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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위블로의 시간

FASHION

관습을 깨고 미래를 조형하는 위블로의 독창적 철학.

위블로의 철학은 단순하면서 명확하다. ‘아트 오브 퓨전(Art of Fusion)’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적 시계 제작 기술과 현대적 혁신을 융합하는 것이 그들의 핵심 가치다. 시계 산업에서 ‘역사’를 중요한 비중으로 둔다면 45년이라는 위블로의 연혁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렀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신선한 광경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블로는 1980년 골드와 러버를 결합한 최초의 시계를 선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만 해도 러버는 스포츠나 다이버 워치에 쓰는 실용적인 소재였고, 고급 시계에서는 기피 대상이었다. 그들의 대담한 도전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고, 이 재료의 융합은 현재 ‘아트 오브 퓨전’이라는 개념으로 위블로의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시간을 짓는 공간.

워치메이커 트레이닝 센터의 모습.

무브먼트 제작을 위한 정밀 가공실.

뛰어난 정밀도를 자랑하는 밀링 머신.

시간을 짓는 공간
‘워치스앤원더스 2025’를 맞아 스위스 니옹에 위치한 위블로 매뉴팩처를 방문했다. 관습의 전복을 통해 역사를 써 내려가는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 총 두 건물로 이루어진 위블로의 매뉴팩처는 각각 8000m²와 6000m² 규모로, 두 건물 사이에는 철길이 나 있었다. 첫 번째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리처드 올린스키(Richard Orlinski)의 파란색 고릴라 조각상. 복도에는 명화를 재해석한 패러디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두 위블로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유쾌하고 창의적인 협업을 지향하는 브랜드의 면모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밀하게 배치된 최첨단 설비와 분주히 움직이는 수많은 엔지니어의 모습이 시선을 압도했다. 그들의 손끝에서는 시계 제작 기술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위블로의 진지한 기술적 태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현대의 수많은 워치 브랜드들이 시계 제조 과정에 자동화를 적극 도입하는 가운데 위블로 매뉴팩처에 설치된 수많은 기계도 겉보기에는 이 흐름에 동참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곳의 기계들은 오직 인간의 손길로는 구현할 수 없는 정밀하고 복잡한 작업을 담당하는 일종의 ‘매개체’로 기능할 뿐이다. 결국 선명한 컬러 세라믹을 완성하는 공정이든, 탁월한 정밀도를 자랑하는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과정이든, 핵심 기술은 여전히 숙련된 장인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건물에는 무브먼트 조립,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크숍, 품질관리 부서 등이 자리하는데 이 공간은 위블로가 오늘날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로 다가왔다. 하얀 가운을 입은 소수 워치메이커들이 조용히 몰두하고 있는 넓은 작업실 안, 그들은 과거의 장인정신과 미래 기술의 가능성 사이를 정교하게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단순한 제작자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며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지켜내는 연결 고리이자 위블로라는 브랜드 철학의 본질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체현하는 존재였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한 빅뱅 20주년 기념 레드 매직 43mm.

빅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위블로를 대표하는 컬렉션 ‘빅뱅(Big Bang)’이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간 위블로는 빅뱅을 통해 소재, 디자인, 기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혁신적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기념해 선보인 새로운 에디션은 브랜드가 걸어온 혁신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다섯 가지 주요 모델 레드 매직, 티타늄 세라믹, 킹 골드 세라믹, 올 블랙, 풀 매직 골드는 각각 위블로의 기술, 디자인 철학, 소재에 대한 탐구심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우선 레드 세라믹 모델은 컬러만으로 자신을 입증한다. 세라믹은 빅뱅 컬렉션의 탄생과 진화에 핵심 역할을 해온 소재로, 위블로는 최근 몇 년간 전례 없는 선명한 컬러 세라믹을 선보이며 워치메이킹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있다. 컬러 세라믹은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로, 적절한 색소의 선택, 재료의 구조적 완전성 유지, 균일한 색상 구현을 위한 정밀한 압력과 온도 조절이 필수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위블로는 최초의 컬러 세라믹을 자체 개발했으며, 그 첫 컬러가 바로 ‘레드’였다. 이를 기념해 제작한 빅뱅 20주년 레드 매직 에디션은 더욱 강렬하고 눈부신 인상을 남긴다.
티타늄 세라믹과 킹 골드 세라믹 모델은 빅뱅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오리지널 퓨전으로 회귀한 듯 느껴진다. 스틸과 골드, 유리섬유, 러버, 세라믹의 조합은 물론 탄소섬유의 짜임을 연상시키는 패턴 다이얼, 그리고 미묘하게 감도는 붉은 색조까지 모든 요소가 위블로의 초기 실험정신을 되살린다. 한편 올 블랙 모델은 현대 워치 디자인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2006년 처음 공개된 빅뱅 올 블랙 리미티드 에디션은 단순히 기능성과 가독성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가시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색과 빛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미세한 디테일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고, 은밀하면서 매혹적인 미학을 담아냈다. 이번 43mm 모델은 매트 및 폴리시드 블랙 세라믹 케이스에 블랙 카본 패턴 다이얼을 결합한, 빅뱅 올 블랙 역사상 처음 선보이는 조합으로 재해석되었다.
마지막으로 풀 매직 골드 모델은 위블로가 소재 혁신에서 얼마나 선도적인지 보여준다. 2011년, 위블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스크래치 방지 18K 골드 합금 ‘매직 골드’를 개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세라믹의 내구성과 골드의 광택을 결합한 이 소재는 녹색빛이 감도는 독특한 황금색을 띠며, 뛰어난 강도와 산화 저항성을 자랑한다. 이번 풀 매직 골드 에디션은 특유의 18K 골드 합금, 카본 패턴 다이얼, 골드 컬러의 핸드와 마커를 조합해 미래지향적이면서 클래식한 균형을 보여준다.
이번 빅뱅 20주년 기념 컬렉션 전체에는 오리지널 모델에 대한 헌사가 곳곳에 녹아 있다. 핀치드 러그와 톱니 형태의 베젤 에지는 빅뱅 특유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며, 탄소섬유를 연상시키는 양각 패턴 다이얼 위에는 아이코닉한 리벳형 아라비아숫자와 바 인덱스가 자리한다. 다이얼에는 9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와 3시 방향의 크로노그래프 분 카운터를 배치했다. 그 중심에는 위블로의 유니코 오토매틱 매뉴팩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구동된다. 백케이스에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골드 로터를 탑재했는데, 20년의 여정을 기념한 각인은 위블로의 지난 시간에 대한 경의이자 앞으로 펼쳐질 서막을 예고하는 듯하다.

올 블랙 컬러 43mm와 대비되어 놀라운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는 20주년 기념 골드 로터.

위블로만의 혁신적 골드와 세라믹의 조화를 완벽하게 구현한 킹 골드 세라믹 43mm.

완벽한 스크래치 방지 효과를 지닌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18K 골드 합금으로 제작한 풀 매직 골드 43mm.

모듈식 구조의 외관이 조각품처럼 매끈한 티타늄 세라믹 43mm.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박재만(pj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