 그레나딘, 베이지, 그린까지 은은하게 변화했다. 트위드 스리피스 룩은 보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구성으로 전개됐다. 레드 실크 라이닝이 돋보이는 마이크로 재킷, 랩스커트, 플레어 팬츠 조합 또는 슬리브리스 블루종 베스트에 롱 슬릿 스커트와 미니스커트를 겹쳐 입는 예상치 못한 실루엣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주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번 시즌의 중심 키워드 중 하나다. 샤넬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네크리스나 벨트, 힐과 백 장식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와 규모에서 과장된 조형미를 강조하며 미래적 이미지로 확장되었다. 특히 오버사이즈 진주 네크리스가 연상되는 크로스 보디 백은 익숙한 아름다움에 신선한 감각을 입힌 대표적 아이템이다. 컬렉션 중반에 등장한 데님, 시폰, 옴브레 워싱 같은 텍스처는 샤넬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호흡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거친 데님에 부드러운 시폰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거나 서로 다른 감도의 소재를 교차해 룩 하나하나에 고유한 이야기와 분위기를 부여했다. 고, 다가올 시대를 위한 새로운 준비를 마쳤다. 마티유 블라지가 하우스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하기 전, 이 순간은 다음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서문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장된 크기의 펄 장식 백과 앵클부츠는 조형미를 강조한다.

컬렉션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리본 모티브 톱 핸들 백.

커다란 진주를 더한 메리제인 펌프스와 유연하게 흐르는 끈 모티브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심한 디테일 또한 인상적이었다. 새틴 소재 부요네(bouillonne) 장식이 발등을 따라 흐르는 앵클부츠, 꽃받침을 연상시키는 러프 칼라, 페이크 퍼 디테일의 블랙 울 레이스 트렌치코트, 3D 화이트 페탈 장식 니트 등은 감성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구현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실루엣의 전체적 변화가 두드러졌다. 과장된 형태보다 유연한 라인이 주를 이루었고, 움직임과 질감에 집중했다. 어깨선은 부드럽게 떨어지고, 팬츠와 드레스는 발끝까지 자연스럽게 흐르며 몸의 곡선을 우아하게 감쌌다. 과하지 않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샤넬 특유의 절제된 미학이 룩 곳곳에서 빛났다. 19세기 영국에서 선원들이 쓰던 납작한 보터 해트, 크고 작은 진주 주얼리, 오간자 볼레로 같은 장식은 고전미와 개성을 더하고, 오버사이즈 클러치백과 진주 체인 백은 실용성과 조형미가 균형을 이루었다. 무대연출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모델들은 거대한 리본 조형물 아래 유유히 걸으며 마치 그 상징 안에서 유영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이 모든 구성은 샤넬이 전달하고자 한 감성과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피날레에서는 모델 모나 투가드가 수십 개 리본이 풀어지듯 흘러내리는 비대칭 새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대미를 장식했다. 유려하게 흐르는 리본의 움직임은 이번 컬렉션이 지닌 시적 감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이를 통해 가브리엘 샤넬의 철학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쓰고, 다가올 시대를 위한 새로운 준비를 마쳤다. 마티유 블라지가 하우스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하기 전, 이 순간은 다음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서문으로 기록될 것이다.

 

에디터 김소정(sjkim@noblesse.com)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