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미감
사소한 물건이라도 어떤 디자인을 입히느냐에 따라 그것이 주는 감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1 매끈한 원통형 소화기로 유명한 브알라(Voila). 겉모습만 보면 블루투스 스피커 혹은 텀블러 같아 책상이나 식탁에 올려두어도 어색하지 않다. 화이트, 레드, 블랙은 물론 반짝이는 골드와 로즈 골드까지 출시해 일부러 꺼내두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2 디자인 소화기 시장을 이끌어온 마커스랩(Markers Lab)은 유니크한 소품을 고르듯 선택지가 넓다. 그중 봉황, 십장생, 나비처럼 주술적 대상을 그려 넣은 전통 문양 시리즈는 의미 있고 센스 넘치는 선물로 인기가 높다.
3 대만의 디자인 회사 아이싱킹(iThinking)의 라이노 해머와 앤틀러스 플라이어. 겉보기에 귀여운 오브제 같은 코뿔소 모양 라이노 해머는 몸과 머리를 분리해 머리 부분을 망치로 쓸 수 있다. 사슴 모양 앤틀러스 플라이어는 뿔을 뽑으면 펜치가 되는 재미있는 제품.
4존덴마크(Zone Denmark)의 트리빗 오리가미와 버킷 세트.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올록볼록한 3D 효과로 테이블에 즐거움을 더하는 냄비받침. 다용도 버킷과 디스펜서, 스탠딩 브러시, 작은 타월로 구성한 버킷 세트는 모던한 디자인은 물론 버킷에 T자 모양 손잡이를 달아 이동이 편리하다.
5 전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의 휴지통. 브라반티아(Brabantia)의 보 터치 빈은 벽에 밀착하는 작은 콘솔 같은 디자인으로 미끄럼 방지와 수평 조절이 가능한 4개의 다리를 갖췄다.
6 도자기에 색을 입히고 옅은 무늬를 새겨 완성한 아세라(Acera) 텀블러는 화려하진 않아도 서정적이고 섬세한 공예적 미감이 느껴진다.
7루메나(Lumena)의 N9-루메나2 랜턴은 고강도 아연 합금과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미려한 보디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스마트폰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고 주장하며 기능주의 디자인을 설파했다. 젓가락을 두고 보자면, 반찬을 집어 입안에 넣는 데 얼마나 합목적적인지 고려해 길고 가늘게 만들면서 끝부분을 좀 더 납작하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칙을 넘어, 윗부분을 꽈배기처럼 말아 하나로 합칠 수 있게 하거나 빈티지 컬러를 입히는 식으로 작은 나무 막대기에도 디테일을 추가한다. 왜일까?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실용성이 곧 디자인이 된 일상의 생활용품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기 때문이다. 보통 신발장 구석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놓여 있는 소화기가 대표적이다. 집과 사무실에서 소화기는 분명 필요한 물건인데, 투박한 디자인과 촌스러운 컬러때문에 흔히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빨간색을 탈피한 파스텔컬러 소화기부터 텀블러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매끈하고 세련된 제품까지 가세해 안전용품 이상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교적 존재감이 낮은 주방·욕실용품 중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 테이블에 위트를 더하는 냄비받침, 콘솔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휴지통, 모던한 스타일의 욕실 청소 도구 등은 분명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뿐이 아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동물 모양 플라이어와 망치가 등장해 볼품없고 둔해 보여 숨겨두던 가정용 공구를 오브제처럼 꺼내둘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성 있는 디자인의 텀블러나 충전식 LED 랜턴 시대에 발맞춰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은 랜턴도 미적 가치를 품고 일상에 더 가까워졌다. 기술력이 뛰어남에도 존재감이 낮았던 생활용품의 아름다운 변신. “좋은 디자인이란 시와 같고 감성을 주고 생각하게 하며, 미소와 로맨스를 건네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말처럼, 비범한 디자인을 입은 실용주의 제품은 분명 일상에 쾌적함과 즐거움을 더하고 사용 빈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