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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빛나는 공예 유산

FASHION

샤넬이 선택한 최초의 이탈리아 슈즈 장인, 로베다.

스톤과 비즈를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세팅한 펌프스.

밀라노 북서쪽 롬바르디아주의 작은 도시 파라비아고. 오래전부터 가죽공예 기술과 함께 성장한 이곳에서 샤넬의 슈즈 공방, 로베다(Roveda)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1955년, 한 장인이 아버지에게 배운 제화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방의 문을 연다. 그 손끝에서 시작된 구두는 곧 여러 패션 하우스의 눈에 들었고, 1980년 샤넬은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슬링백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로베다를 찾는다. 1999년, 로베다는 이탈리아 제화업체로는 처음으로 샤넬 하우스에 공식 합류한다. 이후 지금까지 로베다는 샤넬 스튜디오의 아이디어를 형태로 구현해내는 든든한 파트너로 남아 있다.
현재 로베다는 8200㎡ 규모의 아틀리에에서 362명의 장인과 함께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슬링백은 물론 로퍼, 부츠, 웨지 샌들, 발레리나 슈즈까지 다양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연구개발팀이 먼저 디자인을 3D로 구현하고, 패턴 메이커와 자재 전문가들이 협업해 발 모형인 라스트를 만든다. 그러고는 자체 품질관리팀에서 모든 소재를 테스트해 제작에 들어가며,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부터 착용감을 좌우하는 굽의 무게와 균형까지 섬세한 검토를 반복한다.
공정에는 첨단 기술과 함께 수작업이 병행된다. 레이저로 커팅하는 가죽, 손으로 오려낸 트위드, 정교하게 조립하는 갑피와 솔, 마지막에 입히는 골드 마감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한 켤레의 슬링백은 총 164단계를 거쳐야 완성된다. 장인의 기술은 세대를 넘어 전해진다. 샤넬이 설계한 ‘마스트리 나센티(M’Astri Nascenti)’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도입한 로베다는 숙련된 장인이 후배에게 기술을 직접 전수하는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간다. 기술뿐 아니라 철학까지 함께 물려주는 이 구조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환경에도 로베다만의 정체성과 본질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
지속 가능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샤넬과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함께 출범한 유스 이노베이션 랩(Youth Innovation Lab)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로베다는 몇 해 전부터 더욱 친환경적인 제조 방식을 실험 중이다. 재활용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라스트, 재생 가죽으로 대체한 굽 내부와 보강재, 정기적인 생산 감사는 모두 그 일환이다.
“70년 동안 우리는 손끝에서 시작된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마지막을 완성하는 건 늘 사람의 손이었습니다.” 로베다 디렉터 나디아 미니니의 말처럼, 장인의 손길이야말로 로베다 기술력의 핵심이다. 구두는 결국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믿음, 그것이 로베다의 오늘을 지탱한다.

구두의 실루엣과 균형을 결정짓는 굽. 장인은 밀리미터 단위로 위치를 조정하며 형태의 완성도를 높인다.

구두 형태를 결정짓는 ‘라스트’. 모든 실루엣은 이 나무 발틀에서 시작된다.

디자인 구상이 현실화되는 첫 단계. 패턴 제작 과정에서 실루엣이 구체화된다.

 

에디터 이주이(jylee@noblesse.com)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