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오영욱은 ‘오기사’로 통한다. 그럼에도 오기사라는 이름이 여전히 낯선 이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면, 그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는 3가지다. 바로 건축, 여행, 여자친구. 지난겨울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디자인해 다시금 화제가 된 그가, 현재 자신을 움직이는 키워드 5가지를 공개했다.
1 라이카 X VARIO 카메라 2 동(銅)
라이카 X VARIO 카메라
휴대폰을 제외하곤 고가의 물건을 사본 적이 없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데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여자친구와 사귄 지 1년째 되는 날 일생일대의 고가 물건을 샀다. 바로 카메라다. 이 카메라로는 여자친구만 찍기로 했다. 하지만 구입 후 석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개시를 못했다. 구석에 처박아놓고 곧 시작하겠단 마음의 다짐만 매주 하고 있다. <노블레스> 2월호가 나올 때쯤이면 아마 꽤 많은 사진을 찍고 있을 것이다.
동(銅)
건축 일을 하면 당연히 재료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 벽돌, 철, 나무 등 여러 재료가 있지만 사실 내겐 그 어떤 것도 동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아름다워진다. 다만 고가라 쓰기 힘들 뿐이다. 지난해 한 신규 아파트 단지에 들어갈 공공 미술 작품 공모에 당선됐다. 드디어 동으로 뭔가를 만들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미니어처는 실제로 만들 작품의 약 10분의 1 크기다. 언젠가는 동으로 바른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1 건축가 양수인 2 스페이스 U 3 건설 장비
건축가 양수인
학교 1년 선배로 최근 국내 건축 및 공공 예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건축가다.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번째 공공 예술 프로젝트 작가로 선정돼 청계광장과 서울역광장에 시민 자유 발언대 ‘있잖아요’를 선보였고, 지난해엔 서울시가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기획한 조형물 ‘여보세요’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건축 분야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겨온 사고의 치밀함이 거의 귀신 수준인 이로, 근래 내게 가장 많은 자극을 주고 있다. 그는 건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짓는 건축가다.
스페이스 U
여자친구에게 헌정하는 공간을 표방하며 개인적인 서재를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한 거다. 공간 구석구석이 여자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처음 이곳을 계획할 때만 해도 많은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직까진 술 마시는 장소로 가장 많이 이용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고백할 때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하려고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건설 장비
1년째 국내 건설 장비 회사의 해외 쇼룸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건설 장비에 관심이 생겼다. 첫 시작은 건설 장비의 미니어처를 모으는 일이었다. 해외 구매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30여 개의 건설 장비 미니어처를 모았다. 요즘은 도시를 걸을 때마다 그 기틀을 만들어가는 기계에 먼저 눈길이 간다. 때때로 그 커다란 기계들을 보고 있으면, 뇌가 있는 독립적인 거대 생물체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어떤 일을 하려면 어떻게든 그 대상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좋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