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걸음,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
구찌는 ‘라 파밀리아’를 통해 아카이브를 과감하고 화려하게 재해석하며, 대담한 미학으로 뎀나 시대의 서막을 장식했다.

포토그래퍼 캐서린 오피가 담아낸 포트레이트
새로운 수장 뎀나 바잘리아를 영입한 구찌가 2026 S/S 밀라노 컬렉션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 역사적 순간에 구찌가 제시한 키워드는 과감한 섹시함, 화려함, 그리고 대담함이다. 하우스는 이를 통해 정체성을 재정립했고,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시즌 쇼케이스를 넘어 앞으로 전개될 구찌의 비전을 위한 토대이자 전환점을 예고한다.
라 파밀리아, 구찌다움의 탐구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가족을 뜻하는 ‘라 파밀리아(La Famiglia)’. 구찌는 이를 통해 ‘구찌다움(Gucciness)’을 하나의 정신이자 공유된 미학적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가 담아낸 인물 포트레이트는 다양한 개성과 미학적 태도를 가진 인물들을 ‘확장된 구찌 가족’으로 제시하며 하우스의 유산을 새롭게 조명한다.
아카이브와 페르소나의 재탄생

라르케티포(L’Archetipo, 원형)

인카차타(Incazzata, 분노한 여자)

라 봄바(La Bomba, 폭탄)
룩북은 모노그램이 새겨진 트렁크 ‘라르케티포(L’Archetipo, 원형)’로 시작된다. 이는 여행용 트렁크에서 출발한 구찌의 기원을 상징하며,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페르소나로 구찌의 미학을 구현한다. ‘인카차타(Incazzata, 분노한 여자)’는 1960년대풍의 레드 코트로 열정적인 기질을 드러내고, ‘라 봄바(La Bomba, 폭탄)’는 변덕스러운 고양이 같은 매력을 스트라이프 룩을 통해 표현한다. 또 다른 캐릭터인 ‘라 카티바(La Cattiva, 악녀)’는 팜므파탈을 연상케 하는 절제된 우아함을 보여주며, 미스 아페르티보(Miss Aperitivo), 린플루엔세르(L’influencer), 라 메체나테(La Mecenate), 라 콘테사(La Contessa), 슈라(Sciura), 프리마돈나(Primadonna), 그리고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프린치피노(Principino)와 프린치페사(Principessa)는 각자의 방식으로 구찌의 다층적인 미학을 완성한다.
아이코닉 헤리티지의 현대적 변주

새로운 버전의 구찌 뱀부 1947 핸드백과 홀스빗 로퍼
이번 컬렉션은 동시에 구찌의 아이코닉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78년 전 탄생해 여전히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한 ‘구찌 뱀부 1947 핸드백’은 새로운 비율로 다시 태어났으며, 1953년부터 이어져온 ‘홀스빗 로퍼’ 역시 변함없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또한 ‘구찌 플로라 모티브’는 익숙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야성적인 변주로 확장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창립자 구찌오 구찌의 이니셜(GG)을 담은 모노그램은 아이웨어에서 로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용되며 구찌 특유의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 미학을 드러낸다.
이탈리아식 미학의 정수
룩 전반에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즉 이탈리아 특유의 즉흥적이면서도 계산된 세련미가 깃들어 있다. 슬링백 키튼 힐과 부드러운 레더 뮬은 이러한 미학을 완벽히 구현한다.
실루엣은 맥시멀리즘과 네오-미니멀리즘을 오가며 관능과 우아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깃털 장식 오페라 코트와 하이 주얼리가 화려함을 드러내는 반면, 스타킹 드레스는 절제된 관능을 선사한다. 특히 남성복에서도 글래머러스한 감각이 강조되며, 보디콘 세트와 블랙-타이 스윔웨어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의 현대적 해석을 제시한다.
스토리텔링으로의 회귀
이번 라 파밀리아는 단순한 컬렉션을 넘어 구찌의 스토리텔링 복귀를 알린다.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구찌는, 내년 2월 열릴 뎀나(Demna)의 첫 구찌 쇼를 앞두고 새로운 비전을 준비한다. 이번 컬렉션은 바로 그 여정을 위한 서막이자 선언을 보여준 셈이다.
에디터 서혜원(h.seo@noblesse.com)
사진 구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