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하이 주얼리의 대담한 면모
샤넬은 하이 주얼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담아 현대적이면서 대담하게 재해석한 하이 주얼리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태도와 철학, 위트를 더해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말을 건넨다.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은 단지 의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샤넬 하이 주얼리는 그녀의 철학을 빛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단순함 속 강렬함, 자유로움에 깃든 구조미, 아름다움을 향한 단호한 시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오늘날 ‘샤넬식 우아함’이라는 언어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금 소개하는 컬렉션 네 가지는 눈부신 색채의 향연으로 시작된다. 정제된 전통에 과감한 컬러를 입히고, 고전적 보석 세공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주얼리는 ‘색’ 그 자체를 하나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에는 고전과 현대, 절제와 과감함이 공존하며, 꿈결처럼 감각적인 풍경을 펼쳐 보인다. 손끝에 머무는 찰나의 빛 속에서 샤넬이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HAUTE JOAILLERIE SPORT, 2024
스포츠를 테마로 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는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혁신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다. 샤넬 하이 주얼리 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포티한 스타일은 기능성과 조형미,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감각의 균형을 모색한다. 컬렉션 전반에는 리듬과 속도가 연상되는 유려한 실루엣과 정제된 윤곽, 대담한 컬러감이 힘 있게 흐른다. 형태의 유연함은 기능적 구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샤넬 아뜰리에는 주얼리에 모듈 개념을 도입해 하나의 아이템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퀵릴리스 피팅 방식의 클래스프는 착용의 편의성을 넘어 네크리스를 펜던트로, 다시 이어링으로 변형하는 출발점 역할을 하며 주얼리의 쓰임에 자유로운 해석을 부여한다. 그 속에서 착용자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주얼리를 완성하는 주체가 된다. 샤넬은 이 컬렉션을 통해 스포츠라는 익숙한 주제를 섬세한 기술력과 상상력으로 해석해 동시대 여성을 위한 또 하나의 자유를 제안한다.
Escale à Venise, 2021
가브리엘 샤넬에게 베니스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공간이었다. 물의 도시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베니스에서의 경유’ 컬렉션은 총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첫 번째 ‘라 세레니심’ 테마는 베니스의 다양한 건축물을 기린다. 성마르코 대성당의 모자이크에 담긴 비잔틴 정신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네오 바르크 스타일의 세레니심 주얼리 세트가 대표 아이템이다. 두 번째 테마 ‘이탈리아의 운하’는 우아한 뱃놀이를 반영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눈부신 소투아르 네크리스에는 레드 스피넬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곤돌라 정박에 사용하던 로프와 유사한 트위스트 효과를 연출했다. 세 번째 테마 ‘라군의 섬’은 샤넬의 상징적인 꽃 까멜리아를 주제로 한 3개의 세트를 선보인다. 그중 불규칙한 형태의 까멜리아 비잔틴 네크리스는 토르첼로섬의 고대 모자이크 기법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카닐리언과 파이어 오팔로 구현한 레드 까멜리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마지막 테마 ‘베니스의 정신’은 사자상과 별을 모티브로 라피스라줄리와 파이라이트, 옐로 골드를 활용해 베니스의 밤하늘을 장엄하게 그려낸다.
Plume de CHANEL, 2024
물결치듯 유연하게 흐르는 깃털의 가벼움과 우아한 볼륨감이 돋보이는 ‘플륌 드 샤넬’ 컬렉션은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의 찰나를 샤넬만의 감성으로 담아냈다. 패트리스 레게로는 단단한 금속과 반짝이는 보석을 사용해 깃털이라는 자연 형상을 수채화처럼 섬세한 하이 주얼리로 구현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깃털은 자유의 상징으로 거듭나며 1932년 샤넬의 첫 하이 주얼리 컬렉션부터 이어져온 변형 가능한 착용 방식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플륌 드 샤넬 컬렉션 제품은 착용자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우아하게 흐르고, 길이 조절이나 깃털 장식의 탈착 가능한 구조로 실용성과 스타일의 조화를 이룬다.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감싸거나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손가락 관절을 따라 유려하게 휘어지는 깃털의 표현은 경이로울 만큼 정교하다. 특히 다양한 핑크 보석을 활용한 세심한 컬러 팔레트가 돋보인다. 핑크 다이아몬드는 환하고 투명하게 빛을 머금은 듯하며, 핑크 사파이어는 다소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핑크 투르말린은 강렬하고 달콤한 빛으로 감각을 자극한다. 이처럼 샤넬은 붓에 물감을 묻혀 도화지에 그리듯 각기 다른 물성과 색감을 지닌 보석을 조화롭게 조합해 섬세하고 풍성한 깃털을 완성했다.
Lion Solaire de CHANEL, 2024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사자는 언제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자는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에 해당될 뿐 아니라 그녀가 사랑했던 도시 베니스의 수호 동물이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리옹 솔레르 드 샤넬’ 컬렉션은 심플한 컬러와 현대적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데, 특히 사자 모티브가 처음에는 사자로 인식되지 않을 만큼 절제되고 간결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사실적인 사자의 얼굴임을 알 수 있으며, 상단 부분은 왕관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현대적 미학이 돋보이는 부분은 사자의 갈기다. 자연 속 수컷 사자의 갈기는 힘과 권위를 상징하며 경쟁자에게 과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컬렉션에서는 간결하고 모던하게 해석되었다. 주얼리 제작 과정에서 좁고 경사진 면에 광택을 내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리옹 솔레르 드 샤넬 컬렉션의 사자 얼굴 중에서도 미간, 광대, 인중 부분은 특히 난도가 높은 부분이다. 이 금속 면은 거울보다 반짝이며 전문가들의 찬사를 불러일으키는 하우스의 섬세하고 완벽한 장인정신을 증명하는 포인트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