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향수 크리에이터 55인의 보이스
샤넬 향수가 탄생하기까지. 샤넬의 조향사, 화학자, 수확자 등 저마다 방식으로 샤넬 향수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라스에서 파리까지, 창조의 여정
농장에서부터 시작된 샤넬 향수의 여정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되고 있다. 열망과 매혹의 오브제인 샤넬 향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고, 대지에서 향수로 이어지는 향기로운 여정에는 많은 이의 장인정신과 열정이 담겨 있다. 지난 9월, 샤넬 그라스 농장에서 열린 샤넬 향수의 전문성을 완성하는 55명의 목소리를 담은 전시에서 또 한번 이 특별한 여정을 발견할 수 있다. <샤넬 향수 크리에이터 55인의 보이스>전을 통해 샤넬 향수가 탄생하는 수많은 과정 속 조향사, 화학자, 헤리티지 큐레이터, 컨설턴트, 아트 디렉터, 수확자 등이 저마다 방식으로 샤넬 향수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향을 추출하거나 창조하고, 원료를 다루거나 형태를 빚으며 각자 자리에서 샤넬 향수의 여정에 함께한다.
샤넬 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 인터뷰
샤넬은 오래전부터 그라스에서 직접 향수 원료를 재배해왔는데, 오늘날에도 이런 전통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지키고 있는 것은 전통 그 이상입니다. 샤넬 N°5가 탄생할 당시 그대로 오리지널 향수를 지키는 일이죠. 그라스에서 재배한 꽃으로 샤넬 N°5를 만들었으니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고요. 제가 샤넬 하우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장인정신입니다. 거의 모든 창작 활동을 뒷받침하는 장인정신을 통해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스에서 자라는 원료의 특별함을 알려줄 수 있나요? ‘희귀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샤넬의 그라스 농장만큼 규모가 큰 재배지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샤넬 농장은 프랑스 꽃 재배지 전체 면적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다른 농장에서 이 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토록 희귀하고, 또 수확하기도 힘든 진귀한 그라스산 쟈스민을 사용해 N°5 빠르펭을 만들고, 늘 일정한 향을 유지하죠. 이집트 등 다른 곳에서도 쟈스민을 재배하지만, 원산지에 따라 향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라스산이 더 좋다는 말이 아니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샤넬 향수 100년의 역사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과 진화를 거듭해온 것을 꼽는다면? 저는 ‘전통’, ‘유산’이라는 개념보다는 스타일로 해석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샤넬의 스타일을 지킨다는 건 장인정신에 관한 것이기도 한데, 장인정신이란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것이지요. 샤넬의 장인정신에 대해 말씀드리면, 기술과 혁신 사이에 항상 흥미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이 질문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이 향수 한 병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쟈스민 보호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니까요. 농장 근처 공장에서는 우리 팀이 새로운 추출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정을 개선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 위기나 환경 변화 속에서 원료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최근 몇 년 사이 기온이 오르면서 꽃 수확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농장을 확장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곳엔 오래된 장미 농장이 있는데, 이전과 동일한 양의 장미를 수확하도록 나무를 더 많이 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야기된 국면이죠.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직간접적으로 함께 일하는 모든 농장주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살충제 없이 재배하고, 기계도 덜 사용하는 등 보다 이로운 영농법을 알리고 있습니다.
원료가 향수가 되기까지, 그 여정을 함께하는 55인을 조명한 전시를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흙 속에서 자라나는 원료에서 시작되고, 주변에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샤넬 향수를 만들려면 저 같은 조향사부터 수확자, 재배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품질관리자 모두가 필요해요. 제각각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하나의 사슬이죠.
앞으로 샤넬 향수에 접목하고 싶은 원료, 관심을 갖고 개발 중인 새로운 원료가 있나요? 향수업계에는 수백 년간 새로운 식물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만 새로운 원료를 발견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그보다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미 알려진 원료를 새로운 방법으로 추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농장 옆에 공장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해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원료의 새로운 특성을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샤넬 향수는 문화적 담론의 주제가 될 만큼 큰 역할을 합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샤넬 향수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답변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향수는 단어가 아니니까요. 향수가 전하는 메시지를 말로 옮기기는 어렵거든요. 향수에서 제가 좋아하는 점은 향수 자체가 단어보다 본능적 메시지라는 것이고, 그 메시지는 여러분의 개성과도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향수는 개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에디터 김현정(hjk@noblesse.com)
사진 샤넬